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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 포인트] 얼음왕국 : 북극의 여름이야기 The White Planet

감독 티에리 피아타니다, 피에리 라고베르트 목소리 출연 손범수, 임선영, 이진하 | 수입 유레카픽쳐스 배급 프라임엔터테인먼트 | 등급 전체 관람가 | 시간 77분 2006년 | 상영관 메가박스, 대한극장, 서울극장 북극 한겨울에 태어난 아기 곰은 추위를 느끼지 않는다. 얼음 굴을 파고 그 안에 웅크리고 들어 간 어미 곰이 자식들을 품안에서 떼어 놓지 않기 때문이다. 보기에도 넉넉하고 따뜻해 보이는 자신의 털로 감싼 채 어미 곰은 아기들에게 젖을 먹인다. 체온을 유지시키느라 연신 혀로 핥아대며 아기 곰을 애지중지 키운다. 다소 느닷없이 여름시장에 나타난 듯한 느낌을 주는 자연 다큐멘터리 영화 `얼음왕국 : 북극의 여름이야기'는 오프닝부터 감동을 준다. 이건 단순히 동물들의 얘기가 아니다. 바로 우리들, 곧 사람들의 얘기이며 사람들로 하여금 귀담아 들으라는 얘기다. 우리가 어쩌면 잊고 살았던 우리들 마음속 순수의 세계를 일깨우는 얘기다.
얼음왕국 : 북극의 여름이야기 The White Planet ⓒ프레시안무비
다큐멘터리인 만큼 특정한 줄거리라는 게 있을 수 없다. 눈썰미가 높은 관객들만 알아 챌 수 있겠지만, 여기에 등장하는 동물들의 가짓 수는 모두 15종이다. 북극의 제왕이라 불리는 북극곰을 비롯해 바다표범과 유라시아 순록 떼, 엄청난 크기의 북극 고래와 사향소 등등. 모두가 다 각각 저만의 생존 방식의 모습으로 장관을 연출한다. 예컨대 북극의 한 복판에서 펼쳐지는 순록 떼의 이동모습은 웬만한 블록버스터의 스펙터클을 넘어 선다. 하지만 좋은 얘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다큐멘터리는 이야기를 꾸미거나 좋은 쪽만 얘기할 수는 없는 장르니까. 한없이 부드럽고 상냥해 보이는 어미 곰이 왕방울만한 눈 크기로 보기에도 심성이 착해 보이는 바다표범을 한입에 포획하는 장면은 이곳이 얼마나 잔혹한 먹이사슬의 구조로 살아가는 곳인 가를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준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건 단순히 북극의 동물들 얘기가 아니다. 아기를 낳으며 끼리끼리 행복하게 사는 것도 잠깐, 때론 살을 에일 듯 파고드는 강한 추위 때문에, 때로는 먹을 것이 없어서, 또 때로는 자신이 먹을 것이 돼 목숨을 위협받으면서 하루에도 수차례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이들 생태계의 모습은 바로 우리들의 삶 그 자체를 은유한다. 알고 보면 우리 사람들 사는 것도 늘 천당과 지옥 사이를 오가는 모습이다. 이 영화를 두고 어른들을 위한 우화 다큐멘터리라고 하는 건 그때문이다. 물론 이 다큐멘터리는 아이들에게 제격인 작품이다. 특히 방학을 맞은 아이들을 TV의 연예 쇼프로그램에서 떼어 놓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아이들은 북극이라는 극지점의 생태계 먹이사슬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얻을 것이다. 일종의 영상 자연교육이다. 더 나아가 지구환경을 위해 절대적으로 보호되고 보존돼야 할 이 북극이 향후 50년 안팎에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경각심을 얻게 될 것이다. 북극은 지난 30년간 남한 면적의 10배가 넘는 100만 평방 킬로미터의 얼음이 사라졌다. 이대로라면 정말 큰일이 날지도 모를 일이다. 영화 `투모로우' 꼴이 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니 아이들에겐 단순한 영상 자연교육을 넘어 보다 큰 의미의 환경교육이 되는 작품이다. 한편으로 보면 이 영화는 영화라고 하는 것 그 자체에 대해 곰곰히 생각할 거리를 주는 작품이다. 왜 영화를 만드는가? 영화 만들기는 누구를 위하는 것이며 무엇을 향하는 것인가. 그런 면에서 `얼음왕국 : 북극의 여름 이야기'는 영화만들기의 위대함을 보여준다. 공동감독인 티에리 라고버트와 티에리 피안타니다를 포함해 스탭 모두가 3년이란 기간동안 극지에서 살아가며 자연이 인류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담아냈다. 무엇이 이들로 하여금 극지방의 혹한과 위험을 무릅쓰게 했을까. 단순한 미학적 동기였을까? 영화 제작엔 때론 사명감이란 것이 작동한다. 곳곳에 삶의 진정성이 느껴지는 영화는 언제나 그렇듯이, 무엇보다 장르에 상관없이 감동을 주는 법이다. 그 누가 짐작이나 했겠는가. 북극곰이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있다는 것을. (* 이 글은 문화일보에 실린 필자의 리뷰를 전제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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