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의 개봉영화

[뷰 포인트] 2007년 4월 둘째 주

거장과 신인감독의 영화가 함께 개봉하는 묘한 주다.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영화 <천년학>과 김한민 감독의 데뷔작 <극락도 살인사건>이 이번 주에 함께 개봉하며 대결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일각에서는 과거 대가의 영화가 개봉하는 날엔 일부러 피해가는 게 불문율이었다는 점을 들어 충무로의 지형도가 달라졌다며 한탄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오히려 두 영화의 동시 개봉은 '한국영화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는 재미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각각 소리꾼과 고수인 두 의붓남매 간의 20여 년에 걸친 애잔한 감정을 그린 영화 <천년학>과 고립된 섬에서 살인사건을 마주하며 점차 공포와 혼돈에 빠져드는 주민들을 다룬 장르영화 <극락도 살인사건>은 현재 한국영화의 스펙트럼의 끝과 끝을 보여준다는 평이다. 헐리웃 블록버스터 <고스트 라이더>가 미국에서의 흥행 성공을 기회로 국내에서도 발빠르게 개봉날짜를 잡았다. 마블 코믹스의 캐릭터를 원작으로 한 <고스트 라이더>가 과연 <300>을 이어 "헐리웃 영화의 부활"이라는 일부의 주장을 증명시켜 줄 것인지 기대가 집중되고 있다. 한편 이보다는 좀 작은 규모의 헐리웃 영화로, 변사체로 발견된 인기 배우의 죽음을 추적해가는 스릴러 <헐리우드 랜드>도 이번 주에 개봉한다. 일본영화 두 편도 함께 개봉한다. 작년 부산영화제에서 소개되어 열화와 같은 반응을 얻었던 일본영화 <혐오스런 마츠코의 생애>는 평단에서도 매우 호평을 받은 영화고, <전국자위대 1549>는 대규모 예산이 투입된 블록버스터 대작이다. .

천년학 감독 임권택 주연 조재현, 오정해

실패한 떠돌이 소리꾼 유봉 밑에서 남매로 자라난 동호와 송화는 어릴 적부터 서로에게 애틋한 감정을 품고 있다. 그러나 동호는 가난이 지겨워 가족을 떠나고, 송화는 시력을 잃고 장님이 된 뒤 아버지처럼 떠돌이 소리꾼이 된다. 그리고 20년, 서로의 감정을 단 한번도 입밖에 낸 적 없이 둘은 스침과 엇갈림을 반복하며 서로를 그리워한다.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로 영화로 큰 화제를 모으고 있는 <천년학>은 1993년 개봉한 <서편제>와 동일한 인물들이 나오지만, 이들 둘 사이의 감정에 초점이 맞추어지면서 완전히 다른 영화로 선보인다. 아름다운 풍광 안에 노장만이 전해줄 수 있는 삶의 지혜와 아픔을 담았다. .

극락도 살인사건 감독 김한민 주연 박해일, 박솔미

주민 17명이 사는 작은 섬 극락도에 파견된 형사들은 주민들이 모두 사라져버렸다는 이곳에서 살인의 흔적은 보지만 시체는 찾아내지 못한다. 사건의 발단은 화투판에서 벌어진 의문의 살인사건. 무전기만이 유일한 통신수단이던 이곳에서, 함께 도박을 하다 사라진 덕수가 가장 유력한 범인으로 의심받지만 그가 남긴 흔적도 심상치는 않다. 마을사람들은 보건소장 제우성을 중심으로 추리에 열을 올리지만, 시체는 늘어만 가고 곧 마을 사람 모두가 서로를 의심하며 흉폭해지고, 비밀들이 수면으로 떠오른다. 실제 있었던 사건을 1986년 배경으로 극화했다. 전통적인 연쇄살인 추리극과 귀신 전설을 혼합한 미스터리 고어 추리극. .

