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정의, 풀꽃평화연구소, 교보문고가 주최하는 '2006 환경 책 큰 잔치'는 오는 17일 개막된다. 이 행사는 시민들이 환경 책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자는 취지에서 2002년에 시작됐다.
<프레시안>은 '환경 책 큰 잔치' 실행위원회와 공동으로 11월 한 달 동안 하루에 한 권씩 이번에 선정된 환경 책 29권에 대한 서평을 싣는다. <편집자>
<지구의 미래로 떠난 여행>, 마크 라이너스 지음, 이한중 옮김, 돌베게, 2006년.
올 가을은 한국에서 기후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 초겨울의 쌀쌀함이 감돌아야 할 철에 모기떼가 극성을 부릴 정도로 이번 가을은 '연장된 여름'이 돼 버렸다. 과거 같으면 언론들은 '기상이변'이란 표현으로 이 '이상한 가을'을 설명했을 터였지만, 그러한 표현은 쉽사리 찾아볼 수 없었다. 더 이상 '이변'이 아니란 인식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젠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러한 이변을 '지구온난화'의 한 현상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지구 전체를 펼쳐놓고 볼 때 지구온난화는 어떠한 모습으로 스스로를 드러내고 있을까? 이 모습들을 연결해 하나의 스토리 라인으로 만든다면 지구의 미래는 어떻게 그려질 수 있을까?
마크 라이너스의 <지구의 미래로 떠난 여행>은 이에 대한 답을 제공해주고 있다. 저자는 '원월드넷(Oneworld.net)' 일원으로 5년 동안 일하면서 중앙 아메리카의 허리케인 미치,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가뭄과 기아, 모잠비크의 대홍수, 베네수엘라의 살인적 진흙사태 등을 취재했다. 이를 통해 그는 이 모든 재해가 지구온난화에 의해 초래된 것임을 서서히 깨닫게 되었지만, 확고한 물증을 찾진 못했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 답을 찾아 '지구의 미래'로 떠났고, 그 여행에서 목격하고 체험한 것이 이 책의 줄거리가 되었다.
3년 동안 그는 다섯 대륙을 다니며 '지구온난화의 현장'을 추적했다. 몽골의 양치기를 인터뷰하고, 알래스카 에스키모, 투발로의 어민, 미국의 허리케인 헌터, 그리고 과학자들을 만났다. 그들은 모두 그에게 절박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현장에서 청취한 생생한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긴급하고 절박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지구 온난화는 지구 전역에 걸쳐 지역별 환경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스스로를 드러내고 있지만 모두가 암담한 장면들이었다. 그래서 지구온난화로 인해 지구상에서 전개되는 인류의 생존 자체가 불투명해지는 것으로, 그는 이야기를 맺고 있다.
이 책의 미덕은 지구온난화를 이론과 담론으로 그리는 것을 넘어 발품을 팔아 지구상의 여러 현장에서 목격되는, 그러면서 미래에 가면 우리 모두 함께 겪게 될 '재앙'을 생생하게 그려주고 있는 점이다. 멀쩡하게 살던 집이 지반 붕괴로 내려앉아버린 알래스카 사람들, 섬나라가 통째로 수몰되고 있는 투발로 사람들, 황사로 매일같이 농토를 잃어가는 중국 변방 농민들, 빙하가 녹아버리는 바람에 식수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페루의 빈민들은 '지구온난화'로부터 발생하는 피해를 온몸으로 겪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 책의 진짜 메시지는 지구온난화가 이대로 지속되면, 지구상의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 모두가 생존의 위협에 처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지금 당장 우리가 꾸려가는 탐욕스러운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이러한 미래는 우리 코앞으로 바짝 다가오게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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