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대학 순위 평가, 문제 많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대학 순위 평가, 문제 많다"

홍보에 따라 평가 엇갈려…'서열화' 부작용도 심각

국내 대학들이 오는 10월 발표될 영국 신문 <더타임스>의 대학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사활을 건 홍보전을 벌이고 있어 대외적인 평가에만 지나치게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학들은 평가를 총괄하는 리서치ㆍ컨설팅 회사인 영국의 QS社 관계자들을 만나기 위해 홍콩에서 열린 이 회사 주관 행사에 관계자들을 급파하거나 <더타임스>와 관련이 있는 잡지에 광고를 싣기로 하는 등 순위 향상을 위한 홍보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대학들 중 일부는 최근 내한한 QS사의 관계자들과 식사 자리를 가지며 대학 알리기 '로비'를 벌이기도 했으며 QS사의 국제 회의 유치까지 약속하는 등 이 회사에 적극 '협조'하기로 한 대학도 있다.
  
  평가회사에 '얼굴내밀기'…개별 접촉하기도
  
  고려대와 연세대, 성균관대 등은 11일 홍콩에서 열린 QS사의 '애플 컨퍼런스'(아시아태평양지역 교육 지도자 회의)에 참석했다.
  
  이 모임은 아시아 대학들의 국제화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이지만 주관하는 회사가 QS사이며 더타임즈 대학평가의 자료 제출 마감일이 오는 15일로 임박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사교'의 장이라는 성격이 짙다고 볼 수 있다.
  
  대학들은 "정보를 얻기 위해 행사에 참가했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 회사의 대표인 벤 소터씨가 12일 서울대에서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주최로 열리는 포럼에 참석하기로 돼 있던 점을 감안하면 결국 한번이라도 더 평가 관계자들에게 얼굴을 들이밀기 위한 노력을 한 셈이다.
  
  여기에 한걸음 더 나아가 연세대는 내년에 열릴 '애플 컨퍼런스'를 직접 주최하기로 했으며 지난 4월에는 더타임즈에 이미지 광고를 싣기도 했다.
  
  한 대학의 관계자는 "작년의 경우 일부 대학은 자료를 싸들고 영국까지 가서 홍보를 벌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리 대학만 가만히 있을수 없어 QS측 사람들과 함께 식사를 하며 평가 기준에 대해 설명을 듣는 자리를 갖기도 했다"고 말했다.
  
  작년 고려대ㆍ서울대 약진에 올해 '홍보전' 과열
  
  대학들이 올해 들어 과열된 홍보전을 벌이고 있는 것은 지난해 대학 홍보에 적극성을 보였던 고려대가 국내 대학 중에는 서울대(63위)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150위를 차지하며 '약진'을 했기 때문이다.
  
  전년에 비해 고려대는 34계단, 서울대는 30계단씩 각각 순위가 상승했다. 당시 198위를 차지했던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나 484위에 그쳐 스타일을 구겼던 고려대의 '라이벌' 연세대, 국내 대학 중에서도 11위에 처졌던 성균관대(520위), 그리고 531위로 기대에 못미쳤던 서강대 등도 뒤늦게 홍보전에 뛰어든 것이다.
  
  서울대와 고려대가 평가에서 '약진'한 배경에는 자기 대학을 알리려는 '노력'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있었고 이 때문에 올해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는 것이 대학들의 설명이다.
  
  마침 작년 대학 순위를 담은 <더타임즈>의 책자 'WORLD'S TOP UNIVERSITY'에 고려대가 이미지 광고를 실었고 광고를 안 하기로 유명한 서울대 역시 이례적으로 대학의 프로필을 알리는 광고를 게재했던 것도 다른 대학들의 분발을 촉발한 셈이 됐다.
  
  한 대학의 관계자는 "대학 순위가 그 대학을 평가하는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일단 높은 순위에 오르면 국내 언론에서 이를 대서특필해 쓰기 때문에 다른 대학에 비해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홍보를 강화할 수밖에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더타임즈> 평가 신뢰성 의심스러워"
  
  대학들이 '순위 상승'에 이렇게 매진하고 있는 것은 <더타임즈>의 대학평가가 갖는 권위에 비해 평가 방식은 허술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평가 주체가 꼼꼼히 자료를 검토하지 않는데다 비객관 평가인 타대학 평판 평가(Peer Review)나 인사담당자 평가(Recruit Review) 항목이 전체중 각각 40%와 10%를 차지하고 있어 평가자의 주관이 작용할 요소가 많다는 것이다.
  
