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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딜레마'…안에선 '反盧', 밖에선 '親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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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정동영 '딜레마'…안에선 '反盧', 밖에선 '親盧'

정동영 후보가 넘어야 할 세 가지 난제

정동영 후보가 범여권의 '이명박 대항마' 경쟁에서 8부 능선을 넘었다.
  
  후보단일화 과정이 남아 있긴 하지만 '대선에는 공짜가 없다'는 정치권의 속설에 비쳐볼 때, '깜짝 스타'를 꿈꾸는 장외의 문국현 후보나 정치적 재기가 목적인 민주당 이인제 후보에 비해 지난 5년의 하루하루가 대선행보였던 정 후보가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만은 부정할 수 없다.
  
  강력한 비토세력인 유시민 의원조차 그의 '권력의지'를 인정했을 정도로 "대통령 정말 해보고 싶다"고 한 정 후보의 의지만큼은 치밀하고 굳건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과연 정 후보는 단일화 경쟁에서도 승리해 현재까지의 '절대강자'인 이명박 후보의 맞수가 될 수 있을까?
  
  '적과의 동침', 언제까지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대통합민주신당의 경선에서 예상 외의 압승을 거둔 점이 정 후보로서는 무엇보다 큰 호재다. 경선 후폭풍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대선체제로의 정비를 서두를 수 있는 여건이 됐기 때문이다. 손학규, 이해찬 후보 측이 법적이든, 정치적이든 경선 불복의 명분이 부족해져 정 후보가 당내 입지를 다질 수 있는 조건도 마련된 것으로 평가된다.
  
  정 후보 측이 '당내 통합'에 최우선의 가치를 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당선 확정 시 후보수락 연설문에서도 포용과 화합을 강조할 예정이다. 손학규, 이해찬 후보는 물론이고 8명의 예비경선 후보들을 두루 만나는가 하면 김근태 의원 등 중진들과의 접촉도 확대할 계획이다.
  
  손학규, 이해찬 후보에게는 공동선대위원장 직을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운전기사라도 하겠다"고 한 손 후보에 비해 이 후보와 친노 진영의 전폭적인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 특히 '손학규-정동영 각축'으로 시작한 신당의 경선이 부정동원선거 논란을 거치며 '이해찬-정동영 갈등'으로 골격이 바뀌었던 점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이 후보는 "경선 승복"을 여러 차례 다짐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도운 친노 세력과는 감정의 골이 깊어졌고 일각에선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단일화 경쟁을 앞두고 정 후보가 '내부 관리'에 실패할 경우 심각한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정 후보와 친노 진영과의 갈등이 비단 경선 국면에 한정된 게 아니라는 점은 양측의 앙금해소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지난 2000년 권노갑 전 고문 등 동교동계와 일전을 치른 민주당 '정풍운동'으로 시작해 2002년 '경선 지킴이'로 노무현 대통령 당선의 일등공신 역할을 해 '차기'를 예약한 데 이어, 2003년 열린우리당 창당을 주도하며 명실상부한 '실세'로 등극했으나 그 과정에서 정 후보는 자신을 오늘의 위치에 있게 끔 한 '개혁' 이미지를 크게 상실했다.
  
  특히 열린우리당 창당 이후부터 친노와 정동영계는 개혁-실용 논쟁의 축으로 지속적인 갈등과 반목을 거듭해 왔으며 이 과정에서 정 후보는 '당권파의 수괴'로 낙인찍히기도 했다. 급기야 지난 5월 정 후보가 노무현 대통령과 결별을 선언한 이후 청와대가 그를 향해 "원칙 없는 기회주의자" 등으로 비판하면서 양측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으로 평가됐다.
  
  이처럼 곪을 대로 곪은 반목에도 불구하고 우여곡절 끝에 대통합민주신당에 두 세력이 모두 합류함으로써 친노-반노 논쟁은 봉합되는 듯 했으나 내년 총선을 겨냥한 당의 주도권 다툼을 둘러싸고 '세력 충돌'로 비화될 소지는 앞으로도 다분하다.
  
  경선 과정에 불거졌던 '정동영-김한길 당권 밀약설'이나 이해찬 후보가 "내년 총선을 위해 공천제도를 뜯어 고치겠다"고 벼른 대목은 '오월동주'나 다름없는 두 세력의 앞날을 보여준 사례다.
  
  결국 경선 결과 칼자루는 정 후보가 쥐게 됐으나, 친노 진영에서 당 주도권 투쟁이냐, 문국현 지지냐를 놓고 내부 대책 마련에 돌입한 것은 시점만 남겼을 뿐, 양측의 결별이 수순밟기에 돌입한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낳았다.
  
  참여정부 곶감만 빼먹었다?
  
