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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당마저 '뻔한 선택'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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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민노당마저 '뻔한 선택' 할 것인가"

[인터뷰] 심상정 "민노당, '미래' 선택해야 약진 가능"

민주노동당의 2007년 대선의 의미에 대해 "한나라당과 '맞장' 뜰 수 있는 주연으로 등장하는 선거가 돼야 한다"는 심상정 대선예비후보. 그는 민노당의 첫 주연배우 자리를 거머쥘 수 있을까?

현재 당내 지지율에서 권영길, 노회찬 두 후보의 뒤를 이어 3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심 후보는 13일 <프레시안>과 인터뷰하는 내내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현 정부에 대한 실망감으로 소위 자유주의 정치세력이 이전처럼 한나라당과 1 대 1의 구도를 형성하고 있지 못하는, 마땅히 다른 '선택지'가 없는 국민들이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로 쏠리는 '강요된 선택'을 하고 있는 이 기회를 민노당이 잘 포착해야 한다는 것이다.


심 후보는 그래서 대다수의 국민들이 정치에 냉소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현 상태에서 국민들이 '깜짝 놀랄 만한 선택'을 민노당이 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민노당이 '뻔한 선택'을 하는 '뻔한 정당'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그런 점에서 현재의 인지도나 지지율은 큰 의미가 없고 "국민의 주목을 새롭게 받을 수 있는 전략적 선택"인 자신이 민노당의 대표주자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심 후보는 또 "이번 대선은 진보진영의 대표를 뽑는 선거가 아니고 진보진영의 주자로 나가 수구보수세력과 겨뤄 승리할 수 있는 전사를 뽑는 것"이라면서 "가장 잘 싸울 수 있는 후보가 진보세력을 가장 잘 아우를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진보세력을 아우를 수 있는 적임자를 자처하면서 '100만 민중대회'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 권영길 후보에 맞서 "'100만 민중대회'가 동창회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냐"면서 "결국 한미 FTA, 비정규직 문제 등을 두고 벌이는 싸움이며 그 선봉장은 심상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회찬 후보를 겨냥해서도 "'좋은 정책은 민주노동당이라는 창고에 다 있다'는 창고론을 들고 나왔는데, 2004년의 향수에 젖어 '감동적인 전달력'을 강조하는 안이한 자세로는 대선에서 이길 수 없다"고 비판했다.

심 후보는 또 "대기업 사장 출신인 이명박 후보나, '구중궁궐'에서 청춘을 보낸 박근혜 후보에 비해 구로공단 노동자, 노동운동가 출신인 내가 서민경제에 대해 더 강하다"면서 '서민 경제대통령'으로 자질과 능력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이 모든 희망적 시나리오는 "민노당에서 내부의 과거냐, 미래냐의 싸움에서 미래가 승리한다"는 전제조건이 충족될 때 가능한 것이라고 심 의원은 밝혔다. 2002년 대선과 2004년 총선에서 민노당은 공격과 비판만 하면 되는 위치였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민노당과 원내 진출 이후 행보에 대해 심판 받아야 하는 입장이다. 그간 서민정당을 자처하면서 서민들이 직면하고 있는 현실의 고통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한 것에 대해 반성하는 모습을 민노당이 보여야지만 다시금 국민들의 기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국민들의 주목을 받는데 실패한다면 곧바로 이어질 내년 총선 전망도 밝다고 하기 힘들다.

심 의원은 이날 오후 민노당 단병호 의원,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 등을 지도위원으로 하는 193명의 매머드급 선대본을 발족시키면서 당원들에게 "전략적 선택"의 필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역설했다.

민노동당은 오는 20일 제주를 시작으로 전국 순회 투표를 시작해, 내달 9일 1차 경선이 끝난다. 여기서 과반수 득표자가 나오면 대선후보가 확정되고, 과반수가 없을 경우 결선투표를 벌일 예정이다.

다음은 1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인터뷰 전문.

