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다섯 번째로 열린 '환경 책 큰 잔치'의 실행위원회(위원장 박병상 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장)가 '올해의 환경 책' 12권과 '2006 우리 시대의 환경 고전' 17권을 선정해 최근 발표했다.
환경정의, 풀꽃평화연구소, 교보문고가 주최한 '2006 환경 책 큰 잔치'는 지난 17일부터 24일까지 열렸다. 이 행사는 시민들이 환경 책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자는 취지에서 2002년에 시작됐다.
<프레시안>은 '환경 책 큰 잔치' 실행위원회와 공동으로 11월 한 달 동안 하루에 한 권씩 이번에 선정된 환경 책 29권에 대한 서평을 싣고 있다. <편집자>
<작은 것이 아름답다>, E. F. 슈마허 지음, 이상호 옮김, 문예출판사, 2002년.
독일 태생의 영국 경제학자이자 환경 운동가로 유명한 슈마허가 1973년에 펴낸 경제 비평서. 경제 성장 지상주의에 대한 성찰과 반성의 근거를 제공하고, 나아가 혁명적인 사고로 '작은 것'의 가치와 인간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경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1776년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이 출간된 이래 200년 동안이나 대형화와 '규모의 경제'를 지향해 온 주류 경제학 담론에 대한 전복적 도전으로 평가된다.
지은이는, 경제 규모는 인간이 자신의 행복을 위해 스스로 조절하고 통제할 수 있을 정도여야 하며, 이럴 때 비로소 쾌적한 자연 환경과 인간의 행복이 공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더 작은 소유, 더 작은 노동 단위에 기초를 둔 '중간 기술' 구조만이 세계 경제의 진정한 발전을 가져올 수 있으며, 이것이 바로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인간의 얼굴을 한 기술'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중간 기술(intermediate technology)'이란, 근대 기술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데 비해 자원 재생과 지역 에너지 활용을 도모하는 동시에 지역의 고용 관계까지 배려하는 기술이자, 정교한 손과 창조적인 두뇌를 가진 인간을 생산 과정에 복귀시켜 대량 생산 대신 '대중 생산'을 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이 책은 "경제 성장이 물질적인 풍요를 약속한다고 해도 환경 파괴와 인간성 파괴라는 극복하기 힘든 부산물을 낳는다면 미래는 결코 우리를 행복으로 인도하지 못할 것"이라고 갈파하면서, "인간 중심의 경제가 절실히 요구된다. 인간은 우주의 한 작은 기능으로서, 작은 것은 아름다운 것이며 거대함만을 추구하는 것은 자기 파괴로 치닫는 행위다. 따라서 경제학의 당면 과제는 성장이 아니라 인간성의 회복이다"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 방안으로 지역 노동과 지역의 자원을 이용한 소규모 작업장의 형성, 공공 소유와 작은 노동 단위에 기초한 경제 구조 등을 제시하면서, "작은 것은 자유롭고 창조적이며 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편하고 즐겁고 지속적"이라고 강조한다.
더 빠른 성장과 더 커다란 경제에 대한 믿음이 종교적 확신에 이른 듯한 오늘날, 이 책은 경제와 행복에 대한 획일화된 주류 가치관을 숭배하는 대다수 현대인의 뒤통수를 내려치는 죽비소리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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