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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의 몰락'…우리당이 정계개편 '희생양' 될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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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의 몰락'…우리당이 정계개편 '희생양' 될 판

[정치 깊이읽기] 與 '신당파', 사분오열 점입가경

범여권 정계개편의 키를 쥔 열린우리당이 전당대회를 통한 '질서 있는 퇴각'에 실패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무엇보다 구심력의 철저한 붕괴가 가장 큰 원인이다.
  
  15일 오후까지 진행되는 비상대책위의 설문조사를 '참고용' 외에 실효성 있는 의견 수렴 장치로 보는 시각은 거의 없다. 비대위는 당초 17일 지도부 워크숍과 18일 의원총회를 열어 당 진로를 논의키로 했으나 의총은 잠정 연기했다. "예산안 처리가 늦춰진 데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지만, 지도부 중심의 정계개편 논의가 여의치 않은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일부 중진들이 주동해 '합의에 기초한 전대 개최'라는 중재안을 내놓은 중도파도 맥을 못추긴 마찬가지다. 66명의 서명을 받았으나 실속이 없다. 서명한 의원조차 "화합이라는 취지가 좋아 서명은 했지만 전당대회를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 구체적인 얘기가 빠져 있다"고 비판적 태도를 보였다. 중진들의 중재 노력도 사실상 수포로 돌아간 셈이다.
  
  '당 해체 서명운동'에 '고건 중심론'까지
  
  원심력은 더욱 커졌다. 신당파는 통합신당 추진을 위한 발걸음을 서두르고 있다. 중도보수 성향 모임인 '희망21', '실사구시', '안정적 개혁을 위한 모임'(안개모), '국민의 길' 등은 당의 발전적 해체와 전당대회를 통한 통합수임기구 구성에 대한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사실상 당의 해체를 서두르자는 뜻이다.
  
  이들은 오는 19일 '중도정치 구현을 위한 대토론회'를 열어 신당 추진 세몰이에 나설 방침이다. 이들 일각에선 '전대 무용론'이 나올 정도로 전당대회 자체에 대한 회의론이 크다.
  
  이런 가운데 친(親)고건 성향 의원들은 공공연하게 '고건 중심의 통합신당'을 주장하며 또 다른 기류를 형성하고 있다. 고 전 총리를 중심으로 우리당 내 일부 세력, 민주당, 국민중심당 등을 아울러 내년 1월 중 중도포럼 창립을 추진할 예정이다.
  
  연일 정부여당을 성토하고 다니는 당 밖 세력에게서 공공연하게 당의 전망을 찾고 있는 것으로, 정상적인 당에선 해당행위나 다름없다.
  
  신당 '정체성' 논란도 불가피
  
  신당파 내부의 실용-개혁 논쟁까지 재연될 조짐이다. 이는 신당의 정체성 문제에 봉착하면 필연적으로 갈등을 유발하는 요인이 된다.
  
  '안개모' 소속의 김성곤 의원은 "지금까지 우리당은 개혁파가 주도하고 실용파가 뒷전으로 밀려난 상황이었지만 앞으로는 실용파가 주도하고 개혁파가 사이드에서 보족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민주당이나 고건 세력은 모두 중도개혁 혹은 중도실용개혁을 기치로 내걸고 있고 우리당 내에서도 중도실용 세력이 통합신당에 적극적이다"며 "이 세 세력이 합의를 볼 수 있는 최대 공약수 혹은 공동의 가치는 '중도'"라고 주장했다.
  
  민평련 등 김근태계가 '평화개혁세력 대연합'을 주장하는 것과 사뭇 다르다. 특히 김근태계 의원들은 부동산 대책과 한미 FTA 등의 문제를 '개혁 드라이브'로 돌파하자는 뜻이 강하다.
  
  게다가 민평련은 우리당 중심의 통합신당을 선호한다는 점에서 헤쳐모여식 신당 추진을 염두에 둔 중도성향 모임의 입장과는 적지 않은 거리가 있다. 천정배 의원 쪽도 김근태계와 비슷한 태도다.
  
  신당 추진이라는 방향성 말고는 신당파 내부에서조차 어떠한 공통점도 발견하기 힘든 지리멸렬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당 사수파 공세에도 무기력
  
  전당대회에 대한 당 사수파의 은근한 자신감은 신당파의 이같은 사분오열과 무관치 않다. 이들은 신당파가 수적으로만 다수일 뿐 신당 추진의 방법과 내용이 워낙 상이해 유기적으로 결합되기 어려운 세력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뒤집어 말하면 전당대회가 신당파의 희망처럼 '통합신당 추진 결의대회'가 될지 속단하기 이르다는 뜻이다. 또한 당 사수파는 비대위와 신당파가 전대 의제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만들려는 시도를 앉아서 지켜보지 않을 것이 확실하다.
  
  특히 사수파의 대표 세력인 친노계는 몇 가지 무기가 있다.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 참모들의 지원사격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판을 흔들 수 있다. 신당파들이 통합신당 추진의 명분찾기에 실패하면 노 대통령의 개입 여지는 더욱 넓어진다.
  
  연말연초로 예상되는 개각 요인도 변수다.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의 당 복귀 여부가 실질적인 초점이다. 유 장관 본인은 가타부타 언급이 없지만 당 주변에선 복귀를 점치는 관측이 늘어나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는 일부 친노계 의원들의 '희망사항' 수준이지만, 유 장관이 모종의 임무를 갖고 컴백할 경우 친노계의 화력은 더욱 강해진다.
  
  전당대회 치러본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내년 2월 전당대회는 '불완전 전대'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당 사수냐 해체냐를 둘러싼 기본적인 대립구도에 친노-반노 간의 감정싸움, 신당파 내부의 동상이몽 등이 겹쳐 질서 있는 논의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다. "물리적 충돌 같은 볼썽사나운 꼴만 안 보여도 다행"이라는 말이 공공연할 정도다.
  
  난타전만 거듭한 채 전대가 끝나면 그 이후 당의 진로는 더욱 불투명해진다. 통합수임기구가 설치되건 새 지도부가 선출되건 전대 전의 내부 갈등이 고스란히 이월될 게 뻔하다.
  
  노 대통령과 친노파를 쫓아내려는 신당파와 버티는 친노파 간의 진흙탕 싸움은 기본이고, 차라리 당을 나가서 딴살림 차리자는 '해체모여 신당파'의 이탈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전대 뒤엔 민주당 및 고건 전 총리와의 길항과정도 기다리고 있다. 본격적인 범여권 정계개편이 이뤄지는 시기에 우리당이 '덩치 값' 못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고 전 총리가 "새로운 대안정치세력의 형성은 내년 3~4월이 될 것"이라고 예고한 대목은 우리당의 '1차 빅뱅' 시기를 예측한 것으로도 해석해볼 수 있다. 우리당과 민주당이 내부 전열 정비에 실패해 휘청거리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당에게는 민주당도 녹록한 상대가 아니다. 소수이지만 이들은 노련하다. 호남이라는 지역적 기반도 있다. 이를 바탕으로 수지맞는 지분협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결코 통합논의에 호락호락하게 응할 리 없다.
  
  우리당 신당파들은 대부분 이 같은 난관을 예상하면서도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전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데에 맹점이 있다. "국민에 대한 감동"은커녕 '도로 민주당' 혹은 '도로 우리당'으로 주저앉는 모습이 눈앞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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