"민노당 내부에 갇힌 경선으로 가고 있다"

프레시안 : 지난 두 차례의 대선엔 권영길 의원이 후보로 나섰었다. 민노당으로서는 세 번 째 도전인데 앞의 두 차례와 비교해 이번 대선의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심상정 : 1997년 대선은 '국민승리21'을 통해 민주노동당 창당의 대중적 토대를 형성한 것이었다. 창당 이후 2002년 대선은 일종의 신고식이었다. 본격적 진보정당으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 이번 2007년 대선은 집권세력으로서 민노당의 능력을 검증받는 선거다. 지난 두 차례의 대선이 수구 대 민주의 구도, 민주 대 반(反)민주의 구도였다면 이번에는 민노당이 실패한 자유-민주-개혁세력을 대체하는 선거, 진보 대 보수의 진검승부가 될 수 있는 첫 선거다.
▲ 민주노동당 심상정 후보. ⓒ프레시안

지난 대선의 전체적인 정치구도로 보면 민노당은 조연이었다. 이번에는 진보 대 보수의 본격적인 구도를 만들어내야 할 시대적 요청에 직면해 있다고 본다. 거기에서 민주개혁세력을 제치고 한나라당과 '맞장'을 뜰 수 있는 주연으로 등장하는 선거가 돼야 한다.

당 내부로 보자면 과거와 미래의 싸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민노당이 주연으로 등장하는 것은 당내의 싸움, 과거와 미래의 싸움에서 미래가 승리할 때 가능하다.

프레시안 : 이번 대선에서 민노당의 득표율과 관련해 두 가지 전망이 교차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의 '학습효과' 때문에 크게 약진할 수 있다는 낙관적 전망이 있다. 노무현 정권에 실망했지만 결코 한나라당을 찍지는 않겠다는 유권자들이 대거 민노당을 지지할 것이라는 기대다. 반면 진보의 영역이 축소된 가운데 한나라당과 여권의 대결로 압축되고 진보진영이 받을 수 있는 표는 2%에 불과하다는 부정적인 전망도 있다.

심상정 : 최소 현재 민노당 지지율 정도는 나오겠지만 아직 소수정당이다 보니 당 밖의 구도의 영향이 클 거라고 본다. 바깥 구도와 민노당의 전략, 이 두 가지 중에 바깥 구도가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은 틀림없다. 문제는 범여권이 모양새도 제대로 갖추고 후보도 경쟁력이 좀 있으면 되는데, 우선 후보의 측면에선 강력한 한나라당과 일 대 일 '맞장' 뜰 수 있는 후보는 이미 많이 상처가 났기 때문에 노무현의 새로운 돌풍 같은 것은 불가능해졌다. 민주당이 떨어져 나가 있어 완벽한 일 대 일 구도는 어렵지 않나. 그런 점에서 민노당의 여지가 넓다. 많은 분들이 솔직히 한나라당 떨어져 나온 사람을 찍느니 차라리 민노당에 표를 주자, 혹은 다른 사람이 된다 해도 결국 노무현 정권에서 녹을 먹은 분들일텐데 그런 구도 상에서 범여권이 하나로 된다 해도 과거의 파워는 안 될 거다.

두 번째는 우리의 승부수인데, 국민들에게 충격과 새로운 주목을 받을수 있는 전략적 카드를 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번 대선의 승부수로 누가 적합하냐를 생각해볼 때 선택의 여지가 없다. 민노당에 대한 새로운 주목과 그 주목은 이후 뒷감당 가능해야 하는데 이명박, 박근혜와 '맞장' 뜨는 건 내가 두 후보보다 낫지 않나.

프레시안 : 민노당 경선은 언론이나 국민의 관심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돼 있다, 오히려 지난 대선보다 더욱 '조연'이 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있나.

심상정 : 언론에 의한 배제가 있다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당의 미디어홍보 위 원회 조사에 따르면 한 달 동안 한나라와 범여권에 대한 보도가 300건에 달할 동안 민노당은 10건이었다. 최소한 정당지지율에 비례하는 빈도와 내용을 할애하는 것이 공정한 보도라고 본다. 한나라당의 경우 민노당과 5배 정도 지지율 차이가 난다. 범여권 정당과는 불과1~2% 차이다. 그런데 보도에 있어선 30배 정도 차이가 나는 것 같다. 이는 주권자인 국민을 대신해 언론이 권력을 창출하려 하는 행태 때문이라고 본다.

