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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는 다른 존재, 싸이코패스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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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는 다른 존재, 싸이코패스가 온다!

[뷰포인트] 첫 공개시사를 가진 황정민 주연의 <검은 집> 리뷰

싸이코패스를 소재로 했다 하여 촬영 전부터 지대한 관심을 모았던 <검은 집>이 드디어 첫 공개 시사를 가졌다. 베스트셀러인 기시 유스케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검은 집>은 이 영화로 데뷔하는 신태라 감독의 연출 하에 황정민이 처음으로 스릴러에 도전했다 하여 더욱 관심을 모은 영화. 시사 전 모든 홍보와 마케팅은 주연을 맡았던 황정민 한 사람을 중심으로 전개되었지만, 실제로 이 영화에서는 황정민뿐 아니라 강신일과 유선 역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오늘 오후 용산 CGV에서 열린 <검은 집> 시사회 자리에도 신태라 감독과 황정민, 유선, 강신일 등이 함께 참석하여 무대인사를 가졌고, 영화가 끝난 뒤에는 기자간담회에 참석하여 대화를 나누었다. 어릴 적 동생이 자신의 눈앞에서 자살한 것에 대한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 보험사 특수조사관 조준오(황정민)는. 어느 날 보험 사정을 부탁한 고객의 집에 갔다가 그 집의 7살짜리 꼬마가 자살한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그러나 보험금을 노린 아이의 의붓아버지, 즉 박충배(강신일)가 아이를 살해한 것이라는 확신 하에 경찰과 별도로 수사를 해나가면서, 조준오는 싸이코패스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되며, 새로운 사건들과 신변의 위협에 직면하게 된다.
<검은 집> 공개 시사 현장 ⓒ프레시안무비 김숙현 기자
<검은 집>은 싸이코패스에 대해 매우 친절한 설명을 여기저기에 배치하며 싸이코패스의 존재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다. 영화의 설명에 의하면 싸이코패스는 인간의 마음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우는 얼굴 속에 섞인 웃는 얼굴을 구별해내지 못하는, 이른바 '인간 감정에 무감한' 이상 성격을 가지고 있고, 자신이 저지른 범죄의 내용과 결과에 대해 논리적으로 명확히 인지하고 있지만 죄책감이나 양심의 가책 따위는 느끼지 않는 사람들이다. 타인의 신체에 대한 존중심이 아예 없는 만큼 - 즉 인간을 철저하게 사물로 대하는 만큼 - 자신의 신체에 대해서도 소홀히 다룬다고 한다. 이쯤에서 드는 의문 한 가지. 과연 우리가 숱한 호러영화들에서 본 그 무수한 연쇄살인범들과 싸이코패스가 별다른 점이 있을까? 그렇지 않다. 한니발 렉터든 버팔로 빌이든 <텍사스전기톱 살인사건>이나 <스크림> 시리즈< <13일의 금요일> 시리즈에 등장하는 연쇄살인범들 모두 싸이코패스라 할 수 있다. 다만 차이점이라면, 전통적인 호러영화들이 대체로 범인들을 완전한 타자의 영역에 두고 주인공의 영역에 외부에서 위협을 가하는 '침입자'로 그리는 반면, <검은 집>에서는 그들이 침입자라기보다는 사회적 교류의 공간에서 마주치며, 주인공이 만나게 되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인연(그것이 악연이든 좋은 인연이든)으로 얽혀 상호작용을 주고받는 존재로 그린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검은 집>이 노리는 공포의 효과는, 외부의 침입자가 주는 절대적인 위협이 아니라, 사회적 공간에서 주고받은 소통과 상호작용의 극단적인 왜곡과 반응양식의 차이에서 발생한다. 그렇기에 그들과 상호작용의 자장 안에 있었던 주인공과, 그러한 주인공을 그린 감독 및 배우들이 싸이코패스들에게서 (비록 그것이 불가능하다 할지라도) 인간적 면모를 기대하며 연민과 동정의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실제로 영화 시사 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신태라 감독은 싸이코패스에 대해 "그들이 괴물 혹은 악마인가, 아니면 불치병 환자인가에 대해 규정을 내리고 싶지 않다"는 관점을 피력했으며, 배우 강신일과 유선 역시 사회적 격리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황정민이 연기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 역시 "싸이코패스와 직접적으로 마주친 일반인(게다가 그는 어릴 적의 트라우마에서 기인한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이 느끼게 되는 혼란과 공포, 연민과 같은 복합적인 감정"을 그리는 것, 말하자면 관객의 입장에서 느끼게 되는 감정들을 대변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황정민은 "내 바로 옆자리에 관객의 자리를 비워놓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검은 집 ⓒ프레시안무비
그러나 '인간의 마음이 없는 자들'로서 싸이코패스를 규정하고서 시작하는 영화에서 주인공이 그들에게 인간적 면모를 기대하는 것은 영화의 존재 기반 자체를 뒤흔드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 호러영화들이 곧잘 남발하는 과도한 사운드 효과나 쇼커(shocker) 장면(관객들을 깜짝깜짝 놀래키는 장면) 없이, 일반적이고 평범한 화면으로 더욱 관객들에게 공포를 선사하고 싶었다는 신태라 감독의 바람은 영화에 일정한 미덕을 부여하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사람들의 인식 구조에서는 이해가 불가능한 싸이코패스라는 존재를 다루면서 지나치게 휴머니즘을 의식했던 감독과 배우들은, 호러영화의 장르적 관습을 충실히 따르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인간의 사회적 / 존재론적 의미에 접근하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위치에서 그만 길을 잃어버린 듯하다. 아마도 고어 팬들이라면 파주세트장에서 무려 열흘간 찍었다는 영화의 클래이맥스 씬('검은 집'의 지하)에서 꽤 만족감을 얻을 수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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