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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귀신 므이, 한국에 상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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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귀신 므이, 한국에 상륙하다

[뷰포인트] 베트남 로케이션의 호러 <므이> 기자시사회 열려

심의 때문에 한차례 파란을 겪었던 <므이>가 어제(19일) 서울극장에서 기자 시사회를 갖고 드디어 그 모습을 공개했다. <령>의 김태경 감독이 연출을 맡고 <여고괴담> 시리즈 출신인 조안과 차예련(조안은 <여고괴담 3 : 여우계단> 출연, 차예련은 <여고괴담 4 : 목소리> 출연)이 주연을 맡은 <므이>는, 복수를 대신해주는 므이라는 원귀의 초상화를 통해 얼키고 설킨 두 여자 사이의 애증을 풀어내는 영화다. 영화 시작 전 제작사인 빌리픽쳐스의 김범식 대표와 김태경 감독, 그리고 아오자이를 곱게 차려입은 두 배우 조안과 차예련이 무대에 올라 인사를 했으며, 영화가 끝난 뒤 감독과 두 배우가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대화를 나눴다.
억울한 고통을 당하고 한을 품은 원귀가 어떤 물건(여기에서는 초상화)에 봉인되었다가 풀려난다거나, 원귀에게 소원(주로 복수)을 빌고 제물을 바치면서 피바람이 일어난다는 설정은 굳이 베트남이 아니라도 우리나리에서 너무나 익숙한 민담의 형태이다. 굳이 '베트남'을 배경으로 했을 때 나타나는 효과는, 이것이 단순한 무서운 이야기가 아니라 근대 세계사에 대한 은유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 그 이전은 물론이거니와 특히 제국주의 시대에 프랑스와 미국 등의 열강의 피식민지가 되면서 끝없이 짓밟혀온 베트남의 역사는 한국의 역사와 꽤 비슷하지만, 한국이 베트남을 짓밟는 데에 도와준 적이 있다는 사실에서 결정적인 차이가 발생한다. 즉 완전한 동질감을 느끼기엔 지은 죄가 있어 꺼려지는, 그러나 그 죄에 대해 직접적인 가해자가 따로 있어 완전한 죄책감보다는 좀더 뻔뻔해질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위치에서 나오는 좀더 복합적인 죄책감, 바로 그것이 이 영화를 관통하는 핵심 정서다. 복잡다단하고 표현이 쉽지 않았을 이 정서는 영화 전반에 걸쳐 꽤 잘 표현되어 있으며, 이 정서에 대한 감독의 의도는 영화의 엔딩이 '그런 식으로' 설정된 것에서도 명확히 증명된다. 더욱이 이는 영화 시사 후 이루어진 간담회 자리에서 감독이 공식적인 언급을 통해 확인해준 것이기도 하다.
므이 ⓒ프레시안무비
그러나 간담회 때 서로 연기 잘 한다고 추켜세워주던 두 배우의 칭찬이 얼척없게 느껴졌을 정도로 주연을 맡기엔 역부족인 배우들이 투톱을 맡은 데다, 이야기 속 이야기인 므이의 전설을 관객에게 설명하느라 급급한 내레이션 때문에 일부 괜찮은 화면과 효과들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한없이 맥빠지고 어설프게 보인다. 더욱이 감독은 모든 이야기꾼들이 명심해야 할 기본적인 전제, 즉 A를 제대로 은유하기 위해서는 절대로 A를 표면에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잊고 있다. 은유의 대상이 될 역사적 사실에 은유가 될 이야기를 끼워맞추는 듯한 설정 때문에, 영화의 캐릭터들은 꽤 흥미로운데도 불구하고 영화의 전개가 지지부진해지며, 일부 설정들은 개연성이 떨어진 채 별 설득력없이 전개된다. 호러영화, 특히 귀신이 등장하는 호러영화에선 상투적이고 전형적인 설정들을 매우 잘 활용하는 장점을 보여주고(예컨대 계속 떨어지는 벽지와 환청처럼 나지막하게 깔리는 사운드 효과들) 눈을 까뒤집은 채 관절을 꺾어대는 사다코가 등장하지는 않는다는 사실만으로도 고마운 측면은 있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난 뒤에 드는 느낌은 마치 꽤 많은 양의 먹고나서도 허기는 여전한 뻥튀기를 먹었을 때의 느낌이라 영 아쉽고 허전하다. 영화 <므이>는 15세 관람가로 7월 26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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