또 민노당이 이제는 국민에게 '뻔한 정당'이 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도 있다. 진보정당의 생명은 변화를 주도하는 데 있다. 민노당은 2004년 4.15 총선 때 한국사회의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정당으로 부각됐었다. 그 이후 역동적 변화를 주도하는데 실패함으로써 국민에겐 '뻔한 민노당'이 됐다. 이번 대선에서도 민노당은 국민에게 직접 다가설 수 있는 의제와 정책을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본다.

이게 당내 경선의 중심이 돼야 하는데 오히려 비전과 정책보단 50보, 100보 차이의 지지율 공방을 하고 있다. 국민의 주목 받기위한 경선이 아니고 민노당 내부에 갇힌 경선으로 가고 있다. 참 안타깝게 생각한다.

국민이 민노당에 관심이 없으니 세 후보가 뭔가를 내 놓으면 이름을 자주 들었던 순서대로 (지지를) 하는 것뿐이다. 그게 진보정당의 대표주자, 정권을 맡길만한 자격에 대한 고민에서 나온 지지는 아니지 않나.

"'이명박 쏠림' 현상은 강요된 선택"
▲ ⓒ프레시안

프레시안 : 현재까지 이번 대선의 가장 큰 특징은 국민들의 냉소와 무관심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서울시장 전력을 무기로 삼아 내 세우는 "나는 할 수 있다"는 구호에 국민의 지지가 쏠리다 보니 한나라당의 집권이 기정사실인 것처럼 되고 있다. 극복방안이 뭔가.

심상정 : 국민들의 인식은 우선 "속았다, 실천을 안 한다"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민주개혁세력은 다를 줄 알았는데 역시 같다는 점이 정치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을 불렀다고 본다. 이명박 후보의 경우에는 청계천 등 실적을 보여준 것이 국민의 판단준거가 되고 있다. 민노당은 집권의 기회를 갖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실천능력으로 승부하기 굉장히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후보나 한나라당에 대한 기대는 온전한 기대가 아니다. 다른 선택지가 없는 상황에서 심리적으로 강요된 선택이라고 본다.

그런 점에서 보면 민주개혁세력과는 다른, 서민경제에 확실한 힘을 줄 수 있는 세력으로서 민노당을 부각시키는 게 핵심이다. 그렇게 하려면 우선 민노당이 새롭게 주목받는 게 필요하다. 그런데 당이 '뻔한 후보'를 선택한다면 국민이 주목할 수 있겠는가.

권영길 후보가 경선에서 당선되면 현재 국민의 민노당에 대한 평가를 벗어나기 힘들다. 노회찬 후보가 되면 좀 나을 것이다. 그러나 노회찬 후보 역시 이미 국민들에겐 하나의 선택지로 인식돼 있는 분이다. 그러나 심상정이 후보가 되면 아마 깜짝 놀랄 것이다. 대부분의 국민이 진보정당다운 선택을 했다면서 주목할 것이라고 본다.

일단 주목을 받은 뒤엔 수구보수 세력과의 대결에 나서야 한다. 이명박 씨가 국민의 지지를 받는 이유는 경제를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수구보수 세력과 맞서 싸울 수 있는 가장 준비 잘 된 선수가 바로 '경제에 강한 심상정'이다. 과거의 '인지도'나 '감동적 전달력' 등 국민들은 뻔하다고 느끼는 것을 당의 경쟁력으로 내세우면 본선에선 필패라고 생각한다.
▲ ⓒ프레시안

프레시안 : 본인에 대한 지지가 곧 '진보정당다운 선택'이라고 자임하는 근거는 뭔가.

심상정 : 진보정당은 진보정당다운 역동적 변화를 주도할 수 있을 때 다시 주목받을 수 있다. 지난 대선-총선이 "민노당도 이제는 원내 진출해야 하지 않느냐"면서 우리를 초대하는 분위기였다면 2007년 대선은 엄중하다. 그런데 다른 두 후보는 과거에 안주해 있다.

