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과의 14일 회동 당시에도 이해찬 국무총리에 대한 유임을 고려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 의장은 15일 전날 노 대통령과 독대해 나눈 대화를 전하며 "노 대통령은 귀국 순간부터 복잡한 국내 정치 현실과 총리 문제로 고민과 고심을 많이 했고 실제 어제 2시간 여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총리를 유임하는 쪽 생각도 많이 갖고 계셨다"고 밝혔다.
정 의장은 확대간부회의에서 이같이 밝히고 "그러나 당 의원들의 진솔한 의견을 가감 없이 말씀드렸고, (노 대통령도 결국) 당의 의견을 수용해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정 의장의 이런 발언은 이 총리 문제의 거취 문제와 관련해 여러 가지 가능성을 고려하던 노 대통령이 당의 요청을 계기로 '사의 수용' 방침을 굳혔다는 점을 은연 중 강조한 대목. 달라진 자신의 위상과 당청관계 변화상을 당 안팎에 확인하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김한길 원내대표도 "당의 입장을 존중해 건의를 수용해 준 노 대통령에게 감사드린다"고 거들었다.
***'이해찬 갈등설' 적극 무마**
정 의장은 이어 "이 총리에게 어제 오후 위로전화를 걸어 (그간의) 마음고생을 위로했더니 목소리는 좀 밝아졌더라"며 "이 총리가 그동안 정신적 부담이 컸는데 좀 홀가분해졌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이 총리와의 갈등설을 적극 무마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정 의장은 "노 대통령은 이 총리가 그동안 어려운 문제를 그때그때 해결하고 책임을 떠안고 해결하는 자세를 높이 평가했으며 '일 잘하는 총리'라고 말했다"고 치켜세우며 "당으로서는 안타까운 심정을 금할 수 없다"고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김한길 대표도 "아주 일 잘하는 총리를 잃게 된 점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 총리만큼 일 잘하는 분을 총리로 다시 모시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거들었다.
정 의장과 김 대표는 이와 함께 '함구령'에 비교적 충실히 따라준 당 소속 의원들에 대한 감사를 표하고 당내 리더십 구축에 신경쓰는 모습도 보였다.
정 의장은 "2주 가깝게 야당의 총공세와 여론의 비판 속에서 열린우리당은 단일대오를 유지했다"며 "대통령의 해외순방 중에 개인 의견 표명을 자제하고 지도부를 믿고 따른 점에 대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었지만 수습 과정에서 보인 성숙한 자세는 대단히 인상적인 것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한길 대표도 "지난 10여 일 동안 지도부를 믿고 고민을 공유해준 의원들에게도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김근태 최고위원은 "대통령과 총리께서 모두를 위해 결단을 한 것에 신뢰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고 짤막하게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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