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과거사 진상규명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의 토론회가 한국역사연구회 주최로 열렸다.
***과거사 청산은 사회 전환의 계기**
한국역사연구회는 현재 진행 중인 과거사 진상규명 작업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는 동시에 이 같은 작업이 갖는 역사학적 의미를 되짚어 보기 위해 이번 토론회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날 가톨릭대 안병욱 교수는 '과거 청산과 진실규명'이라는 주제의 기조강연을 통해 과거청산을 "한 사회의 공동체적 기반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사회 전환을 효과적으로 마무리하는 운동"으로 규정했다.
과거 청산을 통해 진실을 확인하고, 갈등을 해소하는 과정이 새로운 미래를 건설하는 단초가 된다는 것이다.
***과거사 청산은 기록을 통해 마무리된다**
이후 토론자로 나선 홍석률 성신여대 교수는 '과거사 진상규명 작업의 쟁점과 과제'라는 발표에서 외국의 진실위원회(truth commision) 활동 사례를 소개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과거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성찰하는 것은 인류의 역사가 계속되는 한 계속 진행돼야 할 작업"이라며 과거사 청산이 일회성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그는 과거사 청산을 정치적인 이벤트로 끝내기 않기 위해서는 과거사 청산 작업의 최종보고서를 제대로 작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 작성이 단순한 실무작업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우리 사회가 과거사를 어떻게 정리했는지를 기록하는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이 '과거사 진상 규명 작업의 총체'라고 말했다.
***2000년대의 과거사 청산 움직임은 사회 개혁의 열망을 반영한 것**
또 다른 토론자인 서울대 국사학과 정용욱 교수는 '한국현대사와 기억의 문제'라는 제목의 발표문을 통해 1990년대 이후 본격화한 과거사 진상규명 작업의 전개 양상을 살폈다.
그는 희생자 단체와 시민단체의 주도로 이루어진 1990년대 과거사 청산운동과 제도적 기구를 통해 진행된 2000년대의 과거사 정리 작업을 비교했다. 이런 작업을 통해 그는 2000년대의 과거사 진상규명 작업이 개별 사건 규명 뿐 아니라 "우리 사회가 그동안 겪어 온 역사적 망각증 전체를 문제삼는 점"에 주목했다. 오랫동안 한국 사회에서 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오면서 과거사에 대한 망각을 강요해 온 수구 세력에 대한 불만이 과거사 진상 규명의 목소리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2004년 초에 한 누리꾼의 제안에 따라 전개된 친일인명사전 발간 작업이 순식간에 4000명 이상의 참여를 끌어냈던 사례를 소개하면서 2000년대의 과거사 청산 작업은 폭넓은 대중적 참여 속에서 이루어졌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런 대중적 호응이 사립학교법 및 언론 관계법 개정을 비롯한 개혁과제들과 상호작용하면서 사회 개혁을 향한 동력으로 승화됐다고 설명했다.
***현재의 과거사법은 누더기 법, 활동가들의 분발이 필요하다**
한편 과거청산범국민위원회에서 활동했던 김성길 군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 조사2과장은 '과거사법 제정과정과 그 문제점'이라는 주제의 토론문을 통해 현행 과거사법과 과거사 청산운동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그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법'(이하 과거사법)이 보수세력과의 타협을 거치는 과정에서 수많은 허점을 가진 누더기 법으로 변질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과거사법의 "진실규명 범위에 해당하는 사건이라도 법원의 확정 판결을 받은 사건은 제외한다"는 규정에 대해 강하게 문제제기 했다. 이 규정이 적용될 경우 진상 규명의 대상이 돼야 할 사건 중 상당수가 조사 범위에서 벗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또 과거사법이 국회가 선출하는 8인, 대통령이 지명한 4인,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3인으로 진실위원회를 구성하게 한 것에 대해 "각 정당의 정략적인 분배에 따라 위원이 정해졌다"라며, 진실위원회가 진실규명보다 정쟁의 발화 근원지로 기능할 가능성을 지적했다.
그는 진실위원회가 이 같은 방식으로 구성된 까닭에 오랫동안 과거사 문제에 매달려 온 활동가들과 유족들이 배제되었다고 지적하면서 과거사청산운동 진영이 담당해야 할 역할이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제도적 기구인 진실위원회와 재야 활동가들이 건강한 긴장 관계를 유지할 때, 과거사 진상 규명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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