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주둔 미군이 계획적으로 15세의 미성년자를 강간한 뒤 이 소녀를 비롯한 일가족을 살해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사건 용의자로 이라크 주둔 제101공수사단에 복무한 뒤 전역한 스티븐 그린은 지난달 30일 미 연방수사국(FBI)에 의해 체포돼 기소됐다고 미 법무부가 3일 밝혔다.
집 근처 검문소의 미군에 의해 일가족 사망…어머니와 딸 강간해
<워싱턴포스트>와 <AP> 통신 등에 의해 세상에 드러난 이 사건은 지난 3월 이라크 바그다드 남쪽 마흐무디야에서 발생했다.
이날 아침 그린과 다른 3명의 미군들은 검은 사복을 입고 피해 여성인 아비르 카심 함자의 집으로 찾아갔다.
자기 마을을 드나들기 위해서는 매일 미군 검문소를 지나쳐야 했던 아비르는 살해되기 수 일 전 어머니 파크리야에게 집 근처 검문소의 미군들이 자신에게 접근했다며 불안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들이 치근댄다는 딸의 말을 들은 어머니는 살해 전날 이웃에게 아비르를 재워달라고 부탁까지 했다.
사건 당일 아비르의 집으로 찾아간 미군들은 그를 가족으로부터 떼어내 다른 방으로 데려간 뒤 그린과 또 다른 한 명이 강간한 후 아비르를 총으로 쏴 죽였다. 그린은 어머니 파크리야도 강간하고 총을 쏴 살해했으며 아버지와 여동생 등 나머지 가족들도 살해했다.
이들은 증거 인멸을 위해 아비르의 시신을 불태우려 시도했으며 범행 후 부대로 돌아와 피투성이가 된 자신들의 옷도 불태웠다.
'미성년자 논란'에 '1주일간 치밀한 계획'까지
이 사건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미군측은 20세 정도의 여성이라고 주장했으며 미 검찰도 진술서에서 성인 여성이라고 밝혔지만 여러 증거들이 아비르가 미성년자였음을 보여주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인근 주민들의 말을 인용해 이 사건으로 살해된 아비르의 나이가 15세라고 보도했다.
마흐무디야 무아이야드 파드힐 시장은 3일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16세 소녀가 성폭행당한 뒤 살해됐으며 이 소녀의 이름은 아비르 카심 함자"라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의 보도와 차이가 있으나 미성년자였음은 동일한 셈이다.
강간의 피해자가 미성년자였다는 점도 충격적이지만 이들이 1주일간의 치밀한 계획 하에 이같은 범행을 저질렀던 것도 이라크인의 분노를 높이고 있다.
<AP> 통신은 이 사건을 조사중인 미군 수사관들의 말을 인용해 이번 사건이 '전적으로 미리 준비된' 것이었으며 그린을 비롯한 용의자들은 사건 전 약 1주일 동안 피해 가족에 대해 면밀히 조사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미군은 범행 후 수 시간 동안 현장을 통제하면서 주민들에게는 수니파 저항세력의 소행이라고 설명하는 등 사건을 은폐·조작하려 시도한 것도 뒤늦게 밝혀졌다.
이라크 반미 여론 고조…범행 미군은 체포
성폭행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을 금기시하는 이슬람의 정서에도 불구하고 이라크에서는 이번 사건이 드러나면서 반미 여론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마흐무디야 의회 의장인 나짐 알-카라위는 "만약 이번 사건이 사실이라면 이는 미군이 저항세력의 '최대 활동지'라고 부르는 이 지역에 대해 야만스러운 보복을 가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 사건의 용의자 중 한 사람인 그린은 지난달 30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마리언에서 FBI 요원들에 의해 체포됐다고 미 법무부가 3일 공식 발표했다.
미국 검찰은 그린 일병을 비롯한 군인들이 이라크 민가에 난입해 여성 1명을 강간하고 그의 친척 3명을 사살했다고 혐의사실을 밝혔으며 그린은 오는 10일 노스 캐롤라이너 법정에 처음 출두한 뒤 켄터키로 이송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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