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역사지키기범민족시민연대(준)’가 '동북공정의 실상과 우리의 대응방안'이란 주제로 5일 오후2시 프레스센터에서 토론회를 가졌다. 이날 토론에는 정부-학계-시민단체 대표들이 함께 참석한 최초의 정-학-민 합동토론회로 중국정부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동북공정에 조직적 대응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동북공정, 연구비만 3조원"**
동북공정은 2002년 2월부터 중국사회과학원 산하 ‘중국변강사지연구중심(中國邊疆史地硏究中心)’에서 진행하고 있는 ‘동북변강역사여현상계열연구공정’의 줄인말로, 중국 동북3성(랴오닝, 지린, 헤이룽장) 지역의 역사와 현황에 관한 대형 학술연구 프로젝트다. 하지만 동북공정은 중국측 주장대로 순수한 학술사업으로만 볼 수 없다는 것이 이날 모인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조법종 우석대학교 사학과 교수는 “동북공정은 중국 중앙정부의 지원과 중국사회과학원과 동북3성이 연합해 추진하는 국책사업”이라며 “동북공정에 들어가는 연구비만도 우리 돈으로 3조원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동북공정 기구조직을 살펴보면, 고문으로 우리의 부총리급에 해당하는 중국공산당 정치국 위원(서열 7위)과 재경부장관에 해당하는 항회성 재정부 부장이 있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이어 “동북공정에는 5대 의식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정치의식”이라며 “(정치의식 내용은) 국가의 장기적 안정과 국가의 통일, 민족단결, 변강안정이 목표”라고 밝혀, 동북공정은 국가 차원에서 진행되는 역사조작 시도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조 교수는 특히“동북공정은 중국이 장악하고 있는 동북지방(만주지방)에 대한 ‘역사적 정당성’ 확보와 조선족에 대한 한민족 의식 제거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며 "특히 북한 붕괴 및 정치적 혼란시 과거 역사연고를 근거로 정치, 군사적 개입 가능성이 있으며 남북한 통일이후 국경선 분쟁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는 목적도 파악된다”고 분석했다.
***중국, 논리적 비약-무리한 주장 많아**
정치적 동기로 진행되고 있는 동북공정은 그만큼 논리적 비약이 많다는 지적도 나왔다.
임기환 한신대 학술원 교수는 “중국은 <일주서(逸周書)> 등에서 고구려의 선인(先人)으로 중국 전설상의 인물인 전욱 고양씨(高陽氏)의 후예를 설정하고 있는데, <일주서(逸周書)>는 편찬자와 편찬연대를 정확히 알 수 없는 많은 문제점을 가진 역사서로 평가 받고 있다”며 “이런 무리한 주장은 고구려사를 한국사와 완전히 단절하기 위해 고구려의 족원에서부터 한국계로부터 분리시키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또“정치적 관계로서 조공-책봉 관계를 통하여 고구려사를 중국사로 편입하고 있는데, 조공-책봉제는 당시 동아시아 전체에 걸쳐서 적용된 외교 형식이기 때문에, 중국의 주장대로라면 동아시아 모든 국가가 중국의 지방행정자치구인 셈”이라고 반박했다.
이밖에도 임 교수는 중국 측이 고구려사를 중국사로 편입하기 위해 드는 근거인 ‘고구려 평양 천도이후의 귀속문제’, ‘고구려와 수,당의 전쟁 문제’, 고구려 멸망과 유민의 거취문제‘ 등등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대결적 관점이 아닌, 평화-공존의 시각에서 풀어야**
이날 토론에서는 동북공정에 대한 '극우 민족주의'적 접근은 위험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중국 동북공정 추진 사실을 최초로 입수 보도한 김창호 중앙일보 학술전문기자는 “동북공정에 대해 한국의 반응이 자칫 중국과 감정적 대결주의로 흐를 수 있다”며 “(동북공정문제는) 평화-공존의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김 기자는 “역사주권과 영토주권은 엄연히 다른 개념”이라며 “동북공정을 영토의 문제로 바라보았을 땐 군사적 충돌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미강 아시아평화와 역사교육연대 상임운영위원장도 “동북공정을 중국과 한국의 대립구도로 파악할 것이 아니라 동아시아라는 큰 틀에서 평화의 관점으로 사고해야 불필요한 대결을 피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고구려유적, “세계문화유산 7월 등재”, “남북협력 절실”**
오는 7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앞두고 있는 고구려 유적에 대한 보다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현재 북한은 고분군만 등재신청을 한 반면, 중국은 고구려 초기 도읍지로 추정되는 오녀산성, 두 번째 도읍지 국내성, 환도산성, 광개토왕비 등 무려 26기에 대해 등재신청을 해 중국 측 비중이 훨씬 큰 상황이다.
엄승용 문화재청 문화재정보과장은 “북한측의 추가발굴 및 추가 등재 신청 추진이 필요하다”며 “학계와 정부의 노력이 더 필요한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엄 과장은 또“일차적 당사자는 북한이기 때문에 북한의 입장이 중요하다”며 “북한과의 보조를 맞추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엄 과장은 “(남북 협력채널로) 2001년부터 매년 10만달러를 유네스코 문화재 관리 신탁기금으로 조성, 북한에 지원하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남북협력의 기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는 김광식 고려대학교 박물관장의 사회로, 조법종 우석대 교수, 임기환 한신대 교수, 김창호 중앙일보기자, 심백강 민족문화연구원장, 엄승용 문화재청 과장, 김봉우 독도역사찾기운동본부 대표, 양미강 아시아평화와 역사교육연대 상임운영위원장이 참여해 진지한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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