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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노조 문제, 엄격한 법적용만으론 안 풀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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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노조 문제, 엄격한 법적용만으론 안 풀려"

[인터뷰] 팀 드 메이어 ILO 전문위원

<프레시안>은 민주노총과 국제노동기구(ILO)가 공동으로 주최한 '공무원 노동기본권 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팀 드 메이어 ILO 전문위원을 지난 28일 만나 공무원노조 관련 논쟁에 대한 ILO의 입장을 들었다. ILO는 지난 3월 한국 정부가 5급 이상의 공무원과 소방원 등의 노조 결성과 노조 가입권을 보장하라는 내용의 권고안을 채택한 바 있다.

그는 "ILO의 기본 입장은 공무원들이 결코 대상화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면서 "공무원들도 당연히 노동기본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ILO 입장은 공무원도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등 노동3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지만, 한국 정부는 '공무원노조 특별법'을 통해 공무원의 단체행동권(파업권)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는 또 공무원노조를 대하는 한국 정부의 태도에 대해 "엄격한 법적인 접근이 꼭 가장 효과적이고 만족스러운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다"라며 "한국 정부는 지나치게 법 중심의 접근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ILO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찾을 때까지 개입할 것"이라며 "민감한 문제들에서 좋은 결론을 도출해낼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공무원노조는 지난 26일 공기업 수준의 단체행동권 확보 등 158개 교섭과제로 이뤄진 대정부 교섭 요구안을 확정하는 등 정부와 교섭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공무원들도 당연히 노동기본권 보장받아야 한다"

▲ 팀 드 메이어 ILO 전문위원. ⓒ 프레시안

- 어떤 일로 한국을 찾게 됐나?


"직접적인 목적은 ILO와 민주노총이 공동 주최한 공무원 조직, 결사의 자유, 기본권에 대한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그 심포지엄에서 다른 나라의 사례에 대한 비교연구를 소개하고자 왔다. 여러 나라들의 사례에 대한 비교연구의 목적은 공무원 노사관계에 단일한 모델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심포지엄 외에도 노동부를 방문하기도 했다. 노동부에서는 국제 노동기준 관련 협약 비준과 국내의 문제들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한국노총도 방문했다."

- 공무원 노동기본권과 관련해 다른 나라들과 비교했을 때 한국이 어떤 수준인지 얘기해달라.

"공무원의 노동권과 관련해서 비슷한 여러 사례들을 살펴보면 한국이 결코 특수한 것은 아니다. 일반 민간기업과 마찬가지로 정부도 사람들을 고용하고 그 사람들을 통해서 일을 하는 것이 오늘날의 보편적인 현상이다. 그런데 고용한 사람과 고용당한 사람의 이해관계란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공무원들과 관련해 ILO의 기본적인 입장은 정부에 의해 고용된 사람들이 결코 대상화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그 부분이 잘 안 되고 있다. 그것이 가장 큰 문제다. 공무원들도 당연히 몇 가지 기본권이 보장돼야 한다. 결사의 자유와 특정조건 하에서의 단체교섭권, 파업권 등 세 가지다."

"한국 정부는 지나치게 법 중심으로 접근하고 있다"

- 한국 정부는 한국의 현행 법이 공무원의 노동기본권과 관련해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얘기하고 있다. ILO 기준에서 한국의 현행 법은 어떤 수준인가?

"공무원 문제는 ILO의 오래된 이슈다. 올해 초 한국 국회에서 새 법이 통과됐는데 이 법은 여러 면에서 진전을 이룬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물론 완벽하진 않다. 고위공무원, 소방관과 같은 직군의 사람들의 결사의 자유가 아직 한국에는 없다. 그러나 이 법안이 분명히 과거에 비해 한 단계 진전했으며 비록 완벽하진 않지만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 중에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ILO는 궁극적으로는 공무원의 노동기본권과 관련이 있는 이해당사자들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모두가 조심스러워 하지만 또 모두가 의지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본다."

- 지난 3월 23일 행정자치부가 각 시도를 경유해 각 시군구에 '합법노조 전환 지침'을 내렸다. 그 이후 여러 상황들이 벌어지고 있으며 각 지방마다 노조 사무실이 폐쇄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행자부의 지침은 내가 검토해 보지 못해 언급하기가 좀 힘들다. 그러나 ILO는 사회적 대화를 상징하고 대변하는 조직이며 이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사회적 대화란 매우 어려운 것이며 때로는 대단히 지저분하기도 하다. 여기저기서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자기 조직에 더 많은 이득을 얻기 위해 똑같은 상황을 놓고 서로 다른 말을 하기도 한다. 내 경험에 따르면 이 사회적 대화에서는 엄격한 법적 접근이 꼭 가장 효과적이고 만족스러운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한국은 지나치게 법 중심의 접근을 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상황이 오래 지속될 수도 있다."

"ILO, 만족스러운 결과 찾을 때까지 개입할 것"
▲ ⓒ 프레시안

- 민주노총은 이 문제와 관련해 ILO 사무총장이 '한국에 직접 개입하겠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한국 정부는 그런 바 없다고 부정했다. 이 진위공방과 관련한 사실관계를 좀 설명해달라.

"직접적인 상황은 나도 잘 모른다. 그러나 '직접 개입'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는 받아들이는 입장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과학적인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내가 한국에 와 있는 것 자체를 가지고도 ILO의 직접 개입으로 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만족스러운 결과를 찾을 때까지 ILO는 개입할 것이라는 것이다. ILO에는 유엔의 블루헬멧(평화유지군)처럼 직접적인 감시감독을 할 수 있는 기구는 없다. 그러나 ILO는 민감한 문제들이 좋은 결론을 도출해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한다.

공무원 문제는 매우 중요하고 민감한 이슈다. ILO의 이사회인 '결사의 자유 위원회'가 10년 동안 이 문제를 다뤄 왔다.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상당한 자원이 투입됐고 지금까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것이 '직접 개입'일까? 그 판단은 사람에 따라 다르다. 나는 '직접 개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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