  역설적으로 정 후보는 대외적으로는 '참여정부의 황태자' 이미지를 시급히 벗어야 할 판이다. '노무현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의 당 의장을 두 번이나 역임했을 뿐더러 통일부장관으로 발탁돼 대권주자의 토대를 닦았기 때문이다. '개성동영', '평화대통령' 등 그의 대선 슬로건도 이를 기반으로 나왔다.
  
  이로 인해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15일 "정 후보는 노무현 정권 탄생의 주역이었고, 열린우리당 창당의 공신이었으며, 두 차례의 열린우리당 당의장과 통일부장관까지 지낸 이 정권의 황태자이자 국정실패의 책임자라는 점에서 이번 대선의 성격이 분명해졌다"고 선을 그었다.
  
  "참여정부 실패에 대한 철저한 반성"을 촉구해 온 문국현 후보 역시 단일화 경쟁에서의 공격 포인트로 정 후보를 '국정실패의 책임자'로 몰아붙일 가능성이 적지 않다. 민주당과 이인제 후보 역시 비슷한 태도가 예상된다.
  
  이처럼 이명박 후보는 물론이고 범여권 '내부의 경쟁자'들이 집요하게 국정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고 늘어질 경우 정 후보의 방어가 여의치 않은 게 현실이다. 무엇보다 노무현 정부 실패의 핵심인 '경제'에서 정 후보가 상대방에 비해 이렇다 할 비교우위를 가지지 못한 점이 아킬레스건.
  
  정 후보는 평화와 경제의 선순환을 강조한 '평화경제론'과 함께 '가족경제론'을 강조하며 이명박 후보의 '경제 대통령' 슬로건에 도전장을 낼 계획이다. '이명박의 경제'를 낡고 냉전적인 인식에 토대를 둔 특권적 경제론으로 몰아붙여 대립각을 세운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국현 후보가 정 후보를 향해 "양극화 책임에서 두 번째, 세 번째라면 서러울 정도"라고 파고든 대목에서 엿볼 수 있듯, 이명박-문국현 후보가 구축해 놓은 '경제 프레임'에 갇힐 경우 정 후보의 입지가 위축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또한 설득력 있는 정동영만의 '경제비전' 제시에 실패할 경우 그의 '평화담론' 역시 쳇바퀴만 굴릴 수도 있다.
  
  '호남의 적통'이 부메랑 될 수도
  
  이와 함께 '호남 후보'로서의 약점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도 정 후보의 관건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거론됐던 '호남후보 불가론'은 이번 신당의 경선에서도 정 후보를 비판하는 타 후보 진영의 단골메뉴였다.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같은 기류가 증폭된 것도 사실이다.
  
  정 후보 측은 "경선 결과에 반영된 대로 호남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압승에 힘입어 당선된 만큼 호남후보 불가론은 시효를 다했다"며 일축했다.
  
  그러나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이 영남 출신이라는 강점과 호남의 전폭적인 지지, 행정수도 공약을 통한 충청권 대책에 힘입은 점에 비쳐볼 때 정 후보가 수도권과 충청권을 유인할 만한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는 일은 시급한 과제로 지적된다. 손학규 후보의 정체성 문제를 건드리며 자신의 강점으로 내세운 '호남의 적통'이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호남 출신을 중심으로 한 '전통적 지지층'이 마냥 안전한 것도 아니다. 이명박 후보가 "호남 출신인 정동영 후보가 당선됐다는 데 호남도 실용주의적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공격한 대로 여전히 호남에서 이명박 후보에 대한 선호도가 높게 나오고 있는 점은 정 후보로서도 위기요인이다.
  
  그러나 정 후보 측은 최근 호남을 중심으로 형성된 지지층 결집 현상에 주목해 "호남을 비롯한 범여권 지지층의 요구는 '빨리 이명박과 1대1 구도를 만들어라. 그러면 우리가 지지해주겠다'는 것"이라며 "범여권의 대표주자가 선출된 만큼 이 후보의 지지율은 조만간 급속도로 빠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대선까지 60여일을 앞두고도 안팎으로 해결해야 할 난제가 첩첩인 정 후보로서는 10% 안팎에 머문 지지율을 시급히 끌어올려 본선 경쟁력을 인정받는 게 최대의 관건이다. 금주 중 개성공단 방문, DJ 예방 등을 예정해 뒀고, 노무현 대통령과의 회동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反)이명박' 세력을 모두 끌어 모아 단기간에 지지율 20%까지 치고 올라가야 의미 있는 대선 구도를 만들 수 있다는 게 공통된 관측이지만, 경선 와중에 유시민 의원이 "지난 5년 간 대선 운동을 했는데 지지율이 5%"라고 꼬집은 것처럼 여론이 정 후보를 '이명박의 대항마'로 확실히 인정해 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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