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다섯 번째로 열린 '환경 책 큰 잔치'의 실행위원회(위원장 박병상 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장)가 '올해의 환경 책' 12권과 '2006 우리 시대의 환경 고전' 17권을 선정해 최근 발표했다.
환경정의, 풀꽃평화연구소, 교보문고가 주최한 '2006 환경 책 큰 잔치'는 지난 17일부터 24일까지 열렸다. 이 행사는 시민들이 환경 책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자는 취지에서 2002년에 시작됐다.
<프레시안>은 '환경 책 큰 잔치' 실행위원회와 공동으로 11월 한 달 동안 하루에 한 권씩 이번에 선정된 환경 책 29권에 대한 서평을 싣고 있다. <편집자>
<월든>,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지음, 강승영 옮김, 이레, 2004년.
1852년 출간 당시에는 별 주목을 끌지 못했지만 오늘날 수십 개의 언어로 번역되어 '19세기에 씌어진 가장 중요한 경전'으로까지 일컬어지는 생태.환경 분야의 고전. 문학적 향취와 철학적 사색이 맞춤하게 녹아 있는 이 책은, 미국의 사상가이지 문필가인 지은이가 2년 동안 홀로 '월든'이라는 호숫가에 들어가 지낸 숲 생활의 고백록이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한 자연 예찬을 넘어, 문명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자 그 어떤 것에도 구속받지 않으려는 한 자주적 인간의 독립 선언문이자 정신적 황무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영혼 지침서로도 명성이 높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삶, 소박하고 단순한 삶만이 인간에게 진정한 행복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소로우의 사상이 아름다운 문장에 오롯이 담겨 있는 이 책은 자연과 더불어 항상 깨어 있기, 절대적인 자유의 추구, 책상머리 교육이 아니라 실천을 통한 교육 등을 강조함으로써 오늘날에도 끊임없는 시사점을 던져주며, 마하트마 간디로부터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이라는 찬사를 듣기도 했다.
산업화가 본격화하기 이전인 19세기에 이미 문명사회의 한계를 예견하여 서양 환경 운동의 씨앗을 뿌렸다고 평가되는 지은이 소로우는 사후에 윌리엄 예이츠, 마르셸 프루스트 등 세계적인 문호들에게 각광을 받았고, 부도덕한 멕시코 전쟁과 노예 제도 반대의 뜻으로 인두세 납부를 거부하여 감옥에 갇히기도 하는 등 자유와 평화에 대한 비타협적 열망과 국가 권력에 대한 시민 불복종 권리를 행동으로 실천했다(소로우의 또 다른 책 <시민의 불복종>도 세상을 바꾼 책으로 손꼽힌다).
본문의 몇 대목만 소개해도 이 책의 진면목과 메시지를 전하는 데 부족함이 없을 듯싶다.
"사치품과 생활 편의품들은 대부분 필수불가결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인류의 향상을 적극적으로 방해하는 장애물이다. 가장 현명한 사람들은 사치품과 편의품에 관한 한 늘 결핍된 인생을 살아 왔다."
"내가 숲속으로 들어간 것은 내 인생을 오로지 내 뜻대로 살아보기 위해서였다. 나는 인생의 본질적인 것들만 만나고 싶었다. 내가 진정 아끼는 만병통치약은 순수한 숲속의 아침공기를 들이마시는 것이다."
"나는 외로움을 느낀 적이 한 번도 없었으며 고독감 때문에 조금이라도 위축된 적이 없었다. 가장 감미롭고 다정한 교제, 가장 순수하고 힘을 북돋워주는 교제는 자연 가운데서 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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