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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대일 강경론'으로 '국내 부담요인' 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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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대일 강경론'으로 '국내 부담요인' 타개"?

[분석] "결과적으로 한미FTA-지방선거에 영향 미칠 것"

  노무현 대통령의 25일 '한일관계에 대한 특별담화문' 발표와 관련해 일부 외교전문가들과 정치권 일각에서 노 대통령이 직접 대일 강경론을 진두지휘한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용한 외교' 노선의 기조 변화에 대한 면밀한 준비 없이 국민감정에 호소하는 방식으로는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노 대통령의 대일 강경론을 '뜨거운 감자'인 한미 FTA 문제와 5.31 지방선거 등과 관련지어 보는 시각도 제기됐다.
 
  "盧대통령 대일 강경론, 한미 FTA와 관련되어 있다"
 
  가장 민감한 부분은 한미 FTA와의 관련성 문제. 이번 독도 문제로 인해 증폭된 반일 감정으로 인해 한미 FTA와 한일 FTA 간의 균형 문제는 차안에 부재하는 문제가 되고 '한미 FTA 쏠림' 현상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교전문가는 "노 대통령의 독도 문제에 대한 강경 발언은 분명히 한일 FTA를 차단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이 시점에서 독도 문제가 커진 배경은 한미 FTA 문제와 관련지어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시각이 궁극적으로 우려하는 부분은 한·중·일 동아시아 국가들이 반목할수록 결과적으로 동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증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는 또 "한국이 먼저 한미 FTA의 모험을 해 준다면 일본 정부로서는 미일 FTA를 따라가기 쉬워진다"며 "일본정부의 입장에서도 한미 FTA가 나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의도한 결과인지는 모르지만 독도문제와 한미 FTA 문제를 사이에 두고 한일 정부 간에 '적대적 공존관계'가 형성되고 있다는 우려다.
 
  이에 앞서 서동만 상지대 교수가 지난 19일 <프레시안> 에 기고한 글에서 "출범 당시 노무현 정부는 DJ정부 이래 아세안+3(한ㆍ중ㆍ일)의 틀을 살리면서 한ㆍ일, 한ㆍ중 관계에서 FTA로 간다는 구상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다른 것은 다 뒤로 미루고 미국에만 집중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현 정부 내의 이상기류를 지적했던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다른 국제정치 전문가도 "노 대통령의 담화 내용은 예상된 것이지만 우려되는 게 사실"이라며 "지방선거나 한미 FTA를 포함한 한미관계의 재조정에 따른 부담감을 대일관계의 방향 선회를 통해 정치적으로 만회하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국민 정서상 무조건적인 정당성을 갖는 독도 문제에 대한 강경발언이 결과적으로는 각종 현안에 대한 노 대통령의 주도권 행사에 보탬이 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노 대통령이 국민감정에 드러내놓고 호소하기 보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모아 기조 변화에 따른 득실관계를 먼저 따질 필요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일본의 보수우익들은 집권플랜으로 한국을 활용해 아베 정권을 창출하려는 것인데 이에 의도치 않은 도움을 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그는 "대일 관계에 있어서의 기조변화는 우리 정부가 천명해 온 동북아균형자론과도 배치되는 것이어서 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회찬 "미래 문제에 대한 대응력 결여"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한미 FTA 문제 등과 관련지은 해석에 대해선 "과도하다"고 평가하면서도 "독도 사태의 본질은 독도가 아니다"는 지적에선 궤를 같이했다.
 
  그는 "도쿄를 주시해야 한다. 지난 10년간 일본의 강경한 태도가 점진적으로 상승했고, 변화된 일본의 정치기반 속에서 이번 문제의 핵심은 평화헌법으로 가기 위한 동력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럼에도 노 대통령의 담화는 모든 것을 과거 식민지배의 연장으로 보는 시각에만 빠져 있다"면서 "역사 교과서 왜곡, 평화헌법 등 일본의 우경화 및 군사대국화 의도와 관련을 맺고 있는 동아시아 질서의 재편 문제로 보는 대응력이 결여돼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일본은 CIA 지도를 다케시마로 바꾸는 등 국제사법재판소에 이 문제가 갈 경우 근거가 될만한 일을 해 왔던 것에 반해 우리는 독도에 사람을 보내느냐 마느냐는 쇼만 했다"며 "일본과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식의 위험한 발상, 물리력을 거론하는 위험한 발상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노 의원은 한편 "오늘 대통령 담화가 그저 국민들의 정서를 감안한 정치적 발언으로 끝나서는 안되고 미래 상황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치권 '환영' 속에…지방선거 영향력 의도 경계
 
  한편 노 대통령의 '대일관계 변화' 발언에 대한 비판적 문제제기 자체가 정치적으로 득이 될 게 없는 정치권은 대부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노 대통령의 담화에 대한 환영 의사를 밝혔다.
 
  열린우리당은 두말 할 것 없고, 한나라당 이계진 대변인도 "대통령으로서 국민을 대신해서 할 바를 했다고 평가한다"며 "오히려 만시지탄의 아쉬움이 있다"고 거들었다.
 
  이 대변인은 "노 대통령과 정부는 오늘 밝힌 내용에 대해 차분하고 이성적인 접근자세로 실질적인 성과를 얻어내기 위해 보다 구체적이고 철저한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며 "한나라당은 독도문제는 주권과 영토의 문제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밝힌다"고 덧붙였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수석부대표도 "독도 문제를 주권수호 차원에서 정면 대응할 것을 밝힌 대통령의 발언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조용한 외교 이후의 정부 대응은 무엇인지가 빠져 있다"며 "언제나 대증요법을 넘어서지 못한 대응이 오히려 문제를 키워 왔다"고 지적했다.
 
  이런 공식 입장과는 달리 내부적으로는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적 의도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확연했다.
 
  한나라당 이정현 부대변인은 "노 대통령이 고의로 만든 상황은 아니지만 유독 이 문제에 목소리를 높이는 것 자체가 국가안보와 안위 문제를 제기해 위기의식과 불안감을 조성해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최근 노 대통령이 정작 주력해야 할 양극화 문제 등에 대해선 뒷전으로 빠져 있고, 검경에 선거사범에 대한 철저 대응을 촉구하거나 일본 문제에서 목소리를 높인 것은 너무 눈에 훤히 보이는 수"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이 벌어지는 잔칫날 선수를 친 의도도 의심스럽다"고 덧붙였다.
 
  노회찬 의원도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이번 일이 정부로서는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카드로 봤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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