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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 클리넥스 노동자가 될 수는 없다"

직업 얻기 위해 고용 안정성 포기하면 그 다음엔?

프랑스 정부가 최초고용계약(CPE) 법안으로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도모해 실업률을 낮추려는 계획을 발표한 이후 프랑스가 한 달 넘도록 진통을 앓고 있다.

불타오르는 프랑스 사태는 전세계적인 영미식 신자유주의 흐름에 대한 저항으로 분석되고 있다.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통해 기업주들의 이익을 극대화시키는 경제논리에 대한 반발이 프랑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바바라 에른리히는 지난 6일 진보적 매체인 <프로그레시브>에 기고한 자신의 칼럼 '클리넥스 노동자'를 통해 "화염병을 던지며 격렬하게 저항하는 프랑스 학생들은 한 번 쓰이고 고용주가 새로운 것을 원할 때면 바로 버려지는 소위 '클리넥스 세대'가 되고 싶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노동자 개개인이 자신의 직업을 얻기 위해 고용의 안정성을 포기한다면 그 다음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4월 임시국회에서 열린우리당이 비정규직법안 처리를 강행하겠다고 장담하고 있는 가운데, 프랑스의 저항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에 바바라 에른리히의 글을 번역해 싣는다.

원문은 http://www.commondreams.org/views06/0406-25.htm에서 볼 수 있다. 〈편집자〉

***클리넥스 노동자**

단지 3년 전에만 하더라도 우리의 헐떡이는 애국자들은 프랑스인들을 "치즈를 먹는 고분고분한 원숭이들"이라고 비난했었다. 그들은 프랑스인들이 카망베르 치즈를 너무 많이 먹어 이라크 전쟁을 끝내는 것은 고사하고 (프랑스의 가장 대중적인 담배인) 골르와를 비벼끌 힘도 없다고 비꼬았다. 글쎄, '자유'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만들어낸 사람들이 프랑스인들임을 생각해보자. 그들은 지난 3월 한달 내내 시위를 벌였고, 폭동을 일으켰고, 차량을 불태웠다. 미국인들은 단지 꿈만 꾸는 '고용주의 일시적 기분에 의해 해고되지 않을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

새 노동법에 대한 프랑스 정부의 설명은 그것이 경제적 관점에서는 아무 문제도 없다는 것이었다. 노동자들을 마음대로 해고할 수 있는 권리를 고용주에게 주면 그들은 더 많은 사람을 고용할 의지를 가지게 된다는 것이 그 설명이다. 그런데 그래서 파리가 불타오르고 있는 걸까?

기업들이 '유연성'이라고 부르는 노동자들을 자신들의 의지에 따라 배치할 수 있는 권리는 노동자들의 경험에 비춰볼 때 자신들이 언제든 해고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굳이 고용의 불안정성이나 빈곤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화염병을 던지며 격렬하게 저항한 프랑스 학생들은 한 번 쓰이고 고용주가 새로운 것을 원할 때면 바로 버려지는 소위 '클리넥스 세대'가 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당신은 어쩌면 프랑스 정부의 설명을 들으면서 미국인들이 최소한의 임금 상승이나 생활 보조금과 의료 보장을 해달라고 간청할 때마다 미국 정부가 했던 말을 떠올렸을지도 모른다. "뭐라고?" 기업가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경제학자들은 이같은 요구에 대해 이처럼 소리쳤다. "만약 당신이 기업가들의 이익을 해치는 일을 한다면, 그들은 더 이상 노동자들을 고용하지 않음으로써 응답할 것이다! 실업자는 점점 더 늘어나고 있으며 의료 보장이나 또 다른 프랑스 정부의 복지정책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은 빠른 속도로 기아 상태로 추락할 것이다."

프랑스 젊은이들은 그 파장을 알기 때문에 소위 선도적이라고 불리는 '앵글로-색슨 모델'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만약 당신이 직업을 얻기 위해 고용의 안정성을 포기한다면, 그 다음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충분히 만족한 노동자들은 건강과 안전의 규칙을 그만두라고 요구하게 될까? 기업들이 그들에게 갓 구워낸 뜨거운 버터가 듬뿍 녹아 있는 크로아상을 먹이는 동안 노동자들에게는 신발을 윤나게 닦으라고 요구할까? 전혀 아니라고 프랑스 어린이들은 말했다.

물론 프랑스는 그들이 수용하지 않은 '앵글로-색슨 모델'을 대하는 데 있어 완전히 공평하지는 않았다. 그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특히 미국식 모델이다. 프랑스가 혼란에 빠져 있는 동안 나는 앵글로-색슨족의 고향이라 할 수 있는 영국에서 어떻게 '정당한 법적 절차' 없이 노동자가 해고당할 수 있냐고 묻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영국에서는 그가 부당하게 해고당했다고 느끼는 사람은 누구나 법원에 항의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어떤가. 당신은 단지 '나쁜 태도'를 가졌다는 이유로 해고될 수 있다. 그것은 당신이 못생겼다는 의미도 되고 또 회사에 '이득이 안 된다'는 증거도 된다.

1년여 전쯤, 나는 '악화론'이라 이라 이름 붙인 이론을 발표했다. 사람들이 살기가 더 힘들어 질수록, 그들은 자신의 권리를 위해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살기가 더 힘들어 질수록 저항도 일어나기가 더 힘들어진다. 노동자가 고용주의 의지에 따라 언제든 해고될 수 있다는 사실은 노동자들을 얼게 만들며 겁에 가득차 순응하도록 만든다. 직업의 상실은 의료보장 혜택의 상실로 이어지며 사람들의 정신은 마조히스트적인 포로로 잡히고 만다. 나를 때려라, 나를 모욕해라, 내 업무량을 두 배로 늘려라, 그러나 제발 나를 자유롭게 하지는 말라!

나는 차를 부수거나 상점의 창문을 깨는 일 따위를 변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가 학생 대출자금의 127억 달러를 절감하는 제안을 하는 동안 미국 학생들은 손가락만 빨고 있는가?

포드나 휴렛팩커드를 비롯해 무수한 대기업들이 노동자에 대한 대량해고를 자행하는 곳이 아닌가?

그리고 전체 인구의 4분의 1에 달하는 가난에 찌든 사람들은 점점 쌓여가는 공과금 납세 고지서들과 다양한 직업을 전전해야 하는 스트레스로 인해 메디케이드(빈민 등 저소득층에 대한 의료 보장 제도) 자금과 주택 보조금이 삭감되고 있는 데 대해 어떤 저항도 못하고 있지 않은가?

"고분고분한 원숭이들"과 비교해보면 우리는 맥 빠진 클리넥스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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