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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부장판사 "여론에 밀려 구속영장 발부"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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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부장판사 "여론에 밀려 구속영장 발부" 비판

'조관행 전 부장판사의 판결에 불만' 진정서도 제출돼

조관행 전 고법 부장판사가 '법조 브로커' 김홍수 씨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수감된 가운데 현직 부장판사가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가 '여론에 떠밀려 결정된 것'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한편 조 전 부장판사의 구속 이후 조 전 부장판사에게서 판결을 받았던 한 시민이 '판결 불만'을 이유로 진정서를 제출하는 등 '사법 불신' 사태가 가시화되고 있다.
  
  "여론에 떠밀린 구속" 조 전 부장판사 구속에 법원 내부비판
  
  고양지원 정진경 부장판사는 10일 법원 내부통신망에 '영장관련 유감'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려, 조 전 부장판사의 혐의와 검찰의 구속영장 소명자료가 법적 구속사유가 됐는지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다.
  
  정 부장판사는 "새벽 4시에 잠이 깨 그 후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며 "법관윤리의 문제는 계속해 토론해 나가야겠지만, 이와는 별개로 구속영장과 관련한 이번 소동에 대해 반드시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는 생각에 이 글을 쓴다"면서 글을 시작했다.
  
  정 부장판사는 "형사소송법상 구속사유로는 이 사건과 관련해 범죄에 대한 소명과 도망 및 증거인멸의 염려를 들고 있다"며 "범죄의 소명은 소명에 불과한 것으로 정상적인 경우 피해자 진술서 정도로 그 요건을 충족할 수 있으며 이런 정도의 소명은 통상의 사건에 있어 갖춰져 있기 때문에 구속사유로는 중요성을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다.
  
  이어 '증거인멸'의 우려에 대해, 정 부장판사는 "증인을 살해하거나 조직폭력배로서 증인에게 위증 강제하는 정도에 이르는 것에 국한해야 하고, 검찰이 이에 대한 명확한 증거를 제출해야 한다"며 "피의자가 (혐의를) 부인한다고 해서 사전에 증거를 조작할 우려가 있다고 추정해 구속함으로써 자신에게 유리한 증거를 수집해 법원에 제출할 기회마저 박탈하는 것은 헌법상 피의자에게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하는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하는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정 부장판사는 '도주'의 우려에 대해서도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도망의 염려를 추정하는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피의자가 도망한 사실이 없고, 오히려 검찰의 소환에 응해 수사를 받았다면 도망의 염려가 없는 것으로 보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정 부장판사는 "구속과 관련해 실현 가능성, 사회적 여론, 판사의 사회적 책임 등이 언급돼야 하는지, 왜 영장심문이 7~8시간씩 이뤄져야 하는지 그 이유도 모르겠다"며 "영장 판사는 법과 양심에 따라 구속사유에 대한 소명이 충분한지에 대해서만 심리하면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 부장판사는 검찰에 대해서도 "이번에도 자살하고 싶은 심정 운운의 얘기가 나오는데, 이는 검찰 조사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방증"이라며 "진술 거부권이 헌법상 권리로 보장돼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 자살에 이르거나 충동을 느끼기까지 검찰 소환에 응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꼬집었다.
  
  정 부장판사는 "법원에서 불구속수사 원칙과 반성, 그 관철을 얘기한 지 10년이 지났음에도 법원은 아직도 여론 운운하며 현실과의 타협에 안주하고 있다"면서 "이는 불구속수사 원칙에 대한 강고한 의지를 갖춘 사람보다는 검찰과의 관계에 있어 문제 되지 않을 사람을 영장담당 판사로 지정해 법원을 운영함으로써 검찰과의 충돌을 피하고자 했던 법원 행정책임자의 잘못이 크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정 부장판사는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어느 곳보다 법과 원칙이 엄격히 준수돼야 할 법원에서 외부 여론에 영합해 법원 구성원이 구속수사를 주장하는 사태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여론 재판'을 거듭 비판하며 "이런 현상들이 법원 행정책임자의 무원칙한 타협과 편의제공에 기인한 것이 아닌지 냉철하게 반성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관행 전 부장판사 담당 사건에서 판결 공정하지 못했다' 진정
  
  한편 조 전 부장판사의 구속을 계기로 송사를 겪었던 일반 국민들의 '판결 불만'에 따른 사법 불신 사태가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 2003년 조 전 부장판사로부터 '매매대금 등 청구사건' 판결을 받았던 박 모(54) 씨는 10일 "조 전 부장판사가 담당했던 2억3000여만 원이 걸린 매매대금 청구소송에 브로커가 판결에 개입했는지 여부를 조사해 달라"는 내용의 진정을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했다.
  
  박 씨는 "변호사를 통해 재판부에 위조전표에 대한 사실확인을 요청하자, 재판부는 '왜 시간을 낭비하게 하느냐. 말도 안되는 증거 신청으로 재판부를 창피하게 하지 말라'는 면박만 들었다"고 주장했다.
  
  박 씨는 "조 전 부장판사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는 것 같다"며 "25년간 재판을 받은 서민들이 얼마나 사법피해를 봤을까 하는 마음 때문에 진정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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