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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 좌타 슬러거 '야구종가' 자존심 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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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 좌타 슬러거 '야구종가' 자존심 꺾다

[프레시안 스포츠]이승엽 '선제포', 최희섭 '쐐기포'

2명의 한국산 좌타 슬러거가 '야구종가'를 무너뜨렸다.

한국은 14일(한국시간) 미국 애너하임 에인절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미국과의 경기에서 이승엽의 선제포와 최희섭의 쐐기포에 힘입어 7대3의 승리를 거뒀다. 한국은 이날 승리로 16일 일본 전에서 6점차 이상으로 패하지만 않는다면 4강에 오르게 됐다.

1회초 한국은 2사 만루의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볼넷 2개를 내주는 등 다소 긴장한 모습을 보였던 선발 투수 손민한이 제이슨 베리텍을 삼진으로 돌려 세워 위기를 넘겼다.

위기 다음에 찬스라고 했던가. 한국은 1회말 2사후 이승엽이 상대 선발 돈트렐 윌리스의 직구를 통타해 솔로 홈런을 뽑아냈다. 상대의 투구 패턴을 읽고 초구부터 직구를 노렸던 이승엽의 노련함이 깔려 있는 선제포였다. 이승엽은 이날 홈런으로 월드베이스볼클래식 홈런(5개)과 타점(10타점)부문에서 모두 1위에 올랐다. 기세가 오른 한국은 이범호의 좌전 적시타로 2대0으로 앞서 나갔다.

하지만 미국의 반격은 3회초 시작됐다. 한때 행크 아런의 메이저리그 역대 홈런 기록을 꺨수 있는 유일한 선수로 평가받았던 켄 그리피 주니어는 손민한의 밋밋한 변화구를 걷어 올려 솔로포를 터뜨렸다.

3회말 1점을 달아난 한국은 4회에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 2사후 김민재가 좌중간 펜스를 원 바운드로 넘기는 2루타를 뽑아냈다. 이 순간 한국의 벤치는 바빠졌다. 김인식 감독은 우타자 김태균 대신 좌타자 최희섭을 대타로 내세웠다. 이 대회에서 14타수 3안타로 슬럼프에 빠져 있던 최희섭은 댄 휠러의 복판 직구를 그대로 받아 쳐 우측 폴대 안으로 살짝 들어가는 비거리 101m의 3점 홈런을 뽑아냈다.

이번 대회 기간 중에 김인식 감독은 최희섭에게 "배팅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고 투수들의 볼 배합을 읽는 수싸움이 부족하다"는 질타를 했다. 상대 투수에 따라 좌타자 최희섭과 우타자 홍성흔을 번갈아 4번 타자로 기용하겠다는 입장까지 천명했다.

LA 다저스 시절부터 상대 선발 투수가 좌완일 경우 선발 출장을 하지 못하는 이른바 '플래툰 시스템'때문에 마음고생을 많이 했던 최희섭에게 김인식 감독의 한 마디는 큰 자극제였다. 이날 경기에서도 김인식 감독은 상대 선발 투수가 좌완인 점을 고려해 김태균을 먼저 기용했다. 김 감독은 좌완 선발인 돈트렐 윌리스가 강판되고 오른손 투수가 올라가자 최희섭을 대타로 내보냈고, 최희섭은 이 결정적 기회를 놓치지 않은 것이다.

6대1로 승기를 굳힌 한국은 한국은 4회초 1사 1,2루의 위기에서 김병현을 마운드에 올려 위기를 넘겼고, 5회초에도 무사 1,2루 상황에서 구대성을 투입해 미국 타선의 예봉을 꺾었다. 기세가 오른 한국은 6회말 김민재가 사실상 승부의 쐐기를 박는 중전 적시타로 7대1로 달아났다. 미국은 9회초 2점을 따라 붙었지만 경기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국은 선발투수 손민한에 이어 전병두, 김병현, 구대성, 정대현, 오승환이 이어 던지며 미국 강타선을 단 3점으로 막았다.

한국의 이날 승리는 자기들의 입맛대로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을 쥐락펴락했던 미국의 콧대를 꺾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대회 주최측은 이 대회를 통해 메이저리그의 국제적 영향력을 더욱 높여 향후 중계권 판매 등에서 더 많은 이익을 내겠다는 장기 계획 하에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을 출범시켰다. 심판도 미국편이었다. 일본이 13일 미국과의 경기에서 결정적 오심 때문에 승리를 도둑맞은 사실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그런가 하면 대회 운영도 철저하게 미국 위주였다. 미국은 메이저리그 스타들이 대거 포진된 중남미 강국들과 결승전 이전까지 맞대결을 할 필요가 없다. 미국이 껄끄러운 상대인 도미니카, 쿠바, 푸에르토리코 보다는 아시아의 한국과 일본을 확실히 한 수 아래로 평가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런 마당에 이날 한국팀으로부터 결정적인 일격을 당한 것이다. 그 중심에는 두 명의 좌타자 슬러거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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