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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고건-박근혜, '호남의 승자'가 '대선의 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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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고건-박근혜, '호남의 승자'가 '대선의 승자'

대권주자들, 이유있는 호남 공들이기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21일 나란히 호남을 방문했다. 정 의장은 광주ㆍ전남, 박 대표는 전북을 돌았다. 23일에는 고건 전 총리가 전북을 찾는다. 호남은 대권주자 가운데 이 세 사람에게 매우 각별한 의미가 있는 곳. 공교롭게 방문 일정이 겹쳤다지만 서로 신경이 안 쓰일 리 없다.

***정동영, '텃밭' 지키기**

지방순회 '정책간담회'를 표방한 정 의장의 이날 호남 방문은 지방선거용이다. 현재까지 광주와 전남은 민주당, 전북은 열린우리당 지지도가 높다. 만일 정 의장이 지방선거에서 전북을 사수하고 광주ㆍ전남에서 민주당을 주저앉히면 그 여세는 대권 가도까지 이어진다.

당연히 선물 보따리를 풀었다. 여수를 들른 정 의장은 오는 2012년 개최되는 세계박람회의 여수 유치 지원을 위한 국회 특위 가동을 약속했다. 세계박람회는 10조8000억 원의 생산효과, 5조4000억 원의 부가가치, 15만7000명의 고용효과가 예상되는 대규모 행사. 내년 12월 개최지가 최종 결정되는 만큼 호남지역 최대의 관심사다.

그러나 상황이 녹록치는 않다. 열린우리당 전북지사 후보 자리를 놓고 김완주 전 전주시장과 경합중인 강현욱 현 지사의 탈당설이 나돈다. 강 지사는 민주당으로의 이적 또는 무소속 출마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전남에선 민주당의 강세가 여전히 뚜렷하다.

만일 민주당이 광주전남을 지켜내고 전북을 일부라도 잠식할 경우, 정 의장은 대단히 곤란한 상황에 빠진다. 물밑에서 꿈틀대던 '고건 대안론'이 민주당의 상승세와 손을 잡고 정 의장을 위협하게 된다. 텃밭에서 '대선 경쟁력'에 빨간불이 켜지면 우리당 내에서 정 의장의 구심력 상실은 예정된 수순이다.

결국 정 의장에게 호남 지방선거 결과는 수도권에 버금가는 의미가 있는 셈이다. 호남 선거결과는 전북이 연고인 정 의장 자신에 대한 평가와 다름 아니라는 것이다.

***고건, 우리-민주 줄타기**

고 전 총리는 23일 전북대학교 초청 특강을 일정표에 잡아 놨다. 새만금 현장 시찰 계획도 있다. 고 전 총리는 특히 전북도청을 방문키로 해 강현욱 지사와의 회동이 자연스레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정 의장의 근거지에서 강 지사와 고 전 총리가 손을 잡는 모습을 연출하는 것만으로도 정치적 효과는 미루어 짐작할 만 하다. 가뜩이나 고 전 총리와 우리당은 '지방선거 공조'가 무산된 뒤 갈등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고 전 총리가 지방선거에서 특정 정당과 연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명시했음에도 우리당에 유리한 행동은 결코 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얼추 맞아떨어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정동영 의장과 애당초 한 배를 탈 수 없었던 것은 호남에서의 이런 역관계가 작동한 측면이 크다.

이를 잘 아는 민주당은 고 전 총리에게 노골적인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최근 이낙연 원내대표는 군산에서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하면 호남과 민주당, 고건을 중요하게 볼 것이고, 고건 씨도 대통령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지방선거 뒤에 있을 수 있는 고건 발(發) 정계개편의 한 흐름이 호남에서 이미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충청권의 국민중심당까지 끌어 모아 서부벨트를 장악하면 열린우리당을 상대로 대선 게임을 하기에 충분하다는 게 고 전 총리의 구상이다.

***박근혜, 지지율 두자릿수 달성**

박근혜 대표는 21일 전주를 방문해 지역 상공인들과 현안정책 토론회에 참석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여섯 번째의 호남 방문이자 지난 14일 지방선거 지원 투어의 첫 일정으로 전남 여수와 광주를 방문한 지 일주일만이다.

박 대표는 호남고속철 예산이 100억 원인데 조기 완공을 위해 200억 원을 증액해 300억 원으로 통과됐다"며 예산 증액 과정에서 한나라당의 공을 강조했다. 그는 "호남고속철 완공기간을 2017년에서 2015년으로 2년 앞당기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 외에 김제공항 건설, 군산 경제자유구역 지정 등을 약속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호남에 당선자를 낼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박 대표가 적진이나 다름없는 호남에 공을 들이는 데에도 남다른 이유가 있다. 호남에서 두자릿수 지지율을 확보할 수 있는 한나라당의 대선 주자가 누구냐는 물음에 박 대표가 가장 근접해 있기 때문.

지난 15대, 16대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호남 득표율은 각각 3.27%, 4.87%였다. 앞서 치러진 3번의 지방선거에서도 호남지역 지지율은 4%~6%에 불과했다. 박 대표 측은 이를 반면교사 삼아 호남에서의 한자리수 득표율로는 정권 탈환이 어렵다는 논리를 펴 왔다.

이에 따라 박 대표의 잇따른 호남 방문은 당면한 지방선거에서 유의미한 지지율 획득에 목적을 두면서, 장기적으로는 대권 게임에서 자신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포석이다. 특히 호남지역의 지지율 상승은 수도권에 거주하는 호남출신 표심에도 영향을 미친다. 박 대표가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관계 모색에 공을 들이는 이유와 같은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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