지금 당 내에선 조용한 혁명이 진행 중이다. '대안론' 대 '창고론', '승부수' 대 '경륜', 이것이 현재 민노당의 구도다. 새로운 비전과 대안적 프로그램을 무기로 내세우는 심상정과는 달리 노회찬 후보는 "좋은 정책은 창고에 다 있다"는 '창고론'으로 맞서고 있다. 2004년의 향수에 젖어 '감동적인 전달력'을 강조하는 안이한 자세로는 대선에서 이길 수 없다.

또 국민으로부터 새롭게 주목받는 역동적 변화를 보여주는 승부수 대신 '경력'을 강조하는 권영길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승리를 이끌 수 없다.

심상정은 뻔한 범주에 속해있지 않다. 여성이고, 젊다, 서민경제에 '올인'해 왔다. 또 수구보수와는 대립되는 일관된 삶을 살았다, "꿩을 잡는 것은 매"라고 하지 않나. 대기업 사장 출신인 이명박이나, 궁궐에서 청춘을 보낸 박근혜에 비해 나는 구로공단 노동자, 미싱사로 살아 왔고 또 서민경제에 강한 후보이기 때문이다.

지난 총선에선 "살림살이 나아졌습니까", "50년 불판 갈아엎겠습니다"는 식의 발언들이 그간 보수에 찌든 국민에 청량제가 됐고 또 감동도 줬다. 그런데 2007년 대선은 다르다. 집권능력과 비전을 검증하는 장이기 때문이다. 결국 미래가 과거를 이길 것이라고 본다.
▲ ⓒ프레시안

프레시안 : 그러나 최근 당내 최대 정파인 자주파가 권영길 후보를 지지하기로 결정하는 등 당내에선 과거와 마찬가지로 고질적 정파구도가 여전히 현존하고 있다. 극복할 방안이 있나.

심상정 : 물론 이번 경선에서도 정파투표 경향이 나타나고는 있다. 하지만 과거와 같은 위력은 갖고 있지 못하다. 지금 당원의 가장 큰 관심사는 판세다. 이는 과거 민노당에선 보기 어려웠던 것이다. 각 정파에서 자기의 표만 계산하면 답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번엔 예측불허의 상황으로 가고 있다.

당이 변화하고 있다. 조용한 혁명이 시작되고 있다. 이 변화를 주도하는 것이 바로 심상정이다. 과감한 혁신과 역동적 변화 열망하는 당원들의 당심이 바람을 형성하고 있다. 새로운 바람은 조용하지만 강력하다. 그게 '심바람'으로 결집되고 있다.

"대선서 보수-진보정치 구도 형성되면 내년 총선서 약진 가능"

프레시안 : 현실적으로 민노당이 아직 집권까지는 어렵지 않느냐는 인식이 많다. 내년 총선과 연결한 구상을 하고 있는 것은 없나.

심상정 : 전장에 나간 장수에게 두 개의 목표가 있을 수 있나. 집권을 목표로 혼신의 힘을 다 할 때 차선이라도 달성할 수 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차선을 목표로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대선에서 보수 대 진보정치의 구도가 형성된다면 총선에서 대단한 약진도 가능하다고 본다. 원래 펌프질을 할 때 대여섯 바가지의 물을 미리 넣어야 물이 잘 나온다. 그것을 마중물이라고 하는데, 민노당이 이번 대선에서 이 마중물만 확실히 준비할 수 있다면 제1야당, 또 집권으로 가는 길은 훨씬 빨라질 것이다. 대선승리가 최대이자 유일한 목표다.

프레시안 : 그 동안 당 개혁의 필요성도 제기해 왔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개혁해야 한다는 것인가.

심상정 : 민노당은 또 다른 보수야당 아니고 대안정당이라는 것이다. 어떻게 '보수60년'을 들어내고 한국사회를 개조해 갈 것인가에 대한 대안과 비전, 그걸 실현할 수 있는 촘촘하고 진취적 프로그램 가진 정당이 돼야 한다.

