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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세(勢)부족의 비애 뼈저리게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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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盧 "세(勢)부족의 비애 뼈저리게 느꼈다"

개헌유보 불만 토로…"차기주자들 대통령 되는 데만 급급"

노무현 대통령은 29일 "정치의 요체는 대의명분과 세력, 그리고 전략"이라며 "대의명분이 뚜렷해도 세력이 없으면 일을 이룰 수가 없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한 "명분 없이 세력만 가지고 이익을 쫓는 정치는 오래 가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브리핑>에 게재한 '개헌발의 유보와 관련해 국민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통해 "저는 이번 일로 세 부족의 비애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의명분은 분명했던 개헌이 세 부족에 의해 좌초됐다는 인식인 셈이다.
  
  노 대통령은 "이번 개헌을 둘러싼 정치권의 태도를 보면 대의는 간 곳이 없고 오로지 정략과 타산만 있었다"고 비판하는가 하면 "정치가 죽어가고 있다"고도 말했다. 이와 함께 노 대통령은 당초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라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던 개헌관련 국회 연설문 전문도 공개했다.
  
  개헌안 발의 유보를 결정한 지 보름이 지난 뒤에 글을 게재한 이유와 관련해 청와대 측은 "그냥 묻어두고 가기가 아까웠다"는 이유를 밝혔지만, 이틀 전 노 대통령의 측근 인사들이 대거 집결해 '참여정부 평가포럼'을 발족시킨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제라도 돌이킬 수 있다면…"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에서 노 대통령은 "국회에서 부결되더라도 끝까지 개헌의 대의를 고수하는 것도 가치와 명분이 사는 정치행위이고 다음 정부에 개헌의 부담을 지우는 효과도 있을 것이지만, 이번 저의 개헌 제안의 목적이 정치적 명분을 살리고 생색을 내자는 것보다는 어떻게든 개헌의 가능성을 높이자는 것이었으므로 명분의 이익을 죽이고 개헌의 가능성을 좀 더 높이는 쪽을 선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은 "이제라도 돌이킬 수 있는 길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임기 내 개헌에 대한 강한 미련을 내비치며 이같이 말했다.
  
  노 대통령은 "어느 정당이 정권을 잡더라도 다음 국회에서 개헌을 하자면 당선된 대통령의 임기를 1년 가까이 단축해야 한다"며 "그럼에도 왜 굳이 다음 국회에서 개헌을 하겠다고 고집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참으로 기가 막히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다만 "돌이키지 못하면 아무리 어렵더라도 정치권이 반드시 약속을 지켜야 할 것이다"고 압박했다. 노 대통령은 "아쉽다는 생각은 떨쳐버리고 이번 약속이 다시 무산되는 일이 없도록 이를 지켜나가는 데 힘을 모아달라"며 "약속이 지켜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약속을 한 사람들이 그 약속을 무겁게 느끼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 처지가 참으로 견디기 힘들었다"
  
  노 대통령은 특히 한나라당과 언론에 대한 강한 불만을 거침없이 토로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은 그냥 반대를 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함구령을 내려 논의 자체를 봉쇄하고 심지어 저의 개헌 제안을 정략적이라거나 재집권을 위한 음모라고 뒤집어씌우기까지 했다"면서 "신뢰를 저버린 수준을 넘어 민주주의 자체를 부정한 처사를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고 비판했다.
  
  노 대통령은 "민주주의가 이렇게 왜곡되고 짓밟힐 수도 있구나 생각하니 참으로 고통스러웠다"며 "상식을 벗어난 일을 그냥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는 저의 처지가 참으로 견디기 힘들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또한 "더욱 저를 힘들게 한 것은 언론들의 태도였다"면서 "그들 역시 개헌을 주장했으나 개헌 논의를 외면한 데 그치지 않고 노골적으로 개헌논의를 덮었다. 소위 진보를 자처하는 언론도 마찬가지였다"고 날을 세웠다.
  