  평가 항목 중 전체의 20%를 차지하는 교원 1인당 학생 수 역시 작년의 경우 고려대와 서울대 모두 시간강사의 수가 포함됐지만 다른 대학은 전임교수만 들어가 있어서 상대적으로 손해를 본 것도 대학들의 적극적인 홍보를 부채질한 셈이 됐다.
  
  한 대학의 관계자는 "작년 평가때 QS측으로부터 자료를 제출하라는 이메일이 와서 답신을 안했더니 일부 항목의 점수가 0점 처리되는 경우도 있었다"며 "<더타임즈>의 영국 자국 대학 평가는 꼼꼼해서 믿을만 하지만 국제 랭킹은 엉성한 부분이 많아 그다지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대학의 관계자 역시 "우리 대학의 경우 교수와 학생수에 대한 자료를 제출한 적 없는데 나중에 순위가 나올때 보니 그쪽(QS사)에서 특정 수치로 알아서 평가를 해놓은 것을 보고 당황스러웠다"고 설명했다.
  
  교수 노조의 박정원 부위원장은 "대학들이 내실을 기하는 노력은 등안시한 채 겉으로 보이는 순위에만 목을 매면서 불필요한 순위 경쟁에 드는 비용을 결국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전가시키고 있다"며 "이보다는 교수 수 증가나 학생 복지, 연구 풍토 조성 등을 통해 실질적인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 <더 타임즈> 식 대학 평가, 홍보에 휘둘려"
  
  국내외 대학의 수준과 현황을 파악하는 지표로 사용되는 대학평가 방식이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이영학 선임연구원은 12일 대교협이 서울대 교수학습개발센터에서 주최한 대학평가 정책포럼에서 "다양한 형태의 대학을 제한된 지표로 수치화해 평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이렇게 밝혔다.
  
  그는 대교협, 더 타임즈(The Times), 중앙일보 등 국내외 기관이 실시중인 대학평가 시스템을 분석한 뒤 "총체적으로 대학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를 설정하기 보다 자료수집이 용이한 지표에 의존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평가결과가 대학의 다양한 측면을 반영하지 못한 채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기식'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결과 발표시 이러한 문제점을 명확히 밝히지 않으면 발표된 순위가 마치 대학 전반의 경쟁력을 나타내는 것처럼 오해할 수 있다"며 "대학 경쟁력 평가에 대한 올바른 정의부터 먼저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학생교육을 얼마나 잘 시키느냐보다 우수학생을 얼마나 많이 확보했느냐에 따라 순위가 결정되는 시스템도 문제"라며 "이는 소위 일류대의 위치를 더욱 공고하게 하고 반대의 경우 대학 의욕을 꺾는 역효과를 가져온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특히 "높은 점수를 받은 대학들의 경우 상호간 수준차가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미세한 순위 변동에 민감해한다. 순위보다는 단계 등급으로 결과를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올 10월 대학평가 발표를 하는 더 타임즈의 의뢰를 받아 평가 업무를 대행하는 영국 QS社의 벤 소터(Ben Sowter) 수석 조사관 등이 참석해 더 타임즈의 대학평가를 소개하고 비판 의견을 수렴했다.
  
  소터 조사관은 "영ㆍ미권 국가의 대학들이 대학 평가에서 상위권에 편중되는 것은 사실이며 평가 지표가 지나치게 이공계 중심이고 교육의 질적 수준을 반영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타대학 평판 평가'(Peer Review)나 '기업 인사담당자 평가'(Recruit Review) 역시 임의적인데다 응답자 역시 불충분한 면이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호주의 대학들이 실제 수준에 비해 고평가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호주 대학들이 마케팅과 홍보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덕에 높은 순위가 매겨졌다. 작년의 경우 고려대 역시 경쟁력 지표 반영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며 대학들의 홍보가 순위 평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도 인정했다.
  
  소터 조사관은 다만 "평가 지표의 객관성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각 대학 총장들에 대한 설문조사도 병행할 계획"이라며 "권위 있는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하고 해외 학생 유치 등으로 국제화 지수를 높인다면 높은 순위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에 앞서 김영식 대교협 사무총장은 기조강연에서 "교육시장이 개방되고 경쟁이 치열해지는 시점에서 대학평가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 뒤 "대학교육에 대한 기업 등 사회의 요구를 반영해 대학의 특성화와 사회 기여도 중심으로 대교협 평가방식을 개선하겠다"고 덧붙였다.
  
  연합/.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