그 다음은 주체의 문제다. 그 동안 당이 고통 받는 민중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다고 본다. 850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마음을 끌어안는 정당이 돼야 한다. 또 이 땅 절반인 여성들에게 새로운 기회와 희망을 주는 정당이 돼야 한다. 그것을 이룰 때 집권으로 갈 수 있다.

민노당이 진보정당이긴 하지만 이 땅 진보세력을 총망라하고 있진 못하다. 그래서 민노당은 대한민국 사회의 모든 진보세력을 아우를 수 있도록 외연을 확대해야 한다. 이는 상층의 정치적 거래로 되는 건 아니다. 진보의 가치를 더욱 벼르고, 개방하고, 진보적 의제를 실천적으로 주도함으로써 우리사회 각계각층의 진보운동을 아우르는 진보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프레시안 : 권영길 후보는 진보세력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적임자가 바로 본인이라고 주장한다. 어떻게 평가하나.

심상정 : 권영길 후보는 "100만 민중대회의 장수가 나밖에 더 있는가. 내가 적임자"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대선은 진보진영의 대표를 뽑는 선거가 아니고 진보진영의 주자로 나가 수구보수세력에 대해 승리를 이룰 수 있는 전사를 뽑는 것이다. 가장 잘 싸울 수 있는 후보가 거꾸로 가장 잘 아우를 수 있는 적임자다. 100만 민중대회가 동창회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결국 한미 FTA, 비정규직 문제 등을 두고 벌이는 싸움이다. FTA하면 많은 국민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심상정을 떠올린다. 비정규직 문제에 있어서도 진보진영 전체가 심상정을 떠올릴 것이다. '100만 민중대회'의 선봉장은 권영길 후보가 아니라 심상정이다.
▲ ⓒ프레시안

"'100만 민중대회'가 동창회 하는 건 아니다"

프레시안 : 사회당과 추진하고 있는 진보대연합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심상정 : 진보진영 대단결은 진보정당의 일상적 과제라고 본다. 대선이라는 정치적 계기를 통해 최대한 단결을 이뤄내야 한다. 나는 그 방식과 관련해 아래로부터의 진보대연합을 강조해 왔다. 위로부터의 대연합은 보수정당의 구도에서 드러나듯 인물중심의 논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대단결은 노선과 의제, 정책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 또 공동의 실천과 연대 속에서 추진해야 한다. 정치적인 이해관계가 아닌 진보대단결의 에너지를 만들어야 한다. 그 토대 위에서 정치적인 협상을 할 때 가장 광범위하고도 강력한 연합을 만들 수 있다.

그래서 9월 정기국회에 기습적으로 비준될 가능성이 있는 한미 FTA문제, 이랜드 문제를 필두로 한 비정규직 싸움, 아프가니스탄 피랍사태로 촉발된 반전평화운동 등에 민노당이 구심을 형성해 강력한 대중전선을 형성해 나가야 한다.

프레시안 : 한미 FTA에 대한 반대기류는 초반과 달리 지금은 가라앉은 상태다. 비준 자체를 막을 수 있을까?

심상정 : 현재처럼 잠잠하면 기습적으로 비준이 전격 처리될 가능성이 있다. 관련해서 당과 진보진영에 강력한 문제의식을 전달한 상태다. 정기국회 시작 전 한미 FTA 반대여론을 가시화 시켜야 한다. 그 일환으로 정태인 씨가 민노당에 입당해 한미 FTA 사업단장으로서 임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체제를 정비했다. 범국본과 연대해 반대여론을 가시화시키는 작업은 서둘러 진행될 것이다. 반대여론을 50%이상 만들어 내면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비준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본다.

프레시안 : 한미 FTA같은 의제만 봐도 진보진영의 힘이 부족한 게 드러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늘 30% 정도의 반대여론은 있었지만 더 확대는 안 되고 있다. 과연 대선국면에서 한미 FTA가 의제가 될까 하는 의구심도 느는 것 같다. 초기에는 범여권에서도 한미 FTA에 대한 찬반으로 세력이 갈리기도 했지만 다시 하나로 모아지고 있다. 민노당만의 싸움으로 한미 FTA를 막을 수 있겠나.

