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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부장판사 "변협, 이기주의에 기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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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현직 부장판사 "변협, 이기주의에 기울어"

"검찰이 항의전화에 뒷조사 압력까지"…대법원장 지원사격

이용훈 대법원장의 발언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현직 부장판사가 검찰과 변호사계의 잘못된 관행을 비판하며 이 대법원장의 발언을 지지하고 나서는 등 법원-검찰-변호사계의 갈등이 전면전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고양지원 정진경(43. 사법시험 25회) 부장판사는 22일 법원 내부통신망에 '대법원장님의 말씀과 관련한 논쟁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려 "대법원장의 발언 취지는 잘못된 법원의 관행을 적절히 지적한 것으로, 이번 논쟁을 과거의 타성을 깨고 법의 취지에 맞는 재판관행을 정립해 나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반성'을 촉구하는 방식으로 글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검찰과 변협에 대해 강한 어조로 비판하기 시작했다.
  
  "검찰, 수사분야에 인력 빼앗겨 전문적 기소기관 되기 어려워"
  
  특히 '수사권'을 언급한 부분이 검찰을 상당히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정 부장판사는 "조서재판의 문제점은 판사들도 대부분 공감하고 있는 문제로, 검찰이 공판중심주의에 호응해 공판검사를 증원하고 있지만 여전히 주된 관심사는 수사에 있다"며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함께 갖고 있는 한 공익의 대변자가 될 수 없는 것이고, 수사 분야에 인력을 빼앗겨 전문적인 기소기관이 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부장판사는 이어 "장기적으로 검찰이 수사권을 넘겨주고 기소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현재 권력기관인 검찰이 수사권을 쉽게 놓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금은 잠잠해졌지만, '수사의 주체'를 두고 검찰과 경찰이 치열한 신경전을 벌여 온 터여서 이런 정 부장판사의 발언은 그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정 부장판사는 검찰의 수사관행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어조로 검찰을 비난했다. 정 부장판사는 "피의자는 법정에서 자신에게 불리하게 사용될지도 모를 (검찰) 신문에 검사의 선처만 바라는 식으로 응하는 게 현실"이라며 "수사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구속영장 청구를 위협수단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지는 원인에 대해 "손쉽게 영장을 발부해 주는 법원의 관행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법원 내부의 자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는 "영장 발부에 신중해야 한다"는 이 대법원장의 주문과 일맥상통한다.
  
  "검찰이 법관에게 전화 걸어 항의하거나 뒷조사"
  
  정 부장판사는 "법원의 잘못된 관행은 검찰을 더욱 권력기관화해 검찰이 무죄 판결이나 영장 기각에 관해 불만이 있으면 헌법기관인 법관 개인에게까지 전화를 걸어 항의하고 판사에 대해 뒷조사를 하는 등 압력을 가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만 "개인적으로 전화항의를 경험하지 못했으나 저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겠다는 내용의 압력은 서울북부지법과 광주법원에서 받아본 사실이 있다"며 "고양에서도 몇몇 검사들이 직접 판사에게 전화를 걸어 영장 기각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사례가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정 부장판사는 "검사와 피고인은 판사에게 재판의 양 당사자일 뿐인데 검사가 법에 규정돼 있지 않은 방법으로 압력을 가하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라며 "검찰의 불법적 행동 사례를 수집하고 대응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이 대목은 검찰의 '압력성 전화' 등에 대해 폭로한 셈이어서 사실관계 확인 여부에 따라 상당한 파문이 예상된다.
  
  정 부장판사는 "과거의 예를 보면 검찰은 자신의 기득권과 관련해 불이익을 입게 된다고 판단할 때는 언제나 역공을 가해 왔다"며 "과연 법치국가에서 이런 일이 있을 수 있겠느냐"고 비난의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변호사들 거짓말 드러나도 윤색해서 허점 감추는 데 급급"
  
  이용훈 대법원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 대한변협에 대한 비판도 빠지지 않았다.
  
  정 부장판사는 "변협이 과거 일정 시점까지 우리 사회에서 인권과 관련해 일정한 역할을 한 점을 인정하지만, 현재 모습은 지나치게 직역 이기주의에 기울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감출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정 부장판사는 "판사는 당사자가 사실을 말하면 양 당사자가 주장하는 사실 중에 어느 것이 진실인가를 가리는 점쟁이여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그 중 하나는 거짓말이 명백하고 변호사가 당사자의 주장과 증거를 검토하다 보면 누구의 주장이 진실인지 판별할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일 터인데도 변호사가 주장이 허위임을 인정하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변호사는 당사자의 이익에 반해 행위할 수 없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당사자를 위해 법정에서 고의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것까지 허용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변호사는 '당사자의 입'에 지나지 않는 것이 현실이고 오히려 당사자가 직접 진술을 하게 되면 허위임이 드러나는 경우에도 이를 윤색해 허점을 감추는 역할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비판했다.
  
  이는 '변호사들이 만든 서류는 대개 사람을 속여 먹으려는 것'이라는 이 대법원장의 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지적한 것으로, 역시 변호사 업계의 강한 반발을 살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장이 옳다. 현재 관행 깊이 반성, 새로운 재판관행 수립해야"
  
  정 부장판사는 마지막으로 이번 논쟁에 대해 "대법원장의 지적은 근본적으로 옳은 것이고, 판사들은 현재의 잘못된 관행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새로운 재판관행을 수립해 나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부장판사의 글에 대해 법원 직원들은 공감한다는 뜻을 나타내며 적극 지지하는 분위기이다. 정 부장판사는 '법조비리' 혐의에 연루된 조관행 전 부장판사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됐을 때 '영장발부 요건이 충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여론에 밀려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 같다'는 취지의 글을 법원 내부 통신망에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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