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 PD가 가족을 동반하고 회사 공금으로 외유성 출장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KBS의 인터넷 사이트에는 네티즌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고 여의도 KBS본관은 마치 초상집 같은 분위기다.
KBS PD와 방송관계자들은 이번 일에 대해 철저하게 진상을 조사하고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고 방송을 새롭게 개혁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이며, 정연주 KBS사장은 진상조사후 직접 대국민 사과를 하고 대대적 쇄정작업에 돌입하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거센 '개혁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KBS, "윤리위원회, 윤리강령 제정 추진"**
<KBS사진>
한 교양국 PD는 27일"동행교수의 투고 내용이 사실이라면 잘못을 한 것이 명백한 만큼 과연 어느 선에서 담당PD의 책임을 묻게 될지에 모두들 주목하고 있다"며 "사내에서 들리는 말로는 감사실에서는 어느 정도 진상파악이 끝난 상태인 것으로 보이고 이제 '면직'이냐 아니면 '장기 정직'이냐의 결정만 남은 상태인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다른 PD는 "단순한 개인의 실수가 아니라는 판단이 나올 경우 지휘에 책임이 있는 간부들에 대해서까지 재발방지를 위해 책임을 묻거나 '위치 이동'이 있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내부의 삼엄한 분위기를 전하며 "이번 기회에 윤리강령을 정하는 등 내부적인 자정노력을 확실히 보여주지 않으면 KBS는 시청자들의 신뢰를 얻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언론노조 KBS본부의 한 간부도 "정연주 사장이 진상 조사후 직접 시청자들과 국민에게 사과를 할 것이라는 말도 들린다"며 "정 사장의 스타일로 볼 때 이번 기회에 아예 사내에서 문제되는 부분들을 과감하게 개혁하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는 28일 월례회의를 앞두고 있는, KBS 노사로 구성된 '공정방송위원회'의 노조측 담당자인 권오훈 간사는 "이번 공방위에서 이번 의혹을 계기로 사내 윤리위원회 구성과 윤리강령 제정 논의를 확실하게 의제로 삼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KBS 감사실 관계자는 이번 문제와 관련, "감사실에서는 감사 내용을 일절 외부에 발설할 수 없다"며 즉답을 피하면서도 "문제가 있었던 것이 사실인 만큼 이번 주 안에 인사위원회에서 이 문제에 대한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고 문제 PD에 대한 징계를 시사했다.
***"박 교수 주장 '과장' 여부도 조사중"**
KBS 개혁에 앞장서온 한 소장파 PD는 "이번 사건을 변명할 생각은 조금도 없고 자성과 개혁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점에서도 이의가 없다"고 전제하고 "하지만 박 교수의 글이 다소 과장된 부분이 있다는 의견도 있어 PD연합회가 좀 더 자세하게 진상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강택 KBS 프로듀서협회 회장도 "현지에서 같이 작업을 한 현지 카메라맨의 의견으로는 박 교수의 주장에도 다소 과장된 면이 있다는 말이 있어 이를 신중하게 확인중"이라며 "오후 3시 이후에 PD협회의 입장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 교수 글에 다소 과장된 면이 있더라도 사안의 성격상 이번 사태를 적당한 선에서 수습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는 판단을 하고 있어, 중징계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외주제작, 홍보성 프로그램 후속조치 주목돼**
방송계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지난 4월 취임한 정연주 사장이 사내분위기 쇄신과 자정을 내세워 개혁성향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로 삼을 것으로 내다보며, 정 사장의 추후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 사장은 지난 4월28일 취임사에서 "지금까지 대충대충 넘어온 부도덕하고 부정한 사례들도 적지 않다는 점을 듣고 있다"며 "그런 비윤리적이고 부정한 사례들에 관련된 분들은 불명예스럽게 문제가 공개적으로 제기되기 전에 스스로 KBS를 떠남으로써 스스로 자신의 명예를 지키시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정 사장은 또 언론인으로서의 직업윤리와 관련, "촌지와 돈 문제에서 떳떳해야 한다는 것은 언론인으로서 지켜야 하는 가장 최소한의 윤리"라며 "돈과 관련된 그 어떤 떳떳하지 못한 처신이 발견되면 그것은 바로 KBS에서 퇴출되는 것을 뜻한다는 점을 명심하시기 바란다"고 선언했었다.
따라서 정 사장 입장에서 이번 사태는 묵과할 수 없는 행위이며, 문제 PD를 중징계하는 동시에 이를 계기로 정 사장 표현을 빌면 '지금까지 대충대충 넘어온 부도덕하고 부정한 사례들'에 대한 대대적 숙정작업이 단행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방송계에서는 KBS를 포함한 방송가의 고질적 문제점으로 외주제작 비리 의혹, 홍보성 연예-출판 관련 프로그램 등을 꼽고 있어 이에 대한 정사장의 후속조치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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