심상정 : 현재 범여권은 자신들의 정치적 주소를 분명히 하지 않고 다시 인적 이합집산을 하고 있다. '도로 열린우리당'이 되는 것에 대해선 국민이 준엄한 심판을 할 것이다. 국회 내에는 65명의 의원이 참여하는 시국회의가 있다. 이미 소속정당을 막론하고 3분의 1의 의원이 명시적인 반대입장을 표명한 상태다. 국정조사 발의요건도 채울 수 있다. 이는 선거국면에서 한미 FTA 저지를 위한 정치적인 자원으로 작용할 것이라 본다.

프레시안 : 대표공약이 '세박자 경제론'이다. '세박자 경제론'의 내용을 간략하게 설명한다면? 또 '세박자 경제론'과 관련해 지나치게 국제부문에 치중하다보니 국내부문이 앙상해졌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이런 비판에 대한 해명을 하자면?

심상정 : 우선 경제의 주체를 재벌-외국자본-관료의 삼각동맹이 아닌 서민을 내 세우자는 것이다. 여기에 한반도의 통일전망 속에서의 평화경제, 동아시아 호혜경제의 범주 속에서 대안적인 서민경제의 틀을 만들자는 것이다. 오는 16일에는 '세박자 경제론'의 큰 틀을 완성시켜 정책자문위원들의 종합적인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그 핵심은 서민경제고, 중심은 풀뿌리 지역경제 공동체다. 그런데 '세박자 경제론'의 내용이 아직 모두 발표가 안 되다 보니 상대후보 측에서 '동아시아 호혜경제'가 마치 이 내용의 중심인 것처럼 내용을 호도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 국민경제비서관을 지낸 정태인이 심상정을 도와주고 있다"면서 '동아시아 호혜경제'를 노무현 정권의 동북아시대 프로그램과 함께 비판하려고 했던 것이다.

"정상회담, 정치적으로 불리할 수 있지만..."
▲ ⓒ프레시안

프레시안 : 정상회담 개최가 대선의 중요한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민노당은 일단 적극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양극화나 한미 FTA 문제가 묻힐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도 나온다. 이번 대선의 전선이 평화냐 전쟁이냐, 한나라당이냐 자유주의 개혁정당이냐로 형성된다면 민노당의 입지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냐.

심상정 : 두 측면이 있다. 우선 이번 정상회담이 한반도가 평화체제로 가는 데 있어 역사적 전환점이 돼야 한다는 대의다. 또 하나는 대선에서의 정치적 의미다. 민노당의 정치적 힘 이 미약한 상태에서 정상회담이 이번 대선을 한나라당 대 범여권의 구도로 몰아갈 위험성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그 대의가 워낙 막중한 것도 사실이다. 이번 회담을 통해 평화체제 구축의 확고하고도 실질적 성과를 내야 한다. 그래서 앞으로 한반도 평화문제에 남북의 관계가 중심 축을 형성하는 전환점을 만들어야 한다.

의제와 관련해서도 대충 북핵 포기 선언, 경제협력 지원강화 정도의 실무적 회담의 수준에 머무르면 안 된다. 우선 남북협력을 제도화 하는 게 중요하다. 정상회담과 장관금회담도 정례화해야 한다. 둘째, 평화는 군축이 핵심이다. 군축에 대한 논의가 돼야 한다. 셋째는 역시 경제문제다. 북한의 노동력을 활용하는 수준의 경제지원이 아니라 한반도 평화경제를 구상해 나갈 수 있는 경제협력의 틀을 이번에 논의해야 한다.

정치적으로는 민노당이 불리할 수 있지만, 그 자체의 역사적 의미가 워낙 막중하지 않나. 민노당은 그 의제와 회담 과정에 주도적으로 개입함으로써 평화정당의 위상을 높여나갈 것이다.

프레시안 : 요즘 '평화'를 이야기하지 않는 정당이나 정치인은 없다. 한나라당도 반전, 비핵, 평화를 외치고 있을 정도가 아닌가.

