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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루만지는 것이야말로 혁명의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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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루만지는 것이야말로 혁명의 본질"

[2006, 우리 시대의 환경 고전(4)]<나락 한 알 속의 우주>

올해로 다섯 번째로 열린 '환경 책 큰 잔치'의 실행위원회(위원장 박병상 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장)가 '올해의 환경 책' 12권과 '2006 우리 시대의 환경 고전' 17권을 선정해 최근 발표했다.

환경정의, 풀꽃평화연구소, 교보문고가 주최하는 '2006 환경 책 큰 잔치'는 지난 17일 개막돼 24일까지 계속된다. 이 행사는 시민들이 환경 책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자는 취지에서 2002년에 시작됐다.

<프레시안>은 '환경 책 큰 잔치' 실행위원회와 공동으로 11월 한 달 동안 하루에 한 권씩 이번에 선정된 환경 책 29권에 대한 서평을 싣고 있다. <편집자>


<나락 한 알 속의 우주>, 장일순 지음, 녹색평론사, 1997년.
▲ <나락 한 알 속의 우주>, 장일순 지음, 녹색평론사, 1997년. ⓒ프레시안

우리 사회 생명운동의 가장 드높은 봉우리인 무위당 장일순(1928-1994) 선생이 남긴 글과 강연·대담 등을 묶은 문집. 안타깝게도 선생은 일반 대중에게는 그리 널리 알려진 편이 아니다. 그것은 그가 평생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한없이 낮고 겸손한 삶의 태도를 초지일관 유지한 탓이기도 하겠지만, 달리 보면 그의 신념이나 소망과는 정반대로 갈수록 무지막지한 생명파괴로 치닫는 지금의 주류 현실과도 무관치는 않을 것이다.

장일순이 누구인가. 그는 1950년대에 원주 대성학원을 세웠고, 1960년 4·19 혁명 직후에는 혁신정당의 후보로 선거에 뛰어들기도 했으며, 이후 1970년대에는 독재정권의 탄압과 감시 속에서 당시 반독재 민주화 투쟁의 해방구였던 이른바 '원주 캠프'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다.

그 과정에서 정의구현사제단·가톨릭농민회 등의 활동을 묵묵히 뒷바라지했고, 강원도 일대에서 신용협동조합 운동, 지역사회 개발 운동, 유기농 운동, 생협 운동 등의 새바람을 불러일으켰다. 그리하여 원주 봉산동에 자리한 그의 집은 숱한 민주화 운동가들의 피난처이자 오아시스였고, 가난한 자와 소외된 자들의 인생상담소이자 사랑방이었다. 거기서 그는 수많은 이들에게 지혜와 용기를 일깨워주는 사상적 버팀목이자 삶의 안내자였다.

하지만 무엇보다 소중하게 기억해야 할 것은 한살림 운동으로 상징되는 생명운동의 신기원을 열어젖힌 주역이 바로 장일순이라는 사실이다. 그는 '밥이 곧 하늘'이고 '모든 생명은 하나'라는 사실을 설파했다. 곧 "하늘과 땅은 나와 한 뿌리요(天地與我同根), 만물은 나와 한 몸(萬物與我一體)"이라는 것이다.

하찮아 보이는 나락 한 알 속에 위대하고도 신비로운 온 우주의 생명이 담겨 있음을 뜻하는 이 책의 제목이 이를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거니와, 과연 이 책에는 '모심'과 '살림'과 '섬김'으로 요약되는 선생의 생명사상의 정수가 알기 쉽게, 그러면서도 풍성하게 담겨 있다.

선생의 숨겨진 진면목을 보여주는 또 다른 책으로 <좁쌀 한 알>(최성현 지음, 도솔, 2004)이 나와 있지만, 선생의 삶과 사상의 전모를 좀 더 총체적이고도 깊이 있게 조명한 본격적인 평전의 출간이 기다려진다. 이것이, 풀숲의 작은 벌레조차 거룩한 스승으로 모시고, 때리는 것이 아니라 어루만지는 것이야말로 혁명의 본질이라 여기며, 나이 들어 암에 걸려서도 "자연과 지구 전체가 암을 앓는데 하나의 자연인 사람이 어찌 암에 안 걸리겠는가. 암세포도 한울님이니 잘 모시고 가야 한다"고 했던 선생에 대한 한 자락의 예의가 아닐까. 물론 원체 나서기 싫어하는 분이라 정작 선생 자신은 반대하실지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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