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황진이> 드디어 베일을 벗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황진이> 드디어 베일을 벗다

[이슈 인 시네마] 화려한 예인의 모습보다 사랑에 아파하는 '인간' 황진이의 모습 강조

오랫동안 베일에 휩싸여 있던 <황진이>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영화를 제작한 씨네2000과 씨즈엔터테인먼트 측은 오늘(23일) 낮 두시 서울 시내 극장에서 기자/배급시사회를 갖고 마침내 <황진이>를 첫 공개했다. <황진이>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은 취재진이 몰린 와중 시사회 좌석이 부족해진 바람에 제작사 측은 급히 같은 극장 내에 다른 관을 추가로 빌려야 했을 정도였다. 영화 <황진이>는 1997년 <접속>으로 데뷔해 장기 흥행에 성공한 뒤 <텔미 썸딩>과 <썸>을 만든 장윤현 감독의 네번째 연출작이자, 2004년의 <썸> 이후 3년만에 내놓는 신작이다. 벽초 홍명희의 손자인 홍석중의 소설을 원작으로 송혜교가 캐스팅이 됐을 때부터 영화에 대한 관심은 하늘을 찌를 정도. 비슷한 시기에 하지원이 황진이 역을 맡았던 TV 드라마 버전 때문에 더욱 뜨거운 관심을 받았고, 금강산에서의 촬영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고급스러운 검은색 주조의 한복을 입고 거대한 가채를 머리에 두른 채 도도하고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는 송혜교의 <황진이> 포스터는 공개되자마자 폭발적인 주목을 받기도 했다.
컨피덴셜과 야수 ⓒ프레시안무비
그러나 실제로 공개된 영화 <황진이>는 영화 포스터의 도전적인 문구에서 풍기는 분위기와 달리, 조선시대 숨막히는 신분 질서 제도 하에서 어릴 적부터 함께 한 노비인 '놈이'(유지태)와 애절한 사랑을 나누는 가녀린 여인이다. 별당아씨로 자라났으나 실은 몸종의 딸로 태어났다는 비밀이 밝혀진 뒤, 자신에 대한 상사병으로 죽은 동네 청년의 관 위에 치마를 덮어준 황진이는, 이후 기생 '명월'의 길을 선택하고 화적 두목이 된 놈이가 잡혀 죽을 때까지 안타까운 사랑을 나눈다. 비록 송도(지금의 개성)에 새로 부임한 사또 유희열(류승룡)과 마치 <위험한 관계>의 주인공들처럼 당대 도덕군자로 소문난 선비들을 유혹해 '본 모습을 까발리는' 놀이를 즐겨 행하기는 해도, 영화가 주로 비추는 황진이는 양반들을 갖고 노는 희대의 팜므파탈이라기보다는 한과 슬픔을 품고 방황하며 세상의 모진 풍파를 한몸으로 맞는 애처로운 여인이다. 영화는 다소 길게 느껴지며 조금 느슨한 감도 있는 게 사실이지만, 주체성과 재능, 그리고 강한 면모 뒤로 가녀린 내면을 지닌 10대 사춘기 소녀의 내면의 성장을 다룬 영화로, 특히 검은색을 새롭게 발견해 낸 영화로 평가할 만하다. <황진이>는 오는 6월 6일 시네마서비스의 배급을 통해 개봉할 예정이다. 상영이 끝난 후 장윤현 감독과 주연을 맡은 송혜교, 유지태, 류승룡은 상영회장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영화 <황진이>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다. 다음은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오간 질문과 답들을 요약한 것이다. .
