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원청이 하청업체에 '노조원 제외' 요구했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원청이 하청업체에 '노조원 제외' 요구했다"

하청업체 입찰기준으로 제시…관련업체는 부인

"원청 업체가 노조 조합원의 취직을 원천봉쇄 하려 했다."

이번에는 울산이었다. 포항지역 건설노조의 포스코 점거농성 이후 포스코가 경찰 및 지역 언론, 포항 시장 등과 노무관리를 위해 긴밀한 협조를 해 왔음을 보여주는 문건이 드러난 데 이어 이번에는 울산에서 원청업체가 입찰에 참가하는 하청업체를 상대로 '노조원 제외'라는 입찰 조건을 제시한 문건이 폭로됐다.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27일 'ATC PROJECT 사내외주(협력업체) 선정 견적설명회'라는 문건을 공개하며 'ATC 프로젝트의 원청업체인 (주)세아아이앤티가 하청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노조원을 고용하지 말 것을 입찰 조건으로 요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 민주노총이 27일 공개한 문건. 하청업체를 선정하는 이 문건에서 원청업체는 '건설플랜트노조 가입자는 불가함'이라는 기준을 요구했다. ⓒ프레시안

민주노총 울산본부가 공개한 이 문건은 지난 5월 18일 이 프로젝트 관련 하청업체를 선정하기 위한 견적설명회를 위해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이 문건의 '입찰업체 선정기준'에는 △금액 및 수행능력평가 △과거 타사 작업실적 평가 △조직 및 인원동원능력 평가 △향후 장시간 당사와 협력가능성 평가의 네 가지 기준이 제시돼 있다. 이 중 세 번째 항목인 '조직 및 인원동원 능력 평가'에는 '건설플랜트노조 가입자는 불가함'이라고 적혀 있다.

이는 사실상 건설노조 조합원들의 취직을 가로막는 행위라는 것이 민주노총의 주장이다.

실제 업체 선정에서 노조원이 배제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세아아이앤티 관계자는 27일 "울산에서 건설노조 조합원을 빼면 일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울산민노총 관계자도 이날 "울산의 건설플랜트노조 조합원 수는 3000여 명이 넘는다"며 "우리 조합원들은 특히 숙련공이 많아 아예 안 쓸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울산 민노총은 플랜트노조원의 취업과 관련해 노조가 2004년 6월부터 교섭을 요구했지만 원청사와 전문건설업체들이 교섭 거부와 조합원에 대한 집단적 해고·조합원 취업 방해 등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해 왔다고 주장했다.

세아아이앤티 관계자는 이 문건에 대해 "회사의 공식문서가 아니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김 모 고문이 개인적으로 작성한 것일 가능성은 있으나 회사가 공식적으로 이 문서를 작성한 바도 없고 회사가 공식 입장으로 이런 기준을 정한 적도 없다"는 것이다.

'ATC PROJECT'란 SK와 GS건설이 컨소시엄을 형성해 석유화학장비시설을 타일랜드로부터 들여오는 사업이다.

"부당노동행위 아니나 '부당노동행위 교사'·'업무방해'"

법률 전문가들은 하청업체 입찰 과정에서 원청이 이같은 기준을 제시한 것은 그 자체를 현행법상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하기는 어렵지만 부당노동행위 교사로 볼 수는 있다고 설명한다.

강문대 법률사무소 참터 변호사는 "부당노동행위의 주체는 현행법상 '사용자'"라며 "그런데 이 경우는 원청이 아직 하청업체와 계약을 맺기 이전의 행위이므로 원청업체인 세아아이앤티를 사용자로 보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하청업체와 직접적인 계약이 성립된 이후라면 넓은 범위에서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될 소지는 있다.

강 변호사는 "그러나 원청이 하도급 계약을 맺고자 하는 업체로 하여금 노조에 대한 부당노동행위를 하도록 요구한 것인 만큼 이를 '부당노동행위 교사'로 볼 수는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노동부는 부당노동행위와 관련해 교사·방조까지도 공범으로 처벌하겠다는 지침을 내린 바 있다.

강 변호사는 또 "형법상 노동조합에 대한 '업무방해'로 볼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원청업체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노조 활동을 못하게 한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다단계 하도급 구조 속에서 원청업체의 이같은 요구를 하청업체가 거부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결국 원청이 이런 기준을 제시한 것이 사실이라면 노조원에 대한 취업방해 행위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조합원 비율이 높다'는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원청의 이같은 요구가 실제 노조 조합원의 취업 자체를 막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이는 노조의 활동에 대한 압박으로 작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라는 것이 노동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원청이 '노조원 배제'라는 조건을 요구할 경우 비조합원을 조직하는 데도 어려움이 생길 뿐 아니라 기존의 노조원들도 노조 활동에 대한 부담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과 관련해 부산지방노동청 울산지청은 관련 업체 공장장을 소환해 조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아아이앤티는 울산민노총이 제기한 의혹을 부인하고 있으나 이 주장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파문이 확산될 전망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