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사내하청 세경-원호 기업 소속 두 노동자가 원청-하청 기업의 부당노동행위를 고발하며 노조활동을 공개적으로 하겠다고 선언했다. 고 박일수씨의 분신 이후 하청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과 원청-하청 기업의 부적절한 행위가 세간에 드러나면서, 하청노동자들의 잠재된 분노가 폭발하는 양상이다.
***하청노동자 2명, 공개노조활동 선언**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 진용기(세경기업), 조광한(원호기업) 씨가 23일 오전 박일수씨 시신이 안치된 울산대학교 병원 영안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조합 공개활동을 선언했다.
진용기씨는 현대중공업 하청 세경기업에 입사한 지 4년차로서 조선사업본부 도장2부 소속 사내하청 노동자다..
진씨는 “사내하청노동자로서의 삶이 계속되면서 ‘과연 나는 대한민국 국민인가?’라는 의문이 들었다”며 “지난해 두 차례에 걸친 회사 측의 일방적인 일당삭감을 당하면서 근로기준법을 알게 되었고, 하청노동자 스스로 나서지 않으면 어떠한 변화도 기대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하청노동조합이 출범하고 나서 처음에 많이 망설였지만, 하청노동자들과 함께 일당삭감반대투쟁을 하는 동안 조합원이 되었다”며 “이후 동료들과 모임을 만들고 홈페이지 운영 등 하청노동자들이 당당히 제 목소리를 내는 미래를 위해 묵묵히 노력해왔다”며 사내하청노동조합 가입 배경을 설명했다.
사내하청노조(위원장 조성웅,www.hachung.net)는 지난해 6월부터 일당 삭감 반대투쟁을 진행한 바 있다.
진씨는 이어 "(하청노동자의 비참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박일수 열사가 목숨까지 내던진 지금, 하청노동자가 여전히 침묵한다면 그것은 우리 스스로 노예임을 선언하는 것이며, 이후 우리의 삶은 더욱더 깊은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라며 "앞으로 어떠한 탄압이 오더라도 자랑스런 현대중공업사내하청노동조합 조합원임을 당당히 밝히며 끝까지 싸워 승리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사내하청노조 관계자는 이와 관련 “노조원이란 사실이 밝혀지면, 현대중공업 측이 소속 하청기업을 폐업하는 조치로 맞서 하청노동자 다수가 노조활동을 원하더라도 소극적 입장을 보였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원청업체가 하청업체와의 계약을 취소(폐업)하고 고용승계를 않하면 해당 노동자는 자동 해고가 된다”고 덧붙였다.
***진용기씨, 하청노동자의 비참한 현실 고발**
이어 진용기씨는 현중사내하청노동자의 현실을 고발했다.
진씨는 “대한민국 노동자라면 누구나 적용되어야 마땅한 근로기준법이 철저히 무시되는 상황”이라며 “4대보험의 미적용, 연장근무와 휴일근무시 적용되어야 할 50%가산금 미지급, 연월차 및 주차 미적용은 물론 언제든지 회사는 노조와 협의없이 퇴직금조차 없이 해고를 하고 있다”고 고발했다.
이와 관련 공인노무사 윤여림씨는 “4대보험의 경우 일용직 노동자라고 하더라도 산재보험에는 당연히 가입해야 하고, 고용보험-건강보험-국민연금의 경우 각각 1-2-3개월 근무하는 경우는 당연히 가입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씨는 “일용직이라고 하더라도 임금만 일당으로 계산될 뿐 근로계약기간을 정함이 없이 계속 근무하는 경우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 근로기준법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진씨는 “하청노동자들이 사용하다 버리는 기계부속품처럼 취급당한다”며 “산업안전관리보건법에 따라 유기용제를 사용하는 작업자와 분진에 노출되는 작업자들이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고, 조선산업노동자의 70%이상이 겪고 있는 근골격계질환에 대한 어떠한 예방조치도 없다” 고 주장했다.
***현대중과 정규노조 당황**
이 선언에 대해 민주노동당 노동실천단 은 ‘현대중공업 하청 노동자의 용기에 지지를 보낸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 두 노동자의 결단을 지지하고 원청회사와 정부를 규탄했다.
민주노동당 노동실천단은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한 극심한 차별과 비인간적인 대우가 박일수씨 분신의 원인”이라고 지적한 뒤 “원청회사 현대중공업은 유인물을 뿌려 고인을 모독,타살의혹이 있다는 발언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동실천단은 또 "노동조합활동을 공개 선언한 두 노동자에 대해 사측이 만약 신분상의 불이익을 가한다면 전 당력을 동원, 대응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노동실천단은 이어 “이렇게 노동자가 절규하는데, 참여정부는 어디에 있냐”며 “노동부는 즉각 특별근로감독에 나서 현대중공업과 하청업체의 책임을 낱낱이 규명할 것”을 요구했다.
이같은 하청노동조합 공개활동 선언에 의해 그동안 "박씨는 현중 노동자도, 하청기업 노동자로 아니다"며 비타협적 태도를 보여온 현대중공업과, 고인이 유서에서 "어용노동조합"이라고 비판한 데 대한 반발로 하청노동자 문제를 외면해온 현대중공업 정규노조가 상당한 궁지에 몰리게 됐다.
아울러 고인이 유서에서 폭로한 상납 비리 등에 대한 경찰 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거셀 것으로 보여, 박일수씨 분신 여파는 지금부터 본격화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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