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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 효과', 대통합 기폭제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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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 효과', 대통합 기폭제 될까?

대선 불출마 선언 파장과 전망

열린우리당 김근태 전 의장이 12일 끝내 독배를 들었다. 고건 전 총리,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에 이은 세 번째이지만, 범여권의 외곽을 돌던 대선주자의 낙마와는 성격이 무척 다르다.

정동영 전 의장과 더불어 명실상부한 열린우리당의 최대 주주인 그가 "범여권 대통합의 밀알"을 자처했다는 점에서 범여권에 던진 충격파가 크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과 일부 친노계의 당 사수 명분이 상당부분 위축될 것으로 보여 범여권의 대통합과 대선후보 경쟁 구도에 적지 않은 여파를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불출마 선언 왜?

김 전 의장의 불출마 결정은 전날 오후 4시께 전격적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그는 당초 참석키로 예정됐던 신기남 전 의장의 출판기념회에 불참하고 측근들을 모았다. 김근태계인 민평련 의원들이나 당 중진들과도 상의하지 않은 독자적 결정이었다고 모임에 참석했던 측근들은 전했다.

이어 함께 일했던 핵심 측근들에게 전화로 알렸고 12일 오전 정대철 고문과 일부 대선주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를 정식 통보했다. 그의 측근에 따르면 "아침에 집을 나서는 길에 지지자들 일부가 길을 막고 만류해 간단한 실랑이도 있었다"고 한다.

김 전 의장의 대선 불출마 결정 배경은 한나라당 집권 저지에 대한 절박감과 그에 반해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는 대통합 작업에 대한 답답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전날 박근혜, 이명박 등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의 경선후보 등록으로 분열 가능성을 봉합하고 본격적인 경선 레이스를 시작한 데 비해 범여권에선 대선주자 연석회의의 잇따른 무산, 소통합의 가시화 등 지지부진한 상황을 면치 못한 것에 대한 위기감이 컸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 전 의장은 불출마 회견에서 "20년 전 민주세력의 분열 때문에 6월 항쟁이 군부독재 정권의 연장으로 귀결됐던 실패한 역사를 되풀이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며 "한나라당이 국민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가 되도록 내버려 둘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한 "2007년 대선은 지난 20년 간 우리가 밀고 온 모든 것을 걸고 이를 거꾸로 되돌리고자 혈안이 된 한나라당과의 피할 수 없는 대격돌, 대회전의 시간"이라면서 범여권 대선주자들을 일일이 거명하며 "조건 없는 국민경선 참여"를 촉구하기도 했다.

물론 김 전 의장의 주변에선 오래전부터 유무형의 대선 포기 압력이 있어왔던 것도 사실이다. 우원식 의원은 "하루아침에 한 결단이 아니라 그간 무르익어온 과정의 결과"라며 "희생적 결단을 할 수밖에 없을지 모른다는 분위기가 있었고 결국 이 길 뿐이라는 결단을 본인이 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오래된 고민의 결과인 셈이지만 김 의장 뿐만 아니라 캠프에선 회한의 감정이 역력하게 읽혔다. 김 전 의장은 기자회견 내내 눈가가 붉어있었으며 "김근태가 십자가를 지고 무덤 속으로 걸어가겠다"는 대목을 읽으며 잠시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김근태 효과' 주목

김 전 의장의 불출마 결정은 선언적 의미로만 떠돌던 '기득권 포기'의 실체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가장 크다. 고건, 정운찬 등 앞선 두 대선주자들의 불출마 선언과 차별점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특히 우리당 내 진보개혁 진영의 대표주자로 우리당의 실질적인 대주주가 "대통합이 이뤄지지 않는 다면 내년 총선 역시 저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정치적 퇴로를 스스로 차단한 이날 결정이 범여권 대통합의 전기가 될지 주목된다.

또한 대통합론을 지역주의 회귀로 규정한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구태정치를 하려거든 차라리 정치를 그만두라"는 말까지 들었고, 일부 친노계 의원들에게서도 공개적인 '2선 후퇴' 요구를 받아온 김 전 의장이 기득권 포기의 배수진을 침에 따라 대통합론자들에게는 청와대의 공세를 반박할 수 있는 큰 명분이 될 수도 있다.

아울러 민주당과 중도신당의 통합 선언을 앞두고 소통합의 고착화 양상에도 일정부분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김 전 의장의 불출마 선언이 국민적 공감대로 이어질 경우 대통합 추진의 기폭제가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특히 지난 8일 16명 의원들의 탈당으로 시작된 열린우리당의 붕괴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선구도 변하나

범여권 대선구도의 판세에 영향을 미칠 것인지도 관심사다. 여론조사 상으로는 김 전 의장이 1~2% 대의 극히 저조한 지지율을 받아온 만큼 대선주자가 한 명 빠진 것 자체는 큰 의미가 없다.

그러나 김 전 의장이 국민경선제에 대한 참여를 간곡히 호소한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등은 일정한 압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들이 통합신당을 통한 국민경선제 참여를 선언할 경우 '김근태 효과'는 대선구도의 전환점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또한 김 전 의장이 한명숙, 이해찬 전 총리, 김혁규 전 지사 등 친노계 대선주자들을 일일이 거명하며 조건 없는 국민경선제 참여를 당부한 만큼 대선주자 연석회의와 제3지대 통합신당 추진에 마뜩치 않은 시선을 보내 온 이들의 향후 행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김 전 의장과 함께 실질적으로 당을 이끌어 온 정동영 전 의장에게도 일부 백의종군 압력이 작용할 수도 있으나 김 전 의장의 불출마 선언으로 상당부분 이에 대한 요구가 해소된 점 등으로 미루어 표면화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이 과정에서 김 전 의장은 정치권 내 각 세력과 중진들, 대선주자들, 시민사회진영을 두루 접촉하며 대통합의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전 의장 개인으로서도 불출마 선언 이후의 역할이 더욱 주목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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