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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되면 한나라당에 가시적 변화 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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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되면 한나라당에 가시적 변화 있을 것"

[민생대장정 동행기] 지금 손학규는 '탈색' 중

'민심대장정' 77일째를 맞은 14일,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의 아침 일정은 강원도 춘천시의 장애자 보호 작업장에서 시작됐다. 이 곳은 제지회사에서 공급받은 전지를 재단, 포장해서 관공서에 납품하는 작업을 하는 곳이다.

원래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한 수단이었던 손 전 지사의 민심대장정은 본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100일짜리 '체험, 삶의 현장'이 됐다. 측근들은 이제는 가는 곳 마다 사람들이 알아서 일감을 챙겨놓고, 때로는 그 작업장에서 힘든 축에 속하는 일을 일부러 골라 놓는 경우도 많다고 귀띔했다.

왜 100일 대장정을 시작했느냐는 질문에 즉각 답이 돌아왔다. "지사 임기가 끝나고 (대권레이스가 시작되기까지) 딱히 해야 할 일이 없었다. 그래서 이 기회에 아무 조건 없이 사람들을 만나보자. 그들이 정치와 정치인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들어보자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기획의도였다."

기획자가 의도한 것이건 아니건 이 프로젝트는 일단 '대성공'으로 보인다. 최근 한 포털사이트에 탄광 막장에서 시커먼 얼굴로 컵라면을 먹는 그의 사진이 실렸다. 100여 개의 댓글이 걸렸다. 누군가 '쇼'라고 냉소했더니, "쇼라도 좋으니 저렇게라도 해보고 정치 하라"는 반박이 나왔다. 호(好)건 오(惡)건 '정치인 손학규'에 대해 세상이 말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일이 언론을 통해 거의 매일 반복된다. 그러니 '일단' 대성공이다.

'샌님'에서 '상일꾼'으로

그는 소위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괜찮은 대통령 감'으로 여겨졌다. 국회 출입기자들이 뽑은 대통령 후보 1위, 국회의원 보좌관들이 뽑은 대통령 후보 1위, 그리고 중소기업인들이 뽑은 대통령후보 1위….

'저평가 우량주'라는 말은 그래서 생겼지만, 그것이 그의 딜레마이기도 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선 지지율이 기껏해야 2~3%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현역 도지사로 영어마을을 만들고 10억 달러에 달하는 외국 첨단기업들을 유치해도 그 지지도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에게 '대선주자'라는 호칭은 사실 좀 버겁게 느껴지기도 했다. "차차기면 모를까…" 하는 냉소도 없지 않았다.

그랬던 지지율이 최근 모 일간지 조사에서 4.9%를 기록해 '마의 5%'를 넘어서는 것은 시간문제가 됐다. 날고 기는 3인방, 이명박-고건-박근혜의 지지율과 견줄 바는 아니지만, 이들이 기득권화된 지지율의 부침을 겪는 사이 손 전 지사는 '제3의 공간'에 독점적인 위상을 구축하고 있다.

지지율이라는 수치는 어찌보면 이번 민심대장정의 가장 큰 목적인 '손학규 탈색'의 정도를 보여주는 지표다. '샌님' 같은 풍모와 서울대 출신, 옥스포드 대학교 정치학 박사라는 전력이 주는 선입견은 적어도 지금 그의 검게 그을린 얼굴, 덥수룩한 수염에선 찾기 힘들다.

