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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 포인트] 흔들리는 구름 The Wayward Clo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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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 포인트] 흔들리는 구름 The Wayward Cloud

각본,감독 차이밍량 | 출연 이강생, 첸샹치, 양귀매 수입,배급 유레카 | 시간 110분 | 등급 18세 관람가 시간 110분 | 2005년 <흔들리는 구름>은 2005년 베를린영화제 공식 경쟁부문에 올라 외설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작품이다. 차이 밍량의 영화에서 섹슈얼리티는 하나의 큰 축을 차지하는 요소이지만, 이번에는 그 묘사 수위가 전작들보다 훨씬 세다. 또한 차이 밍량은 같은 배우를 캐스팅함으로써 조금씩 다르지만 또 조금씩 교차하는 이야기들을 들려줬다. 그리고 <흔들리는 구름>은 그런 차이 밍량의 필모그래피에서 일종의 중간 결산과 같은 작품이다. 국내 개봉된 바 있는 <구멍>(1998)을 본 관객이라면 비가 많이 내리는 세기말의 풍경과 뜬금없었던 뮤지컬 장면들을 기억할 것이다. <흔들리는 구름>은 바로 <구멍>과 대구를 이룬다. 이번에는 대만 전체가 건조한 날씨로 가뭄에 시달리고 있으며, 역시 현란하고 자극적인 뮤지컬 장면들이 등장한다. 또한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거기 지금 몇 시니?>(2001)에 등장했던 그 인물들이다. 시계를 팔던 샤오캉(이강생)은 포르노 배우가 되어 있고, 파리를 헤매고 다녔던 샹치(첸샹치)는 대만으로 돌아와 하릴없이 시간을 보낸다. 샤오캉과 우연히 재회한 샹치는 그와 새로운 사랑을 꿈꾸지만, 샤오캉은 자신이 포르노 배우라는 사실을 숨긴 채 그녀의 마음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흔들리는 구름 ⓒ프레시안무비
차이 밍량은 여전하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 영화에는 대사가 그리 많지 않으며, 인물들은 여전히 소통하지 못한다. 일상의 사물들에 대한 세밀한 관찰력 역시 그대로다. 수박과 생수통이 주요 모티브로 등장하는 <흔들리는 구름>은 타는 목마름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대인의 갈증을 소름끼치게 재연해낸다. 현실에서 사랑에 대한 욕망을 채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며, 그 지독한 욕망은 꿈결 같은 뮤지컬 장면들 속에서 해소될 뿐이다. 이강생이 아파트 옥상 물탱크에서 신화 속 인어가 되어 노래하고, 양귀매가 거대한 페니스에 둘러싸여 현란한 군무를 펼치는 장면들은 한편으로 코믹하지만 그래서 더욱 슬프다. 포르노 배우가 주인공인 만큼 이 영화에는 숱한 성행위 장면이 나온다. 도입부 여성의 성기 위에 수박을 얹은 뒤 섹스하는 장면부터, 헤어 누드가 드러나는 충격적인 마지막 장면에 이르기까지, <흔들리는 구름>은 과감하고 잔인하게 현대인의 살풍경을 펼쳐 보인다. 차이 밍량의 영화는 그간 대만 극장가에서는 철저하게 외면당했지만, <흔들리는 구름>은 개봉 전부터 화제를 일으킨 '외설성' 덕분에 13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흔들리는 구름>은 '외설성'이라는 경솔한 언어가 포착할 수 없는 근원적인 슬픔을 담고 있다. 그 슬픔의 결을 찾아내는 것은 결국 관객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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