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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뜰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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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뜰 수 있을까?

[정치 깊이읽기] 정치권 문턱에 '성큼'…범여권 '촉각'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범여권의 '히든카드'가 될까? 현재까지 거론되는 기존 주자들로는 내년 대선이 난망한 범여권에서 '정운찬 대안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에선 어떤 계파를 막론하고 호응도가 높다. 정 전 총장 본인도 "정치를 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정운찬-김근태 '밀월'?

오래 전부터 여권의 '제3후보'로 거론돼 왔던 정 전 총장이 최근 새삼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하루가 다르게 그의 발언이 정치권 문턱에 근접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정 전 총장은 20일 MBC와의 인터뷰에서 "정치 참여에 대해 생각을 전혀 해 본적이 없다고 말한다면 이제는 거짓말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 직은 내게 너무 벅차 보인다"고 몸을 낮췄지만, 정치 얘기만 나와도 손사래를 치던 얼마 전까지의 태도와 비교해봐도 매우 다른 태도다. 최근 사석에서는 "나는 승산 없는 싸움은 하지 않는다. decisive(결단력 있는)한 사람"이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정 전 총장의 이같은 적극적인 태도 변화는 김근태 의장이 물꼬를 터 뒷받침한 것에 힘입은 바 크다. 경제계, 시민사회계, 노동계 등 외부세력을 아우르는 평화개혁세력의 대통합을 주장하는 김 의장은 늘 정 전 총장을 연대의 맨 앞줄로 거론해 왔다. 정 전 총장은 김 의장의 경기고와 서울대 경제학과 1년 후배다.

또한 김 의장은 이달 초 정 전 총장과 만나 정국 상황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장은 또한 일부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차기 대선후보로 역량이 있고 충분히 자격이 있다. 정 전 총장이 결단해 주면 좋은 일"이라고 공개적으로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다. 김 의장이 고건 전 총리에 대해선 "논쟁이 불가피한 후보"라고 각을 세운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이에 따라 김 의장과 정 전 총장 사이에 판짜기와 관련한 모종의 교감이 형성된 게 아니냐는 해석이 있다. 김 의장은 '정운찬 카드'로 당면한 범여권 정계개편 흐름의 주도권을 쥐어나가는 한편, 정 전 총장을 위한 '킹 메이커'로 한 발 물러서는 그림이다.

두 사람 사이에 이 같은 교감이 오갔다고 해도 아직까지는 구체적인 구도로 표면화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대안 부재에 허덕여 온 범여권의 거의 모든 세력이 정 전 총장에 대한 우호적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아직 정리될 문제가 많음을 반증하기 때문이다.

유인태 의원은 "당 내에서 정 전 총장을 좋게 생각하는 의원들이 많은 것 같다"고 인정했다. 한 재선 의원도 "개인적으로야 정치권에 발을 들이고 싶겠느냐만 결국은 시대의 요청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주당에도 정 전 총장과 막역한 관계인 김종인 의원이 물밑에서 가교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효석 원내대표도 "가까운 시일 내에 정 전 총장을 만나겠다"고 말했다.

고건 전 총리의 경우, 그의 가담을 표면적으로는 환영한다는 입장이지만 내심 경계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고 전 총리 쪽은 "정 전 총장이 정치를 할지 여부는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대선주자 경선에 뛰어들 경우 흥행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며 말을 아꼈다. 내심은 '정 전 총장까지 극복한 고건'이어야 한나라당 후보와의 한판 승부를 기대해 볼 수 있다는 뜻이겠지만, 정 전 총장이 고 전 총리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점이 여간 신경 쓰이지 않을 수 없다.

왜 정운찬에 주목하나?

내년 대선의 화두가 경제에 집중될 것이 확실시 되면서 여권에선 오래전부터 '경제 대통령' 컨셉을 가장 잘 소화해 낼 수 있는 인물로 정 전 총장이 꼽혀 왔다. 주목할 만한 것은 한나라당에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독주체제가 부각될수록 '정운찬 대항마론'이 함께 커졌다는 점이다. 경제학자 출신으로 서울대 총장을 지낸 '정통 경제학자' 경력이 개발연대에 대기업에서 잔뼈가 굵은 이명박 전 시장과 대조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지율이 바닥에 붙은 여권의 기존 주자들, 좀처럼 지지율 반등 기미가 보이지 않는 고건 전 총리의 답보 국면이 지속된 것도 범여권이 '정운찬 대안론'으로 시선을 돌린 이유가 됐다.

이와 함께 내년 대선 대진표가 영호남 후보 간의 대결구도로 짜일 경우 범여권 호남후보가 한나라당 후보에게 패할 수밖에 없다는 '호남후보 필패론'도 작용했다. 정 전 총장은 충남 공주 출신으로 '지역 통합'의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서울대 총장 시절 '지역균형 선발제'를 도입한 것도 이와 맞아떨어진다.

이에 따라 관심은 벌써부터 정 전 총장이 과연 정치권 문턱을 넘을 시기가 언제인가로 맞춰지고 있다. 여기에는 범여권의 '판'이 정 전 총장에게 유리한 환경으로 짜여지느냐의 문제가 남아 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매우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해 온 정 전 총장으로선 범여권이 노 대통령과의 관계설정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내느냐에 따라 '결심'을 달리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적어도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내부 정리가 매듭지어지는 내년 3~4월은 돼야 정 전 총장의 최종 결심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런 상황정리를 거쳐 정 전 총장이 만약 대권 도전의 결심을 굳힌다면 그 순간부터 맞닥드려야 할 산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고건 전 총리 등 대중적 지지도가 우월한 범여권 선발주자들과의 경쟁은 피해갈 수 없다. 학자 출신으로 정치력이 검증되지 않은 점은 이 대목에선 한계로 지목된다. 그의 경제관이 '개혁'에 부합되느냐도 논란거리다.

또한 정 전 총장이 범여권 후보로 부각되는 순간부터 본격화될 한나라당 등 보수 진영으로부터의 '검증 공세'도 넘어야 한다. 사소한 전력으로 인해 한숨에 무너지는 '제3후보'들의 한결같은 위험 부담이 정 전 총장에게도 상존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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