이회창 전 총재의 대선 출마 시 지지율이 20% 대로 나타나 단박에 2위권으로 부상하자 정동영, 문국현, 이인제 등 범여권 후보들의 표정도 심각해졌다.
당초 '이회창 출마'를 은연중 부추겨 한나라당의 분열을 기대했던 범여권이지만 이 전 총재가 예상치 이상의 높은 지지율을 보이자 긴장감이 역력했다. 이명박 대항마 경쟁에 주력해 온 이들로서는 대선구도를 뒤흔드는 새로운 '복병'을 만난 셈이기 때문이다.
정동영 후보는 이날 교총 토론회 뒤 이 전 총재에게 뒤진 여론조사 결과와 관련해 사뭇 어두운 표정으로 "대변인을 통해 답변하겠다"고만 말했다.
김현미 대변인은 "예상했던 것이지만 좋지는 않다"며 "이 전 총재가 출마 쪽으로 가는 것 같은데 앞으로 약 2주 동안 구도 자체에 변화가 올 것이고 문제는 우리가 얼마나 열심히 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선거 판 자체가 뒤바뀌어 누구도 득실을 계산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 만큼 당초 정 후보의 지지율 목표치인 20% 돌파가 시급해졌다는 판단에서다.
문국현 캠프는 짐짓 태연한 표정. 김영춘 선대본부장은 "이 전 총재의 출마는 한나라당 지지층 일부의 이탈을 가져와 우리에게 득이 되면 됐지 잃을 것은 없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이 전 총재의 출마설은 이명박 후보를 언제 펑크날지 모르는 불량 타이어로 만든 것 아니냐"며 "오죽하면 '스페어 타이어'까지 만들어 놓고 선거를 치르냐 하는, 이 후보에 대한 불안감을 확산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뜩이나 언론 노출이 빈약해 고심인 문 후보 측으로서는 단박에 언론 정치면을 장악해버린 '이회창 변수'가 마냥 달갑지는 않은 표정이다.
민주당 이인제 후보는 "이 전 총재의 출마 배경은 이명박 후보가 BBK 주가조작 의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판단에 근거하는데 이 전 총재는 차떼기 주범이 아니냐"며 "한나라당은 낡고 부패한 세력으로, 부패한 세력은 기회 앞에서 분열되게 돼 있다"고 아예 강공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 후보는 이날 전남 고흥을 방문해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하고 "한나라당이 분열되든 안되든 부패한 세력이 집권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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