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대법원장의 발언 파문으로 인한 법원-검찰-변호사계의 싸움에 경찰도 가세하고 있다. 현재 분위기로는 '수사권 독립'을 주장하고 있는 경찰이 법원을 지지하는 모양새다.
황운하 대전 서부경찰서장은 23일 경찰 내부 통신망에 '검찰의 불법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제목의 글을 올려 "사법제도 개혁을 수사구조 개혁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서장은 지난해 검찰과 경찰이 수사권 조정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할 때 경찰청 수사구조개혁팀장을 맡았던 인물로 경찰측 수사권 전문가다.
황 서장이 이번에 글을 통해 의견을 내놓게 된 데는 고양지원 정진경 부장판사가 법원 내부통신망에 올린 글이 직접적 원인으로 작용했다. 정 부장판사는 지난 22일 올린 글을 통해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함께 갖고 있는 한 공익의 대변자가 될 수 없고, 수사 분야에 인력을 빼앗겨 전문적인 기소기관이 되기도 어려울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검찰이 수사권을 경찰에 넘겨주고 기소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서장은 "정 부장판사의 의견에 동의한다"며 "경찰이 독자적인 수사권을 갖고 검찰은 기소에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서장은 "권력기관이 된 검찰이 기득권과 관련해 불이익을 입게 된다고 판단할 때는 언제나 역공을 가해 왔다는 정 부장판사의 지적이 보다 구체적인 사실로 확인된다면 이는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매우 중대한 범죄행위"라며 검찰을 맹비난했다.
이와 관련해 정 부장판사는 "법원의 잘못된 관행은 검찰을 더욱 권력기관화해 검찰이 무죄판결이나 영장기각에 관해 불만이 있으면 헌법기관인 법관 개인에게까지 전화를 걸어 항의하고 판사에 대해 뒷조사를 하는 등 압력을 가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주장했었다.
이번 황 서장의 글은 내부통신망에 올린 '개인의견'이지만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황 서장의 글에는 경찰관들의 지지 댓글이 이어지고 있고, 지난해 치열하게 전개되던 검·경 수사권 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채 수면 밑에 가라앉아 잠복해 있었던 상황이기에 이번에 다시 갈등이 수면 위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한 현직 경찰관은 "공판중심주의에 대비해 검찰은 재판에 주력하고 수사는 경찰이 전담해야 한다는 정 판사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수사권 조정 공약을 내걸었던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이번 논쟁을 계기로 수사권 조정 문제에 대해 확실하게 결론을 내야 한다는 것이 주변 동료들의 공통된 생각"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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