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국무총리의 '3.1절 골프' 파문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총리가 철도파업 첫날에 골프 회동을 즐겼다는 부적절한 처신에 대한 비난에 이어 이번엔 이 골프 회동을 함께 한 일부 기업인들이 '최도술 사건' 등에 연루된 인물들이라는 사실이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이날 회동에는 이 총리 비서실장을 거쳐 최근 교육부 차관으로 '영전'한 이기우 차관이 동행한 사실도 알려졌다.
그러자 최근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의 '설전' 등을 통해 이해찬 총리와 줄곧 대립각을 세워 왔던 한나라당은 "어떻게 그러면서 야당에 눈을 부라릴 수 있냐"며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 총리에 대한 사퇴 공세를 본격화할 태세다.
***"이 총리, '최도술 사건' 연루자들과 골프 회동"**
이 총리는 지난 1일 부산 기장군의 한 골프장에서 강병중 부산 상공회의소 명예회장, 신정택 부산상공회의소 차기 회장(세운철강 대표), 정순택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이기우 교육부 차관 등 부산지역 기업인 및 공직자 8명과 골프를 치거나 클럽하우스에서 식사를 함께 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는 4일자에서 이들 기업인 중 K, P, S씨는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건낸 이들이며, Y씨는 주가조작혐의로 실현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고 보도했다.
K, P, S씨는 지난 2003년 1월 부산 지역 다른 기업인 2명과 함께 2500만 원을 모아 최 전 비서관에게 전달한 혐의로 검찰에서 수사를 받았다. 이들은 또 2002년 12월 다른 기업인 2명과 함께 4000만 원씩을 갹출해 모은 2억 원을 당시 민주당 김정길 중앙위원에게 대선자금 명목으로 전달했다.
이 신문은 또 K씨는 이와 별도로 2003년 1월 최 전 비서관에게 정치자금 명목으로 3000만 원을 전달한 혐의가 드러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바 있고, P씨는 2002년 11, 12월 한나라당 재정국 관계자에게 대통령 선거자금 명목으로 2억5000만 원을 준 혐의가 드러나 기소됐다고 보도했다.
이들 중 K, P씨는 2004년 5월 1심 재판에서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돼 각각 벌금 3000만 원을 선고받고 항소를 포기해 형이 확정됐다. S씨는 건넨 돈의 액수가 상대적으로 적어 기소되지 않았다.
이들 외에도 이 총리와 골프를 함께 친 기업인 중 Y씨는 2001년 코스닥 주가를 조작해 소액 주주에게 수백억 원의 피해를 준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Y씨는 자사주를 매각할 때 거액의 자금과 차명계좌를 빌려주는 수법으로 주가를 조작해 200억 원의 차익을 남긴 혐의(증권거래법 위반)로 2001년 9월 구속돼 징역 1년6개월과 벌금 40억 원의 형이 확정됐다.
이강진 총리 공보수석은 이같은 보도에 대해 "현재 당일 골프회동 참석자를 일일이 확인할 수 없다"며 "별도로 밝힐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한나라 "범죄 연루자들과 약속 잡아놓고 야당엔 눈 부라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이계진 대변인은 4일 "일국의 총리라면 사회적으로 대단한 물의를 일으켰던 사람들과 회동을 하는 것 자체가 그 사람들에게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발길을 조심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참 자격 없는 총리"라고 비난했다.
이 대변인은 또 "3.1절 골프를 미리 약속해 놓은 상태에서 전날인 2월 28일 대정부 질문에서 윤상림 씨와의 골프에 대해 언성을 높이고 눈을 부라렸다는 얘기가 되는데 범죄 사실이 있는 사람들과 골프를 약속해 뒀다면 적어도 그날은 고개를 숙였어야 한다"며 "이것은 야당과도 막 가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이 총리의 골프에 대해 김진표 교육부총리가 "등산은 되고 골프는 안 되냐"고 두둔한 것을 겨냥해 "국민들은 운동의 종류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닌데 여권이 원성의 핵심을 모르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한나라당은 5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당 출신의 총리는 공정한 선거 관리에 적합하지 않다며 이 총리의 사퇴를 요구해 왔던 만큼, 한나라당의 공세는 이번 골프 사건을 계기로 화력을 더해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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