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승리를 이끌었던 네티즌들이 이제 곧 보궐선거 참여운동을 벌일 것이다. 민주당-개혁당 연합이 세 곳 모두 무난히 승리한다.”
민주당 신주류 강경파로 분류되는 한 핵심인사의 말이다.
“투표율은 대단히 낮을 것이고, 주로 고연령층 보수세력들이 투표장에 나갈 것이다. 이들은 노 정부 개혁에 분개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전승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
한 여론분석 전문가의 말이다.
4월 24일 보궐선거 전망에 대해 두 가지 시각이 부딪히고 있다. 주로 민주당 주변에서 이런 논쟁이 곧잘 벌어진다. 이른바 ‘시대정신론’과 ‘현실정치론’의 대립이다.
***‘시대정신론’, 민주당 전승 점쳐**
‘시대정신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미 지난 대선에서 한국정치는 변화했고, 지금도 변화하고 있다는 데에 방점을 찍는다. 정치변화를 열망하는 역동적 지지층이 선거구도를 좌우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과거와 같은 조직표 동원은 이미 효과를 잃었다. 출신지역별 몰표 현상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텃밭 관리의 효과가 없다는 얘기다. 오히려 신인이 참신성과 개혁성에서 더 높은 득표력을 가질 것이다.”
“후보 개개인의 면면을 놓고 보면 유시민 후보를 제외하고는 그다지 참신하거나 개혁적이지 않다. 하지만 이번 보궐선거는 후보 개개인보다는 전국적 정치쟁점에 좌우될 것이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지난 대선에서 구시대 이미지로 완전히 채색됐고, 아무런 변화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 지지층은 실망감과 좌절감에서 분열할 수밖에 없다.”
“반면 노무현 대통령을 만들어낸 세력들이 노 대통령의 개혁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바람을 일으킬 것이다. 새 정부 출범후 첫 번째 선거라는 중요성 때문에 선거열기는 고조되어 갈 것이다. 게다가 정치권의 개혁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이번 보선이 정치개혁의 시금석이라는 의미부여가 이뤄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조직적인 선거참여운동도 벌어질 것이다.”
대략 이러한 논리가 ‘시대정신론’이다. 민주당-개혁당 연합의 전승, 최소한 2:1 승리를 점친다.
***‘현실정치론’, 한나라당 압승 예상**
‘현실정치론’은 정반대다. 지난 대선에서 우리 정치에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긴 했지만 그것은 완성된 것이 결코 아니며, 오히려 대선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강하게 분출된 측면이 강하다는 상황인식에서 출발한다.
“지역구도는 여전히 온존하고 있다. 그런데 호남민심은 지난 한달 반 동안의 인사정책 때문에 양분되는 조짐이 뚜렷하다. 게다가 민주당 내분은 극에 달한 상황이다. 민주당으로서는 전통적 표밭을 놓치고 치러야 하는 최악의 선거다.”
“새 정부 출범 후 서열파괴, 남북-한미관계와 경제문제에서의 불안함 노정, 언론과의 분란 등이 가장 상징적 조치들이었다. 이러한 것들은 고연령층, 보수세력들을 분노하게 하며, 이들을 한나라당으로 결집시켜 이들만 투표장에 나가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노 대통령을 만들어낸 지지층도 단일하지 않다. 그 내부에 보수-개혁 성향이 혼재한다. 보수층은 불안함 때문에 이탈하고, 개혁층은 최근 파병결정, 학원재벌의 아들을 공천한 의정부 같은 곳에 대한 실망감, 대통령 핵심측근들 연루설이 떠도는 나라종금 사건 수사 등이 겹치면서 이탈한다. 노 대통령 지지층은 분열하고 실망하고 있다. 아예 투표를 외면해 버릴지도 모른다.”
“총선은 대선과 다르고, 보선은 더더욱 다르다. 전국적 관심을 모으기 힘들고, 30%에도 못 미치는 저조한 투표율이 나올 것이다. 지역 단위의 선거참여운동 같은 것은 설령 시작된다 해도 영향력이 미미할 것이다. ‘바람’은 아무 때나 부는 게 아니다. 조직표와 토박이 정서에 근거한 지역기반이 선거 승패를 좌우할 것이다.”
‘현실정치론’은 그래서 한나라당의 3:0 승리, 백보를 양보해도 2:1 승리를 점친다.
***신당-정계개편-총선 등 한국정치 앞날 시금석**
이 같은 두 논리가 현재 팽팽히 대립하고 있다. 여의도 곳곳에서 논쟁이 치열하다. 다만 보궐선거 하나에만 국한된 논란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대정신론’과 ‘현실정치론’ 사이의 대립은 민주당과 한국정치의 앞날 전체를 규정한다. 신당 창당이 실제 이뤄질 것인지, 한나라당의 분열이 가시화될 것인지, 정계개편으로 만들어진 신당이 내년 총선 이후 정국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인지 등등 모든 논의가 여기서부터 출발하기 때문이다.
4.24 보궐선거 결과가 그래서 중요하다. 몇 대 몇인지 결과만이 중요한 게 아니다. 투표율, 출신 지역 및 성향별 투표성향, 선거양상 전개과정 등등 면밀히 분석해 봐야 할 주제가 여럿이다.
‘시대정신론’과 ‘현실정치론’, 두 논리 중 하나만 1백% 맞고, 다른 하나는 완전히 틀렸다는 답은 없다. 어느 쪽이 더 맞느냐, 어느 쪽이 더 힘을 발휘하느냐, 초미의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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