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완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2003년 정부가 10·29 부동산대책을 발표하던 때 부인 명의로 서울 송파구 오금동의 52평형 아파트를 계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백만 대통령 홍보수석의 강남 아파트 취득 및 대출 과정을 둘러싼 의혹이 제기된 데 이어 노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이 실장이 부동산 논란에 휩싸여 파장이 예상된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이 실장은 2004년 2월 발표된 정부 관보에 서울 송파구 오금동 오금 2차 S아파트 52평형을 6억8200만 원에 분양받았다고 신고했다. 당시 이 실장의 직책은 대통령 홍보수석비서관.
이 아파트의 계약 기간은 2003년 10월 27일부터 10·29대책이 발표된 29일까지 사흘간으로 이 실장도 이 기간 중 계약을 했다. 입주는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됐으며 현재까지 이 실장은 이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
이 계약이 법적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가 부동산 관련 대책을 내놓는 시점에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강남 아파트 매입에 나선 것이 적절한 처신이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은 '강남불패' 성토, 홍보수석은 '강남진입'
이 실장은 특히 10.29 대책이 발표되기 일주일 전인 22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및 보좌관 회의 뒤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누리꾼의 글을 보면 '서울 강남의 고급 아파트에 사는 공무원들이 부동산 대책을 다루고 있어 가격안정 대책 수립에 한계가 있다'는 등 매서운 지적이 많다는 발언이 회의에서 나왔다"고 소개했다.
이 실장은 이런 발언을 하던 당시 오금동 S아파트 52평형 분양에 부인 명의로 당첨된 상태였다. 그때까지 이 실장은 강북권의 광진구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었다. 요컨대 정부가 서울 강남권 아파트를 겨냥한 부동산 대책을 내놓기 직전 강남권 진입에 성공한 셈이다.
더욱이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아직도 많은 사람이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믿지 않고 있고, 공공연히 강남불패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성토했었다.
이 실장의 계약이 법적 문제가 있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정부가 서울 강남권 아파트를 겨냥한 강도 높은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시점에 현 정권의 실세가 이 지역의 아파트 매입에 나선 것이 적절한 처신인지에 대한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정보업체에 따르면 이 실장의 아파트는 현재 9억5000만∼10억3000만 원에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문제되지 않아"
이에 대해 청와대 윤태영 대변인은 14일 "이 비서실장이 무주택 상태에서 분양 받은 뒤 입주하지 않은 상태에서 비서실장이 돼 비서실장 공관으로 들어왔다"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윤 대변인은 "당초 지난해 9월 입주 예정이었는데, 8월에 비서실장이 됐다"며 이같이 해명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병완 비서실장도 물러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기준 대변인은 이날 "정부가 버블세븐의 대표 지역인 강남권 집값을 중점적으로 관리하겠다던 시점에 청와대 고위 관료가 강남권 아파트를 계약한 것은 서민들이 납득하기 힘든 도덕적 해이"라고 주장했다.
유 대변인은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물러나야 할 사람은 추병직 건교부 장관, 김수현 사회적책비서관, 이백만 홍보수석, 이병완 비서실장 등 '3+1'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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