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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삼성-경찰 유착' 의혹이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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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삼성-경찰 유착' 의혹이 풀렸다"

"경찰, 삼성 앞 집회 막기 위해 이유 없이 13명 연행"

"높은 광고탑에도 올라가 보고 추운 겨울날 한강도 수영으로 건너봤지만, 방송사를 비롯해 오늘처럼 기자들이 많이 온 것은 처음 본다. 삼성 앞에서 집회를 한다는 이유로 언론이 많은 관심을 가져주는 것 같은데 삼성이 그렇게 큰 권력인가 싶어 서글픈 마음이 든다."

19일 오후 서울 남대문 삼성 본관 앞에서 열린 '삼성에스원 1700명 대량해고 규탄집회'에 참가한 '삼성에스원노동자연대' 소속인 한 노동자의 말이었다.

지난 8월 서울남대문경찰서의 질의회시 문서로 인해 하루 아침에 삼성에스원으로부터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이들(☞ 관련기사 보기 : 삼성에스원 영업전문직 '무더기 계약해지' 왜?)을 비롯해 200여 명의 노동자들이 이날 삼성 본관 앞에서 집회를 갖고 "삼성에스원 계약해지의 근거였던 경찰청의 문서는 지난 2일 법제처에 의해 잘못된 유권해석으로 밝혀진 만큼 에스원은 이들을 모두 원직복직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 삼성에스원에서 영업전문직으로 일하다 지난 8월 회사로부터 일방적으로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노동자들이 19일 삼성 본관 앞에서 집회를 가졌다. ⓒ프레시안

'007 작전'으로 겨우 얻어낸 삼성 본관 앞 집회

이들이 그 어렵다는 삼성 본관 앞 집회를 열 수 있었던 것은 스스로 '007 작전'이라고 이름 붙일 만큼 사전에 치밀하게 짜여진 계획과 행동 덕분이었다. 삼성 본관 앞은 삼성이 관할경찰서인 남대문경찰서에 직원을 상주시키다시피 하며 1년 내내 집회 신고를 해 놓는 덕에 집회 열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려운 곳으로 알려져 있다.

집회 날짜로부터 1개월 전부터 접수를 받아 선착순으로 집회의 권리를 갖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언제나 삼성 직원보다 한 발 늦기 일쑤였다. 이들 역시 수차례 집회 신고를 내기 위해 경찰서를 찾았지만 번번이 실패하곤 했다.

실패의 경험 끝에 이들은 치밀한 계획을 짰다. 지난해 12월 20일 0시에 남대문 경찰서를 찾은 뒤 이를 휴대폰 카메라로 촬영해 집회 신고서를 접수하면서 가장 먼저 왔다는 증거물로 제시했다.

"기자회견 시작도 전에 13명 연행한 의도가 뭐냐?"
▲ '타도 삼성'이라고 쓰인 피켓을 든 집회 참가자들 뒤로 삼성의 사설 경비원들이 본관 정문을 지키고 있는 것이 보인다. ⓒ프레시안

하지만 삼성 본관 앞에서 집회를 열기 위한 이들의 수난은 여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집회에 앞서 이날 오전 삼성에스원 노동자들의 원직복직을 위해 다산인권센터, 인권단체연석회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 17개 시민사회 단체들이 만든 공동대책위원회가 서울 서대문의 경찰청 앞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갖는 자리에서부터 13명이 연행된 것.

연행된 사람들은 노동자연대 소속 노동자 10명과 이상무 민주노총 경기본부장 등이다. 이들은 현재 서대문 경찰서 등 3곳으로 나뉘어 조사를 받고 있다.

하지만 기자회견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이들이 연행된 시점에는 경찰과 물리적인 충돌도 없었고 기자회견을 준비하기 위해 현수막을 펼치자마자 잡아갔다"며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다산인권센터의 박진 활동가는 "기자회견을 시작도 하기 전에 참석한 사람들 가운데 남자들을 연행해 갔다"며 "이는 오후로 예정된 삼성본관 앞 집회를 못하게 하려는 시도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권미정 민주노총 경기본부 본부장은 "삼성과 경찰의 유착관계에 대한 의혹이 많았지만 오늘 일로 의혹이 아니라 야합임이 확실해졌다"고 비난했다.

이날 경찰의 대거 연행에 항의하는 의미로 집회에서 삭발을 한 김오근 노동자연대 위원장은 "우리나라의 경찰이 삼성의 발 아래 있다는 것이 너무나 한심하고 또 한심하다"며 "삼성에게 우리가 얼마나 독하게 싸울 것인지 보여주기 위해 삭발했다"고 밝혔다.
▲ 이들은 '하늘의 별따기'라는 삼성 본관 앞 집회를 위해 '007작전'을 벌여야 했다(좌). 이날 집회에서 삭발을 한 김오근 삼성에스원노동자연대 위원장(우). ⓒ프레시안

초등학교 3학년 은빈 양 "아빠 보니 성실히 일해도 쫓겨날 수 있구나…"

▲ 노동자연대 소속의 조낙현 씨의 딸 은빈 양이 아빠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고 있다. ⓒ프레시안

이날 집회에서는 삼성에스원노동자연대의 회원인 조낙현 씨의 딸 은빈 양이 아빠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송해 눈길을 끌었다.

초등학교 3학년인 은빈 양은 "아빠에게 드리려고 열심히 편지를 썼는데 아빠가 연행돼 이 자리에 안 계시다"며 "열심히 일했던 아빠가 왜 하루 아침에 직장에서 쫓겨나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은빈 양은 이어 "학교에서는 성실하고 정직하게 일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고 배웠다"며 "성실히 일한 대가가 해고통보가 담긴 한 장의 종이라는 것이 어린 제게는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음은 은빈 양이 읽어 내려간 편지의 주요 내용이다.

얼마 전, 범법자라는 누명을 쓴 것이 너무나 억울해서 우리 곁을 잠시 떠난다던 아빠를 아직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그런데 그것이 벌써 6개월이 됐네요.

어느 날 집으로 배달돼 온 한 통의 편지를 보고 엄마는 또 엉엉 우시기 시작했습니다. 한 사람당 2억 원씩 배상하라는 뚜렷한 글씨, 도대체 우리 가정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아빠의 사정을 알게 됐어요. 우리 아빠가 그토록 열심히 일해 왔던 직장, 삼성에스원에서 하루 아침에 해고됐다는 것을 알고 저 역시 분노로 몸서리를 쳤습니다. 아빠가 잘못한 게 있다면 가정도 모르고 열심히 일한 것뿐인데, 왜 가족들에게가 아니라 삼성에스원에 2억 원을 배상해야 하나요.

쉬는 날에도 고객들의 전화를 받느라 우리와 놀아줄 틈도 없을 만큼 아빠는 열심히 일을 하셨지요. 그렇게 성실히 일한 대가가 해고통보가 담긴 한 장의 종이라는 것이 어린 제게는 이해가 잘 되지 않습니다.


학교에서는 성실하고 정직하게 일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고 배웠는데, 그래서 저도 제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살아 왔는데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너무 빨리 알았나봅니다.

삼성에스원 아저씨들, 책임감이 느껴지지 않으세요? 아저씨들은 쓰면 뱉고 달면 삼키는 3살 짜리 아기보다 못한 것 같아요. 제가 믿는 하느님은 심판하는 분이십니다. 제가 믿는 하느님이 정당한 요구를 하는 우리 아빠와 다른 삼촌들을 위해 싸워주실 걸 믿습니다.

아빠, 건강한 모습으로 가족 곁에 돌아오실 때까지 기도할게요.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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