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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행복지수를 높이자"

[프레시안-여성재단 공동캠페인]"딸들에게 희망을" <1>

최근 한국사회의 화두는 단연 행복이다. 서울시를 비롯하여 지자체의 수장들은 지역의 시민행복지수를 높이겠다고 공언하고, 이름난 대통령 후보들도 하나 같이 대한민국 행복지수를 높일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아울러 언론들 또한 저조하기 짝이 없는 행복지수를 우려하며 국정지표에 이를 도입한 다른 나라의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다.

왜 그런 걸까? 국민소득 2만불 시대, 이제는 성장에 대한 만족감을 느끼며 행복지수를 말해도 좋은 때인가?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녹록하지만은 않다.

언제까지 앞만 보고 달려갈 것인가

'세계 최고'를 웅변하며 앞만 보고 달려온 사회에 빨간 불이 켜진 것은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매일 평균 33명이 자살하는 나라,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에서 가장 높은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다. 그렇다. 우리사회의 지도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행복을 말하는 이유는 그야말로 행복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를 어떻게 해야 할까? 지도자들이 말하는 대로, 행복한 정책과 행복한 법, 행복한 제도를 만들고, 행복한 공원과 행복한 녹지환경을 조성하며, 행복한 기술을 개발하면 우리는 과연 행복해질까? 물론 그럴 것이다. 그런데 이 행복한 계획에는 뭔가 중요한 한 가지가 빠져 있다.

빗발치듯 총알이 쏟아지는 전쟁터와 아사(餓死)지역에 파견된 긴급구호요원들의 행복지수가 세상에서 가장 높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지상에서 가장 위험하고 고통에 신음하는 이들과 함께 하는 초조한 삶이 가장 행복하다고 하는 역설의 이유는 바로 사람을 치유하는 사명에 참여한다는 데 있다. 굶주리고 다친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이 단지 허기와 상처만을 달래주는 것일 때는 행복지수가 그렇게 높을 수 없다. 그들이 지상에서 가장 행복한 이유는 사람이 사람과 나눌 수 있는 가장 큰 선물, 즉 생명을 나누기 때문이다. 자존감을 회복하고 용기를 북돋우어 생기와 활력을 찾게 하는 일, 사람들의 마음을 생동하게 하는 일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길도 결국 사람이다. 다른 도리가 없다. 지금까지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배제된 사람들의 삶에 생명력을 되찾아주려는 노력, 그것이 매우 시급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성공한 사람들을 칭찬하는 사회에서 좌절한 사람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사회로 옮아가야 한다.

이렇게 해서 행복지수가 올라가면 희망을 꿈꾸는 사람들도 많아질 것이다. 생각해보면, 행복은 희망의 다른 이름이다. 오늘처럼 희망이 희박한 사회에서 행복을 느끼기란 결코 쉽지 않고,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이들이 희망을 그릴 수는 없는 거니까.

내가 홍보대사로 참여하고 있는 한국여성재단이 이번 5월에 그 희망과 행복지수를 동시에 높이는 캠페인을 전개한다. 2007 여성희망캠페인 "딸들에게 희망을!"이 그것이다. 올해로 5년째 벌이고 있는 이 캠페인은 때마다 중요한 사회적 문제에 주목해 왔는데, 올해는 '빈곤의 여성화'를 집중적으로 여론화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빈곤의 여성화란 빈곤이 여성의 얼굴을 하고 있다는 뜻으로, 점차 여성들이 빈곤층으로 전락하여 절망적인 빈곤층을 형성하는 사회현상을 의미한다.

1%의 불행에 주목하는 한국, 요원한가

최근 가족해체율이 증가하면서 갑자기 늘어난 여성가장의 존재는 우리 사회의 빈곤율을 높이고 있다. 실제로 일자리를 안내하고 창업을 지원하는 기관들에 줄지어 늘어서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여성가장들이다.

어느 연구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지금 한국사회 여성가장의 70~80%가 빈곤층으로 전락하기 직전의 차상위계층에 포진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들이 빈곤층으로 대거 전락하거나, 혹은 빈곤층에서 탈출이 불가능한 절망의 빈곤층으로 주저앉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 우리사회 여성계가 심각하게 우려하는 현실이다. 여성은 세대가 높아질수록 빈곤하고(여성노인의 절대적 빈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빈곤해진다.

행복지수가 높은 북구 유럽의 나라들에서 우리가 얻는 교훈은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고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국민소득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 성숙도가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성숙한 사회문화란 '국민 중 99%가 행복하고 1%가 불행한 사회는 과연 행복한 사회일까?'를 끊임없이 질문하면서 1%의 불행에 함께 아파하고 그 절망에 동참하는 사회를 뜻한다.

오늘 우리가 이 땅의 딸들에게 희망을 주자고 제안하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여성상위시대를 열려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행복지수를 높이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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