손 전 지사에게 일을 시켜본 농민들이 그를 '상일꾼' 반열에 올려 주고, 막장에서 한 조의 작업시간을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하고 50킬로그램에 달하는 갱목을 져나르는 일을 지켜본 광부들이 저녁 늦게까지 막걸리 판에 끼워주었다는 이야기들도 그의 홈페이지를 메우고 있다. 그의 참모들도 "실제로 손 전 지사를 만나본 사람들은 몸으로 하는 일을 잘 감당한다는 평을 한다"고 강조했다.
▲ 춘천 장애자 보호 작업장에서 포장된 종이를 박스에 담는 작업을 하다가 오전 휴식 시간 중에 한 팀의 장애인으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있는 손학규 전 경기도 지사. 그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100일 대장정을 시작했다고 말한다. 그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는 사이에 그에 대한 지지율은 예전의 두 배로 올라갔다. 사람들은 '입으로 하는 정치보다 귀로 하는 정치'를 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프레시안

바닥에서 술렁이는 말들은 자연스럽게 정치권 내에서도 손 전 지사를 '의미있는' 변수로 바라보게 했다. 홍준표 의원이 손 전지사의 홈페이지에 지지의 글을 올리고 원희룡 의원 등이 현지 동참 활동을 한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최근 '노무현-손학규 연대설'이 나오는가 하면, 여권의 알아주는 전략통이 공개적으로 "열린우리당과 힘을 합치자"고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다.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이나 손학규를 대선주자로 확실히 인정하고 있다는 얘기임에는 틀림없다. 어찌 보면 여의도에서 가장 멀리 벗어나려 했던 그의 민심대장정 프로젝트는 가장 여의도적인 효과를 노리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아직까지 그는 여의도 얘기에 관해선 입을 꾹 다문다. 하지만 "연말쯤 되면 가시적인 변화가 보일 것"이라고 했다. 나날이 구보수의 방향으로 진격해가는 한나라당의 변화 가능성을 낙관하며 한 말이다. 그 중심은 손학규가 될 것이라는 자신감이 엿보였다.

하지만 그가 원하는 혁신적 보수로 한나라당을 환골탈태시키고 그 당의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있을까? 손학규 개인 이미지의 탈색만으로는 이를 장담하기 어려워 보인다. 100일 대장정을 통해 형성되고 있는 '손학규 현상'이 이명박-박근혜의 기득권까지 넘으려면 아무래도 플러스 알파가 필수불가결하다는 얘기다.

그것이 무엇일지, 장애자보호 작업장에서 반나절을 보내고 공장에서 제공한 점심을 먹으며 잠깐 짬을 낸 손 전 지사와 대화를 나눴다.

"농민들이 한미FTA 반대운동 하는 것은 당연"

프레시안 : 한미FTA 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손학규 : 농촌 지역에 다니면 거의 모든 마을에 한미FTA 결사 반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 나는 농민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여러분이 한미FTA 반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여러분은 (불이익을 당할) 당사자들이기 때문에 국가 전체로 봐서 이익이 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농민들의 반대운동이 반드시 협상에 나쁜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우리나라의 협상력을 강화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하지만 한미FTA 는 체결해야 한다. 무역의존도가 70퍼센트가 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시장인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는 것을 포기할 수는 없다. 농민들도 한미FTA에 대해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식의 반대운동에 치중하기보다 정부와 구체적으로 협상을 해서 농업과 농촌을 살릴 수 있는 지원을 받아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프레시안 : 지금 정부의 한미FTA 체결 전략이 잘못 되어 있고, 외교통상부가 성공적인 협정을 체결할 능력이 없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손학규 : 그럼 정부가 아무 것도 하지 말라는 이야기냐?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프레시안 : 한미 FTA 에서 다른 부분을 양보하더라도 농업 분야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나?

손학규 : 농촌, 농업을 보호하는 것은 국토를 보존하고 국민들의 생활환경을 보호하는 일이라고 봐야 한다. 농업, 농촌을 보존하기 위해 비용을 들이는 것은 국토와 생활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이라는 것을 온 국민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

프레시안 : 작통권 환수 논의에 대해서는?

손학규 : 지금 한미관계를 훼손시켜가면서 무리하게 추진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이 미국정부에 영향력 못 미치면 북한에도 도움 안돼"

프레시안 : 한미관계에 대한 구상이 있나?

