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 탈당…"창조적 해산 뒤 최종적 재회"

"시간만 낭비하면 대통합신당의 길 멀어져"

천정배 의원이 28일 열린우리당 탈당을 선언했다. 임종인, 이계안, 최재천 의원에 이어 4번째 탈당이다. 그는 열린우리당 창당 주역이자 원내대표를 역임했고, 현 정부에서 법무부장관을 지낸 여권의 대선 경선후보들 가운데 한 사람이다.
  
  "우리당 자체가 걸림돌"
  
  천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래지향적 민생개혁세력의 대통합신당을 추진하기 위해 우리당의 품을 떠나기로 했다"고 탈당을 공식 선언했다.
  
  그는 "열린우리당은 민생의 안정과 개혁을 바라는 국민의 열망에 부응하지 못해 신뢰를 잃고 지탄의 대상이 됐다"며 "우리당의 현실을 보면 더 이상 기대를 가질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민생개혁 전진에 우리당 자체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원칙 있는 대통합으로 가기 위해서는 걸림돌을 제거해야 한다. 그것은 우리당의 발전적 해체, 창조적 해산이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리의 잘못을 통렬히 반성하고 우리당을 발전적으로 해체해 모든 미래지향적 민생개혁세력이 결집하는 대통합신당의 길을 열어가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며 "우리당의 틀에 갇혀 귀중한 시간만 낭비한다면 대통합신당의 길은 멀어지고 말 것"이라고 주장했다.
  
  탈당 결심의 배경과 관련해 천 의원은 "지금 준비되고 있는 전당대회가 미봉으로 가고 그 후에도 표류하면서 시간만 낭비하게 될 것이라는 판단을 굳히게 됐다"며 "연초부터 많은 고뇌를 했고 결국 전당대회 전에 한시라도 빨리 새로운 길을 가는 것이 민생개혁세력의 전진을 가져오고 희망을 가져오는 데 최선의 길이라고 믿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의원들과 진로 문제를 놓고 많은 논의를 했지만 탈당 문제는 각 개인의 결단에 따르는 게 옳다. 나 자신의 독자적 결정에 따라 탈당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동안 천 의원과 진로에 관한 논의를 함께 해 온 이상경, 제종길, 김재윤 의원 등의 추가탈당 여부가 주목된다.
  
  "최종적으로 다시 만나는 길을 모색"
  
  탈당 후 행보와 관련해 그는 "광범위하게 개혁적 인사들을 모으는 노력을 하겠다"며 "그러나 어느 누구도 확실한 노선과 비전과 정책을 따져보고 뭉쳐야 한다"고 말했다. 천 의원은 "그것이 잡탕세력의 통합일 수는 없다. 원칙 있는 미래개혁세력의 통합이 돼야 한다"며 "비전과 노선과 정책을 분명히 하고 공유하는 사람들이 모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당을 사수할 분들은 그 나름대로 노력을 하고 나 같은 사람들은 밖에 나가서 나름대로 노력을 통해 서로 선의의 경쟁을 해가고 최종적으로 함께 만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 민생개혁세력 전체를 위해 바람직한 길"이라고 밝혔다. 지금 당장은 노선에 따라 '일시적 결별'을 하더라도 연말 대선 전까지 반(反)한나라당 세력의 대결집이 완성돼야 한다는 논리인 셈이다.
  
  그는 특히 "민생개혁 대의에 동참하기는 어려운 사람도 있을 수는 있겠지만 그러나 사람을 중심으로 하겠다는 얘기는 아니다"고 말했다. 대통합 논의 과정에서 개혁세력의 주도권을 분명히 해 두면 민주당 및 우리당 보수ㆍ실용파의 수용은 문제될 게 없다는 인식이다.
  
  천 의원은 이어 탈당 후 단기적으로 당을 구성하는 방안에 대해 "구체적인 생각은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교섭단체 구성과 관련해선 "의정활동을 잘 하기 위해 필요한 여건을 만드는 것은 나쁘지 않지만 결정적인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합 신당의 길은 기성 정치인들을 중심으로만 되는 게 아니라 더 많은 바깥 인사들과 새로운 역량을 보충받기 위해 기성 정치인들의 위상이나 기득권에 대해선 양보할 각오가 있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기득권 양보의 의미에 대해 그는 "누구든 큰 민생개혁세상을 연다는 대의를 위해 개인적 이익을 포기할 수 있는 정신과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얘기"라고 했고, 통합의 조건으로 민주당이 내건 우리당 창당주역 2선 후퇴 요구에 대해서도 "대의를 위해서라면 제 모든 것을 바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주 탈당 러시 분수령
  
  한편 천 의원의 탈당으로 일찌감치 탈당을 공언한 염동연 의원 등의 추가 탈당이 이어질지 주목된다. 염 의원은 29일 중앙위원회 논의를 지켜본 뒤 이르면 30일 께 탈당을 결행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내달로 예정된 전당대회의 정상적 개최 여부를 가름할 중앙위원회에서 기초당원제로의 당헌개정이 무산될 경우 '탈당 러시'가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김한길 원내대표와 강봉균 정책위의장, 주승용 의원 등이 개별적, 집단적으로 탈당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탈당이냐 당분간 관망이냐를 저울질 하고 있는 정동영 전 의장이 탈당대오에 가세할 경우 우리당은 걷잡을 수 없는 붕괴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