고스트 라이더 감독 마크 스티븐 존슨 주연 니콜라스 케이지, 에바 멘데즈

세계 최고의 모터싸이클 스턴트 챔피어인 자니 블레이즈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메피스토펠레스에 영혼을 판 뒤 고스트라이더가 돼 밤마다 불에 휩싸인 해골의 모습으로 헬 바이크를 타고 거리를 질주하며 사람들의 영혼을 사냥한다. 자신의 운명과 정의감 사이에서 방황하던 자니는 첫사랑 록산느를 만나면서 더욱 갈등이 커지고, 이 와중에 메피스토텔레스는 세상의 지배를 꿈꾸며 음모를 꾸민다. 마블코믹스의 최고의 인기 캐릭터를 영화화한 작품으로, 미국에서 개봉 주 박스 오피스 1위에 올랐으며 지금도 큰 흥행수익을 올리고 있다. 니콜라스 케이지가 헬 바운드를 모는 고스트 라이더로, 피터 폰다가 메피스토텔레스로 출연한다. .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감독 나가시마 테츠야 주연 나카타니 미키, 에이타

행방불명 상태이던 고모 마츠코가 사체로 발견된 뒤 쇼는 고향에 내려와 유품을 정리하게 된다. '혐오스런 마츠코'로 불리던 그녀는 원래 학교 선생님으로, 제자의 절도사건 때문에 해고 당하자 가출을 한 뒤, 작가 지망생과 동거를 하게 된다. 그러는 계속해서 사랑하는 남자로부터 배신당하는 생활을 거듭하던 끝에 몸을 살인죄로 감옥에서 8년간 복역한다. 출소 후 그는 절도사건의 범인이던 제자를 만나 다시 사랑에 빠져드는데… 전통적인 호스티스 물의 줄거리로, 원래 무거운 내용이었던 베스트셀러 원작소설을 발랄한 코미디와 뮤지컬로 영화화했다. <불량공주 모모코>로 독특한 영화 스타일을 선보인 나가시마 테츠야 감독의 영화. .

할리우드 랜드 감독 알렌 쿨터 주연 에이드리언 브로디, 벤 에플랙

1959년 TV 인기 시리즈 <슈퍼맨의 모험>에서 슈퍼맨으로 출연중이던 배우 조지 리브스가 자택에서 총상에 의한 변사체로 발견된 실제 사건을 소재로 한다. LA 경찰은 그의 죽음을 자살로 결론 내리지만 타살이라고 확신하는 그의 어머니는 사립탐정을 고용해 그의 죽음을 조사하게 한다. 이에 따라 조금씩 헐리우드의 추악한 비밀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TV 시리즈 <소프라노스>와 <섹스 앤 더 시티>의 연출을 담당했던 알렌 쿨터의 장편 데뷔작. 벤 애플랙이 이 영화로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에이드리언 브로디가 사립탐정 루이스 시모어 역을 맡았으며 다이안 레인이 조지 리브스와 불륜 관계에 있었던 토니 매닉스(MGM 사장의 부인)로 출연한다. .

전국자위대 1549 감독 데즈카 마사아키 주연 에구치 요스케, 스즈키 교카

일본 자위대의 비밀 실험 중, 마토바 대령이 이끄는 실험부대와 16세기 전국시대의 사무라이들의 시공간이 바뀌어 버린다. 과거로 돌아가 그들을 데려오기 위한 작전이 수립되고, 실험을 이끌었던 레이는 한때 마토바의 부대에 속해 있었으나 지금은 작은 식당을 하고 있는 카지마 유스케를 찾아가 도움을 청한다. 그러나 카지마는 레이의 요청에 냉담하기만 한데… 박중훈이 주연을 맡았던 <천군>에 표절 시비를 제공했던 바로 그 영화로, 무려 15억엔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었다. 감독인 데즈카 마사아키는 일본에서 <고질라> 시리즈로 유명한 감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