심상정 : 그렇다 너나 할 것 없이 평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어떤 평화인가'를 이야기해야 한다. 한나라당의 평화는 한미관계에 집중한 '분단고착형' 평화다, 범여권의 평화는 6자회담에 이르는 틀에 의존하는 '분단관리형' 평화다. 민노당은 통일로 달려가는 평화를 이야기한다. 통일로 가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경제다. 퍼주기라는 사람도 있고, 국민들은 "우리 일자리 뺏기는 것이 아니냐, 손해보는 것이 아니냐"는 인식을 많이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남북한 7000만 명의 국민에게 더 나은 삶을 보장할 수 있는 평화경제의 비전이다. 남한의 신자유주의식이 아니라 남북한의 현재 경제체제를 뛰어 넘는, 각각의 장점을 살리는 새로운 한반도의 경제 틀을 구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프레시안 : 여성이라는 것에는 장점과 단점이 모두 있는 것 같다. 그런데 결정적 국면에 가면 단점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심상정 : 보수진영에선 60년 만에 박근혜라는 여성후보를 냈다. 진보정당에선 7년 만에 여성후보가 나왔다. 보수진영에선 여성이라는 게 결정적 핸디캡이 될 수 있겠지만 진보정당에선 강점이다. 여성이라는 게 약점이라면 진정한 진보정당이라고 할 수 없다.

나는 '보수에 맞선 진보적 여성'이라는 구도가 가장 진보적이라 본다. 박근혜 후보와의 대결은 두말할 필요도 없고, 이명박 후보가 되더라도 그는 대기업 사장출신에, 경제를 내세우고 있고 남성이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경제에 강한 노동운동 출신의 여성후보, 심상정이 가장 성공할 수 있는 승부수라고 본다.

심상정을 지지하는 국민은 그 농도가 진하다. 저렇게 딱 부러진 여성, 당당한 여성이라면 적당히 눈치보고 타협하는 게 아니라 확실히 할 수 있겠다는 기대가 있다. 보수세력에게 비타협적으로 맞서는 후보로서 여성의 이미지를 더 강직하게 보는 측면도 있다.

프레시안 : 여성에게 어필할 수 있는 특별한 정책이 있나?

심상정 : 여성은 우리 사회의 대표적 비주류다. 그래서 여성이 대선후보로 성장해 가고, 또 최전선을 돌파해 왔다는 점에서 많은 여성이 환호해 주는 것 같다. 나는 여성가족부를 '성평등부'로 바꾸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여성계의 숙원인 성인지 예산도 관철시켰다. 성평등 의제를 최우선 과제로 국정운영에 반영하겠다는 생각이다.

프레시안 : 모 매체의 인터뷰에서 30대 초반의 여성이 민노당을 지지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민노당은 내 욕망을 배반하는 정당"이라고 말해 인상에 깊이 남았었다. 최근 민노당 대선후보들이 대학생들과 함께 하는 토크쇼 '상상 플러스'를 마련하는 등 젊은 층과 교감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청년층에 민노당은 '운동권 정당'이고, '내 문제'와는 거리가 먼 정당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심상정 : 민노당이 내 욕망을 배반하는 정당이라는 것 여러 가지 의미가 있을 수 있는데 민노당이 더 이상 반대만 하는 정당이 아니라 비전과 대안을 가진 정당으로 전환하라는 요구라고 보여진다.

민노당이 현재 청년학생이나 젊은이들이 겪고 있는 고통, 말하자면 비정규직 양산하는 노 무현 정부를 비판하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비정규직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고 어떻게 안전적 일자리를 제공하겠다는 대안과 진취적 해결 프로그램을 제시한다면 청년들과 가장 잘 호흡할 수 있는 정당이 될 것이다.

두 번째로는 민노당이 21세기 진보의 가치, 즉 생태, 평화, 환경, 인권, 여성 등의 가치에 대한 실천에 소홀한 측면이 있었다. 이런 가치들을 확장하는 과정을 통해 젊은층과 호흡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세 번째로는 당의 주체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데, 물론 오랫동안 진보운동을 해 온 활동가가 중심축이 되는 건 당연하지만 우리사회 각계각층의 주체들이 동참해 명실상부한 진보대중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프레시안 :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줘서 고맙다.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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