손학규 : 한미관계가 이런 식이 된 것이 안타깝다. 한미관계는 우리나라 대외관계의 기본이다. 노무현 정부가 80년대의 종속이론을 바탕으로 감정적 이데올로기적으로 접근해서 지금의 상황을 초래했다. 이제 미국이 한국을 우습게 보고 있고, 한국의 국제적 존재 이유를 약화시켰다. 대북제재는 한.미가 공동보조를 취해야 효력이 있다. 지금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프레시안 : 노무현 대통령은 본인이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을 합친 것 보다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더 많이 했다며 미국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했다고 주장하는데….

손학규 : 전화를 아무리 많이 하면 뭘 하나?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 핵은 자위수단이다' '북한도 미사일 개발할 수 있다'는 등의 발언을 해서 상대방의 감정을 건드려 놓지 않았나.

프레시안 : 김근태 열린우리당의장은 클린턴 행정부 때는 대북정책에서 한미간에 이견이 없었는데 부시 행정부에 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네오콘 때문이 지금 견해차가 생기고 있다고 하는데….

손학규 :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가 미국의 태도에 영향을 미칠 방법은 찾을 수 있고, 찾아야 한다.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에 영향을 미칠 능력을 갖지 못하면 그 여파가 한중 관계, 한일 관계에까지 미친다. 미국 정부에 영향력이 없는 한국 정부는 북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정부 잘 한 것 하나도 못 찾겠다"
▲ '난타' 공연 연습을 하는 밀알 재활원 거주자들을 위해 북채를 잡은 손학규 전 경기도 지사. 100일 대장정이 끝나면 온 나라 사람들을 그가 치는 장단에 맞춰 춤추게 할 수 있을까? ⓒ프레시안

프레시안 : 전효숙 헌재소장 임명파동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손학규 : 국민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새로운 정치를 기대했었다. 그러나 공직자를 임명하는 데 사적인 관계를 중시하고, 편법에 의해 임기를 조정하고, 그 과정에서 청와대 비서관이 전화를 걸어 사표를 내라고 요청하는 등 절차를 무시하고 하는 행동들이 헌법기관을 사적인 관계로 보는 분위기를 반영한다. 그렇게 해서 정부와 기관의 권위를 떨어뜨렸다. 이것은 분명히 잘못한 것이고 국민이 그에게 기대하던 것이 아니다.

프레시안 : 노무현 정부에 대한 평가는?

손학규 : 이 정부가 잘한 것을 찾기가 힘들다. 어떤 사람들이 그래도 하나 둘은 찾을 수 있지 않겠는가 해서 한번 생각을 해봤는데, 하나도 찾지 못했다.

프레시안 : 열린우리당 일각에서 손학규 전 지사를 영입해서 대선 주자로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는데….

손학규 : 거기 대해서는 내가 말할 필요도 없다. 미국에 가 있는 염동연 씨가 "웃기는 이야기다. 그 사람들이 오겠느냐?"고 답변했다고 하더라.

프레시안 : 노사관계에 대해서는….

손학규 : 한국의 노동운동이 정리가 될 때가 됐다. 타협적 노사관계가 자리잡아야 한다. 한국 경제가 국제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 노동운동도 책임을 공유해야 한다.

"한나라당은 '개혁과 혁신' 포기하면 집권 못해"

프레시안 : 5.31 지방선거를 계기로 한나라당 내에서 집권에 대한 확신이 높아지고 있는데….

손학규 : 한나라당은 '개혁과 혁신'을 포기하면 정권을 잡지 못한다. 필패고 필망이다.

프레시안 : 5.31 선거 이후로 한나라당은 오히려 보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지 않은가?

손학규 : 연말쯤 되면 가시적인 변화가 보일 것이다.

프레시안 : 어떤 복안이 있는가?

손학규 : 지금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다.

프레시안 : 아직은 아이디어가 없는가?

손학규 : 말은 안해도 생각은 하고 있을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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