황진이 ⓒ프레시안무비
- 개인적으로 '팜프파탈' 황진이를 기대했으나 조금 단선적이어서 아쉬웠다. 연출에서 주안점을 둔 부분은? 장윤현 홍석중의 원작이 너무 좋았고 이를 영화로 알리고 싶었기 때문에 영화화한 것인데, 원작이 워낙 방대해 이를 간추리다보니 부담이 많이 됐던 게 사실이고 그래서 아쉬운 점들도 나오는 것같다. 나는 홍석중의 원작이 해석하고 있는 황진이란 인물을 영화 속에 그대로 담고 싶었고, 바로 그 점이 기존에 묘사된 많은 버전의 황진이 이야기들과 차별점을 가질 것이라 생각한다. . - 드라마 <황진이>와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감독과 배우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장윤현 촬영 도중 드라마가 방영되어서 챙겨봤지만, 기본적으로 기획 방향이 완전히 달랐다. 우리의 영화는 예인 혹은 기생 황진이의 모습보다는 '여인' 황진이의 모습이 강하기 때문에 큰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었다. 관객 입장에서도 드라마 <황진이>와 비교하면서 보는 재미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송혜교 처음엔 긴장이 됐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촬영 중간중간 몇 편을 보고서 오히려 다행이라 생각했다. 드라마와 우리 영화는 얘기하고자 하는 게 완전히 다르다. 내가 연기한 황진이는 예인으로서, 기생으로서 화려한 황진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첫 사극이라 처음에 대사를 하는 게 힘들었지만, 자리를 잡은 다음에는 잘 적응하고 다른 배우들과 감독님 덕분에 수월하게 촬영할 수 있었다. 유지태 완전히 다른 영화기 때문에 별 부담도 없었다. 황진이 역할의 송혜교나 희열 역할의 류승룡 등 워낙 다른 배우들이 훌륭한 연기를 펼쳤기에 이 영화에 함께 한 것이 기뻤다. 류승룡 내가 맡은 캐릭터는 드라마에는 등장하지 않은 캐릭터로, 홍석중의 원작에 등장하는 캐릭터다. 그래서 큰 부담이 없었다. .
황진이 ⓒ프레시안무비
- 비주얼 연출에서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장윤현 내 이전작들은 모두 도시를 배경으로 한 것들이다. 도회적인 감각이 내게는 매우 익숙하고, 그래서 <황진이>에서도 전통적인 감각 위에 도시적인 감각을 덧입히고자 노력했다. 우리의 민속적인 색깔이라 하면 역시 붉은색인데, 이를 버리고 전혀 다른 색을 쓰리라 마음먹었다. 아무래도 도시 감수성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무채색이 어울릴 것 같았고, 그래서 우리 영화의 주요 색조는 무채색들이다. 그밖에도 황진이의 의상이나 헤어스타일에 도시적이고 현대적인 감각을 많이 부여하고자 했다. . - 각 역할을 연기하는 데에서 주안점을 둔 부분은? 송혜교 기존의 황진이들은 대부분 예인 황진이로 화려한 모습들인데 우리가 굳이 그걸 또 할 필요가 있나 생각했다. 오히려 현대의 우리와 똑같은 고민을 하고, 똑같은 아픔과 상처를 가진 '인간' 황진이를 부각하고자 했다. 유지태 원래 홍석중 원작소설에서 놈이의 캐릭터는 벽초 홍명희 선생의 '임꺽정'을 표본으로 하는 캐릭터라 한다. 원작에서도 놈이는 '모든 여인들이 안겨보고픈 사내'로 그려진다. 그러나 내가 이 역을 맡게 되면서 임꺽정의 느낌을 낼 수는 없었기에 유지태만의 놈이를 만들고자 노력했고, 유지태만의 놈이로서 매력을 발산하고자 노력했다. 내 입으로 내가 매력적이라 할 수는 없고, 그저 관객들이 보고 그렇게 느껴주셨으면 좋겠다. 류승룡 희열의 캐릭터로 인해 극에 보편성이 생기는 것 같다. 이런 인물은 언제나, 과거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는 그런 인물이다. '권력'을 대변하면서 한편으로 황진이에게 시련과 갈등을 주는 인물이다. 워낙 다른 배우들과 감독님이 도움을 많이 주셔서 수월하게 해낼 수 있었다. .
황진이 ⓒ프레시안무비
- 송혜교와 유지태는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스타들이다. 해외에서 반응이 어떨 것같은가? 송혜교 그저 좋게, 즐겁게 봐주셨으면 한다. 감독님 이하 배우들과 스탭들 모두가 너무나 열심히 노력한 만큼 그게 잘 전달됐으면 한다. 유지태 먼저 한국의 관객들이 좋아하셨으면 좋겠고 그 다음 북한, 그리고 외국 관객들도 더불어 좋아해주셨으면 한다. . -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송혜교의 대사톤이 차분히 가라앉아 있어 좀 무거운 느낌을 받았는데, 감독이 배우에게 어떤 황진이를 주문한 건가? 장윤현 황진이는 처음 별당에서 밝고 호기심도 많다. 기생이 된 후, 그녀는 기생임에도 양반들이 함부로 하지 못하고 오히려 양반들에게 큰소리를 치는 일종의 '권력자' 같은 모습도 갖고있다. 영화가 길고 황진이 인생에 굴곡이 많은데 그런 점들이 부족해 보였다면 감독의 연출 탓이다. 내가 배우에게 요구한 황진이도 그런 모습이었다. 별당아씨 시절엔 호기심 많은 밝은 소녀이지만 뒤로 갈수록 가슴에 간직한 것이 많은 그런 캐릭터로 연기해 달라고 주문했다. 송혜교 내 연기는 철저하게 계산하는 스타일이라기보다는 그때그때 느낌에 충실한 스타일이다. 처음부터 감독님을 믿고 따르며 마치 배우는 학생과 같은 마음자세로 임했다. . - 기억에 남는 대사들을 하나씩 들어달라.
