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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노조가 해마다 파업을 하는 이유는…

사측 '말 바꾸기'와 '거부'로 일관…중노위도 "기가 막혀"

보건의료 노사의 2007 산별협상이 조정시한 이틀 연장에도 불구하고 28일 결렬됐다. 보건의료노조(위원장 홍명옥)는 이날 오전 8시를 기해 간부 파업에 들어갔다.

당초 27일 자정까지였던 조정시간이 다섯 차례나 추가로 연장되며 노사는 밤샘 마라톤 협상을 벌였지만 끝내 이날 오전 8시까지 임금과 비정규직 부분에서 의견차를 좁히지 못해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 김유성)가 '조건부 직권중재' 결정을 내렸다.

협상 과정에서 노사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해 정규직 임금의 일정 비율을 사용하는데 구두로 합의를 했지만 사용자단체는 최종 제시안에서 이를 번복했다. 사용자단체는 중노위의 중재안도 거부했다. 보건의료노조가 지난 2004년부터 해마다 파업에 돌입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 보건의료노조가 28일 오전 8시를 기해 파업에 들어갔다. 2007 산별교섭이 조정시한을 이틀 연장해가며 협상을 벌였지만 끝내 결렬됐기 때문이다. ⓒ프레시안

중앙노동위원회, 보건의료노사에 '조건부 직권중재' 결정
▲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2004년 이후 해마다 파업 후 협상 타결이라는 공식을 밟아 왔다. 28일 열린 총파업 선포식에서 머리띠를 묶고 있는 보건의료노조 조합원들. ⓒ프레시안

중앙노동위원회는 이날 오전 "보건의료노조가 요구한 임금협약 등에 노사간 의견조율을 통해 조정안을 제시하는 등 조정이 이뤄지도록 노력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보건의료노조 측이 자율 교섭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혀 조건부 직권중재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조건부 직권중재란 중노위가 노사 모두에게 중재안을 강제하는 직권중재를 일시적으로 보류하는 것을 말한다. 중노위는 "보건의료노조의 쟁의행위로 수술실, 응급실, 중환자실, 신생아실 등 필수업무가 유지되지 않아 환자들이 제때에 정상적인 진료를 받지 못해 그 질병을 더욱 악화시키거나 생명을 위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중재에 회부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노위의 조건부 직권중재 결정에 따라 보건의료노조의 파업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합법 파업이 됐다.

노조는 일단 이번주 주말까지 간부 파업 수준으로 수위를 조절하겠다는 방침이다.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이번 주말까지 최대한 교섭은 하겠지만 사용자들의 태도가 계속 똑같으면 다음 주 중으로 전면 총파업에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사용자들의 비정규직 운운, 정규직 임금인상률 낮추려는 핑계"

지난 2004년 이후 해마다 '교섭 결렬→노조 파업→협상 타결'의 공식을 밟아 왔던 보건의료노사다. 올해는 지난 26일 자정까지였던 조정시간이 이틀 연장되면서 파업 없는 협상 타결의 기대도 불러왔었다. (☞ 관련기사 보기 : "중노위도 사측 태도 기막혀 해") 하지만 4년째 보건의료노조는 파업에 돌입하게 됐다.

홍명옥 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총파업 선포식에서 "기쁜 소식을 전해드리고자 몇 날 며칠을 꼬박 세우며 교섭을 했지만 결과는 참혹했다"며 "사용자들의 태도는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비참한 수준이었다"고 비판했다.
▲ 28일 오전까지 이어진 밤샘 협상에서 노조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해 정규직 임금을 양보하겠다고 밝혔지만 사용자단체는 끝내 이마저도 거부했다. ⓒ프레시안

홍 위원장은 "오늘 오전 투쟁대책회의를 통해 '사용자가 우리가 타결할 수 있는 안을 들고 와서 도장을 찍어달라고 아무리 애원해도 도장 찍지 않겠다'고 결의했다"며 "올해 산별파업은 임금 1%, 2%를 올리는 투쟁이 아니라 보건의료 산별노조의 자존심을 회복하는 투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건의료노조가 이처럼 강력히 반발하는 것은 노조가 '정규직 임금 동결을 통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까지 받아들이겠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용자단체가 이마저도 거부했기 때문이다.

노사는 오랜 공방 끝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정규직 임금 인상을 연동해 결정하는 데 합의했지만 사용자단체가 내부 투표를 거쳐 들고 온 최종 안에는 이런 내용이 빠져 있었다. 정규직화 대신 정규직 임금의 일부를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에 쓰겠다는 것이었다. 노조는 '정규직화'가 아닌 '처우개선'은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사용자들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난색을 표해 임금 동결까지 양보하며 노조가 협상 타결을 위해 애를 썼는데 사용자들의 태도는 비정규직을 핑계로 임금 인상률을 낮추고자 했을 뿐이었다"고 비난했다.

중노위 위원들도 이런 사용자단체의 태도에 "기가 막힌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중노위는 예년에 비해 유례없이 노조의 요구안을 더 많이 들어준 중재안을 내놓았다.

보건의료노조는 일단 간부 중심의 파업과 함께 몇몇 병원 로비에서 항의 집회 등을 이어갈 계획이다. 또 노조는 29일 있을 한미 FTA 저지 범국민대회에도 참여한다. 보건의료노조의 파업이 주말을 넘겨 장기화되고 전면 총파업까지 들어가게 될지는 사용자단체의 태도변화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 보건의료노조의 파업이 장기화되고 전면 총파업까지 들어가게 될지는 사용자단체의 태도변화에 달렸다.ⓒ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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