  "원래 내각제를 하고 싶었지만…"
  
  한편 노 대통령은 이날 함께 공개한 국회연설문과 관련해 "(한나라당의 국회연설 반대에도 불구하고) 나는 연설문을 완성했다. 한 자 한 자 제 손으로 직접 작성했다"면서 "참모들에게 한나라당이 대통령의 국회연설을 끝까지 반대해 국회연설이 불가능해질 경우 국회 앞 계단에서라도 연설을 하겠다는 결심을 말하고 만반의 준비를 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연설문에서 노 대통령은 "대통령 단임제는 결코 좋은 제도가 아니다. 오랜 기간 독재 정치에 시달린 나라, 아직도 민주주의에 자신이 없는 나라에서나 채택하고 있는 제도이지 민주주의를 잘하고 있는 나라에서는 채택하지 않는 제도"라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은 "단임으로는 미래를 내다보는 정치를 불가능하게 한다. 멀리 내다보고 국정을 계획하고 추진하기 위해선 좀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단임제 아래에서는 연임이 없으니 임기 3년이 지나면 당정관계에 레임덕이 온다"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은 "13대 대통령 이후 모든 대통령이 탈당을 해야 하는 사태는 이런 이유 때문"이라며 "이것은 인간적으로도 매우 불행한 일일 뿐만 아니라 국정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책임정치의 실종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대통령 단임제보다 더 국정을 어렵게 하는 것이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가 서로 달라 선거가 너무 자주 돌아오고, 국회의원 선거에선 대통령에 대한 견제심리가 작용해 여소야대의 국회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면서 "대통령과 국회의원 선거를 동시에 실시해 여소야대의 가능성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은 "책임은 없고 반대를 본분으로 생각하는 야당보다 책임을 지고 일을 하는 여당이 더 많아야 국정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그래도 여소야대가 되는 경우에는 정치문화로 이를 극복하는 수밖에 없다"면서 "여소야대로 인한 국정의 비효율을 방지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내각제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은 "원래 내각제가 저의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이를 개헌안으로 제기할 만한 상황이 아니므로 개헌안으로 내놓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결국 우리가 여소야대 국회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일치시키는 개헌을 하는 것"이라며 "그렇게 하고도 여소야대 국회가 되는 경우에는 동거정부, 연합정부, 대화와 협력의 정치문화 등의 관행을 만들어 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대선주자들 대통령 되는 데에만 급급"
  
  노 대통령은 연설문에서도 한나라당과 언론에 대한 강한 불만을 그대로 드러냈다.
  
  노 대통령은 "지금 차기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는 분들이 개헌을 반대하는 것을 보면 이 분들은 당장 대통령이 되는 데만 급급할 뿐, 당선된 다음에 대통령으로서 국정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데는 관심이 없는 분들이 아닌가 싶다"고 비난했다.
  
  노 대통령은 "나라가 잘 되기 위해선 지도자가 될 사람들이 당장의 유리한 상황을 지키는 데 급급한 나머지 상황이 흔들릴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만으로 무엇이 유리한지 아닌지도 판단하지 못하는 그런 사람이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처음 한나라당이 말을 바꾸기 시작한 것은 차기 대선 예비후보들에 대한 여론의 지지가 높이 올라가서 굳어져버린 것처럼 보인 2006년부터"라며 "2002년에도 한나라당 후보의 지지도가 높을 때는 개헌이 필요없다고 말을 했다가 소위 '대세론'이 무너지자 개헌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그러다가 본선에 들어가서 백중세가 되자 자신의 임기를 단축하는 한이 있어도 개헌을 하겠다고 공약했다"고 들췄다.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의 말 바꾸기는 이렇게 정략적인 계산에서 시작된 것"이라며 "대통령이 지지기반의 붕괴를 무릅쓰고 결단하여 천신만고 끝에 타결한 한미 FTA조차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결과가 나오고 있는 형편인데, 개헌이 어떻게 한나라당에 불리한 결과가 된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이미 두 번이나 말을 바꾼 한나라당이 또 다시 말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보장할 수 있겠느냐"고 비난했다.
  
  노 대통령은 언론에 대해서도 "이렇게 하면 언론의 신뢰도 땅에 떨어질 것이다. 스스로 무덤을 파고 있는 것이다. 훗날 참으로 부끄러운 기록으로 남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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