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훈 동북아시대위원장이 30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평화네트워크(대표 정욱식) 정책포럼에서 "전략적 유연성 등 한미동맹 문제에서 미국에게 너무 많은 것을 들어주지 않았냐고 하는데 달리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없지 않냐"며 이같이 말했다.
대통령 자문기구인 동북아시대위원회의 위원장인 그는 "정부 입장에서는 (미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여러 가지를 주고 받고 한 것인데 밖에서 보기에는 그 쪽 얘기만 다 들어줬다고 한다"며 이같은 평가의 상이함을 "생각의 차이"라고 설명했다.
"참여정부는 다음 정부에게 숙제를 남기지는 않을 것"
이에 앞서 기조 강연을 한 이수훈 위원장은 현재 한미간에는 "전략적 유연성·기지 이전 문제·미군 기지 환경 오염 복구 문제·전시작전권 환수 문제 등 대단히 어려운 과제들이 진행중"이라며 이는 한미동맹이 탈냉전기라는 현실 여건의 변화로 인한 조정기에 들어가면서 발생한 문제들이라고 설명했다.
한미동맹의 조정은 김영삼 정부 때부터 해 왔던 것이라고 밝힌 이수훈 위원장은 "그런 작업들을 적절할 때 해냈어야 하는데 너무 어려워 미뤄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참여정부는 (다음 정부에게) 절대 숙제를 남기지는 말자는 입장"이라며 "힘들더라도 이 정부는 가능한 지저분한 것들은 남겨 두지 않으려고 한다"고 밝혔다.
최태욱 한림대 국제대학원 교수 등 지정토론자들이 전략적 유연성과 함께 참여 정부가 지나치게 미국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비판의 근거로 내세웠던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의 추진에 대해서는 "이것은 역시 경제 내적 원리가 우선"이라며 일각에서는 미국에 의한 한국 경제의 통합 과정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으나 "그렇게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우리 경제가 미국 경제에 통합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그렇게 되도록 우리 국민들이 녹록하지는 않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한미 FTA가 "외교안보적 각도에서 바라보면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의 "올해 들어 특히 북한과 중국 간에, 그리고 한국과 미국 간에 밀착 현상이 두드러진다. 한미경제동맹이 체결된다면 6.15 남북공동선언에 나온 민족경제 건설은 어떻게 되는 것이냐"는 질문과 관련, 그는 "우리 정부는 민족경제보다 더 높은 수준의 것도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
"6자회담 교착상태 즐기는 국가 있다"…"이 판은 중국에게 아주 좋은 판"
장기간 교착상태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6자회담의 상황이 "상당히 부담스럽고 답답하다"고 털어놓은 이수훈 위원장은 "6자회담 무용론이 나오고 있으나 이는 좀 성급한 판단"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6자회담이 진전을 보이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미국 내 협상 주무부서의 입지 약화 △관련국들 각각의 양자관계가 좋지 못한 점 △역사적으로 다자보다는 양자 동맹이 작동해 왔던 동북아시아의 구도 등을 꼽았다.
이와 관련 그는 "가만히 보면 현재의 교착 상태를 즐기는 국가가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 뒤 토론 과정에서 그는 현재의 "이 판이 중국에게는 아주 좋은 판"이라고 주장하기도 해 앞서 언급한 '교착 상태를 즐기는 국가'란 중국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현재 상태가 중국에게 유리하다고 평가하는 이유로 교착 상태가 장기화될수록 북한이 중국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는 점을 꼽았다.
최근 일본과의 독도 문제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대국민특별담화문 발표와 관련해 "더 이상 밀려서는 안 될 선까지 (일본이) 밀고 들어왔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한 그는 노 대통령의 담화문 발표가 "국제적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의 담화 발표 이후 미 의회와 국무부, 학자 등에서 한일관계를 경색시키고 있는 일본의 행동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는 움직임이 일어났으며 일본 내에서도 강경파의 입지가 줄어들고 온건파의 인기가 올라가는 등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미국 내의 그와 같은 움직임은 미국이 구상하고 있는 한미일 삼각 동맹의 차질이 생길까 하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이 위원장의 평가와는 다른 시각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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