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고대사학회(회장 이문기)등 17개 역사 연구단체는 9일 중국의 고구려 역사 왜곡을 규탄하는 성명을 내고 정부에 대해 '역사주권' 방어 차원에서의 적극적 대응을 촉구했다.
이는 11월 2일 고구려사 왜곡대책위원회(공동위원장 최광식, 한규철) 결성이후 고구려의 중국사 귀속 등 중국의 학술국책사업인 동북공정(東北邊疆歷史與現狀系列硏究工程)에 대한 우리 학계의 첫 공식적 입장표명이어서, 앞으로 고구려사를 둘러싼 한-중 양국간 치열간 논쟁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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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공정은 단순한 학술 프로젝트 아닌 '정치적 프로젝트'"**
이날 성명에서 학자들은 "2002년 2월에 출범한 동북공정은 조선족의 한국 유입과 탈북자의 중국 유입으로 인해 한반도와 만주(동북3성)지역의 연계가 강해지고 중국의 소수민족문제를 자극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고구려사를 중국사로 억지 편입시키려고 한다"며 "사료를 왜곡하고 억지 주장을 늘어놓는 것은 명백한 패권주의적 역사관"이라고 비판했다.
학자들은 이어 "현재 중국은 '통일적 다민족국가론'을 내세워 고구려를 중국의 소수민족 정권으로 보는 것은 물론 고조선사도 인정하지 않고 발해사도 중국 지방정권의 역사로 편입시키려 한다"며 "이러한 논리에 따른다면 한국의 역사는 시간적으로 2천년에 불과하고 공간적으로는 한반도 중부 이남에 국한돼 이는 심각한 역사주권 침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중국 측은 고구려의 족속 계통은 한국 학계가 주장하는 예맥족(濊貊族)이 아닌 중국 한족(漢族)의 한 갈래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한무제가 고조선을 멸망시키고 설치한 한사군은 중국 고유영토이며 수 양제나 당 태종의 고구려 침략을 통일전쟁이라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고구려가 줄곧 중국 역대 중앙왕조와 군신관계를 유지했음을 근거로 들고 있으며 고구려와 고려의 역사적 연계성 또한 고구려의 고씨와 고려의 왕씨는 혈연적으로 다르다며 부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 학계는 삼국지 동이전에서는 '동이'를 다른 민족의 역사로 서술하고 있으며 고구려는 제후국은 지낼 수 없는 제천행사를 지냈으며 고대의 조공, 책봉관계는 고대 동아시아의 의례적 외교 방식이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또 중국의 침입을 막기 위한 고구려의 천리장성은 국가간의 경계표시이며 고구려와 고려는 혈연적 계승성이 아닌 역사적 계승성으로 봐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광식 대책위원장은 "현재 중국 교과서에서도 고구려사에 대한 인식이 혼재되어 있다"며 "세계사 교과서에서는 고구려를 언급해 고구려를 한국사의 일부로 보고 지도에서도 '高(句)麗'를 수나라 영역 밖에 표시하고 있으나 중국사에서는 고구려 평양 천도 이전을 중국 역사로 보고 있고 동북공정에서는 평양 천도 이후까지도 중국사의 일부로 보려고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과 손잡고 역사주권 지키겠다"**
학자들은 "한중 두나라는 과거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상호신뢰와 우호관계를 정립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하며 이를 위해 ▲외교통상부의 엄중 항의와 시정 요구 ▲교육인적자원부의 고구려사 등 고대 동북아시아사의 체계적 연구를 위한 연구센터 설립 추진 ▲문화관광부의 고구려 고분군의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위한 북한과의 협력 등을 촉구했다.
대책위측은 "내년 6월 중국 쑤저우에서 열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위원회 제 28차 총회에서 2001년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신청했다가 보류당한 북한의 평양 고구려 고분군과 중국이 최근 신청한 중국 지린성 지안현 소재 고구려 유적이 세계 문화유산 지정을 기다리고 있다"며 "북한의 신청이 기각되고 중국 지역의 고구려 고분군이 세계유산으로 지정되는 경우를 막기 위해 북한과의 협조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학계는 이를 위해 내년 3월 '고구려 고분과 벽화의 세계'라는 주제의 국제학술행사를 개최하고 시민단체와 연계,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내놓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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