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권과 사회권은 불가분의 관계다. 북한의 인권도 마찬가지 아닌가?"
최근 진보와 보수 양 진영이 날카롭게 대립하며 또 하나의 핵심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박경서 대한민국 인권대사가 18일 "자유권과 사회권을 어떻게 떨어뜨려 놓을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자연재해로 80만 北주민 사망…집단의 안전에 대한 고민 나와"
박경서 인권대사는 이날 21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결성한 '지구촌빈곤퇴치시민네트워크' 제1차 지구촌 포럼에서 주제 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미국이 최근 북한 압박의 한 수단으로 제기하고 있는 북한의 인권 문제와 관련해 박 인권대사는 "생존권이 인권이냐, 자유권이 인권이냐의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며 "미국은 자유권만 인권으로 보고 북한에 대해서도 자유권적 인권을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교회협의회(WCC)에서 18년 간 일했던 경험을 가진 박 대사는 1995년부터 1997년까지 몇 차례의 대홍수와 기근 등 자연재해를 겪었던 북한의 처참한 상황을 직접 보고 조사했던 경험을 털어놓으며 미국의 주장이 가진 문제점을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북한이 몇 차례의 자연재해를 겪은 후인 1998년 6개월에서 7세까지 3000명의 북한 어린이들을 조사한 결과 잇따른 자연재해로 "대략 80만 명의 북한 주민들이 사망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개인의 자유권보다 집단의 안전이 더 중요하지 않은가라는 의문이 여기서 나왔다"고 주장했다. 생존권이 위협당하고 있는 상황은 무시한 채 자유권만을 강조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었다.
그는 또 지난 9일부터 노르웨이 베르겐에서 열린 북한 인권 국제회의에 참석한 것에 대해 "<조선일보> 등 일부 언론에서 한국 정부의 고위급 인사가 최초로 북한 인권 관련 회의에 참석했다고 얘기하더라"며 "그러나 내가 인권대사로 일해 온 지난 5년 동안 북한 인권이 얘기되는 어느 곳이든 나는 그 자리에 있었다"고 반박했다.
"한국의 인권이사국 선임, 영광과 책임 동시에 안게 됐다"
박경서 대사는 또 "20세기는 인권을 무시하더라도 경제성장의 수치로서 당당하게 국제사회에서 박수 받던 시대였다"며 그 대표적인 예로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경제성장을 꼽았다.
그러나 이같은 발전모델은 1997년 금융위기와 아시아의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래서 부각되기 시작한 것이 '지속가능한 개발'의 개념이라는 것.
그는 '지속가능한 개발'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정의를 동반한 평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쟁을 통해 민주주의를 심겠다는 것은 착각"이라는 것이 이라크 전쟁을 통해 이미 드러났다고도 말했다.
그는 전쟁을 통해 제국을 이룬 '팍스 로마나'가 오래 가지 못했듯이 '팍스 아메리카'도 이같은 방식으로는 결코 오래 지속될 수 없다고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박 대사는 "2억의 미국 사람들을 위해 모든 사람들이 희생당해야 하는가"라고 되물으며 "나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외부의 정의도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신설된 유엔 인권이사회의 이사국으로 한국이 선출된 것에 대해서도 그는 이사회의 운영 방식 중 "정례검토제도"가 있다며 "우리도 이사국으로서 이같은 검토를 정기적으로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한국 정부도 이사국 선출을 계기로 "국가보안법,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에 대한 대체복무 제도, 이주 노동자들의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며 "영광과 책임을 동시에 안게 된 것"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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