황진이 ⓒ프레시안무비
송혜교 관객들도 크게 반응하셨던 대사인데, 영화 말미 "기생년을 이렇게 어렵게 품는 사람도 있답디까?"라는 대사가 가장 강렬한 것같다. 유지태 황진이가 서화담을 만나러 갔을 때 서화담이 들려주는 "고통은 마음 속에 있다"는 얘기가 가장 마음에 남는다. 류승룡 황진이가 아침에 뿌리칠 때 "언젠가 이 우물을 다시 찾을 것이다"라고 하면서 이후 황진이를 때리는 장면, 여기에 특히 애착이 간다. . - 관객 입장에서는 <황진이>에 애정씬이 많기를 기대했을텐데 넣지 않은 이유는? 장윤현 처음부터 이 영화에서는 황진이가 놈이와 첫날밤을 치르는 장면, 그리고 희열과 잠자리를 갖는 장면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여기에서 중요한 건 '행위'가 아니라 바로 그런 장면에 이르는 '과정'이고, 이때 황진이가 갖게 되는 '감정'이다. 진이가 가진 진정성에 대해 혹여 오해를 줄 수 있을 것같아서 처음부터 베드씬은 배제하는 것으로 송혜교와 합의를 했고, 대신 저 장면들에서는 클로즈업과 음악을 강하게 사용하여 진이의 심정에 공감을 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 - 류승룡 씨는 <거룩한 계보>와 <박수칠 때 떠나라> 등 많은 작품에 출연했지만 이 작품으로 주연급으로 발돋움한 것 같다. 감회가 어떤가? 배우에겐 단역급, 조연급, 주연급의 구분이 없다고 생각한다. 단역이라도 좋은 역이 있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주연급이라니 조금 민망하기도 하다. . - 황진이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해석했는가? 송혜교 나 역시 처음에는 다른 평범한 사람들과 별 다를 바 없이 비슷한 정도로 황진이를 알았다. 많은 책과 드라마, 영화 등에서 모두가 각자 해석한 황진이의 캐릭터가 있다. 나 역시 시나리오를 보고 느낀 그대로, 나만의 상상 속에서 탄생한 황진이를 만들려 노력했다. . - 놈이가 보여주는 '희생적인 사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유지태 예전에 감독님과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진정한 사랑이란 상대를 그대로 인정하고 그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가 한다. 놈이의 사랑이 바로 그렇다. 영화 끝까지 겨우 손 한 번 잡고 키스도 못해보는 사랑이지만, 황진이의 모습을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인 진정한 사랑이었다. 이 역은 실존인물이 아닌 가상인물이기 때문에 다른 배우들 및 감독님과 소통하면서 놈이를 만들어갔다. .
황진이 ⓒ프레시안무비

- 마지막으로 영화 <황진이>와 관련해 한 마디씩 해달라. 장윤현 부족한 점이 많지만, 이 작품은 기존 나의 작품들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찍었고, 개인적으로 공부도 많이 됐다. 연기가 많이 보이는 영화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내 영화인생에 중요한 분기점이 될 영화다. 송혜교 열심히 한 만큼 많은 관객들에게 사랑받았으면 한다. 유지태 주연급인데 그렇게 작은 역으로 출연하냐는 얘길 들은 적이 있는데, 나는 이 영화를 하면서 참 기쁘고 행복했다. 한국영화가 많이 어려운 시점인데, 많이들 영화를 사랑해 주셨으면 한다. 류승룡 자랑스러운 영화라 생각한다. 이 영화에 참여할 수 있게 돼서 참 기쁘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