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25일 열린우리당 당의장 선거의 최대 쟁점 중 하나인 '민주당 통합론'에 대해 "제 소신과 열린당 창당 정신은 어느 지역에서나 정당간 경쟁이 있어야 한다는 대원칙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며 우회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신년 내외신 기자회견을 갖고 "당보고 이래라 저래라 말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영남이나 호남이나 정치 경쟁이 없으면 지방정치는 후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당간 경쟁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탈당은 과거형 얘기…유시민 의원 입각은 유보했던 게 실수"**
지난 11일 열린우리당 지도부와의 만찬에서 '탈당'을 언급한 것에 대해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 내에서 (대통령) 탈당을 말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언급한 것"이라며 "탈당하겠다는 뜻으로 말씀드린 게 아니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과거형으로 얘기한 것"이라며 "당정관계는 현재 태스크포스팀이 만들어져 연구하고 있고 새 지도부가 뽑히면 어떤 것을 선택할지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여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유시민 의원을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내정한 것에 대해 "내가 실수를 했다면 처음부터 (여당 내 반대 의견을) 못들은 척 하고 바로 임명하지 않고 유보했던 것"이라며 "유보하니까 크게 소리가 났지만 그게 열린우리당 전체 의사를 대변한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어느 나라 대통령 또는 총리가 각료를 임명하는데 당에 가서 표결이나 토론 붙이는 일이 있냐"며 "모든 사람의 지지를 받는 각료 후보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고 강조했다.
***"여론에 어긋난 선택들이 포괄적으로 인정받아 대통령 돼"**
최근 '미래구상'을 준비하면서 조선 개국 공신인 삼봉 정도전, 세종대왕, 정조 등 역사적 교훈을 자주 언급하는 것과 관련해 "대통령이 홀로 역사와 대화에 빠진 게 아니냐"는 일각의 문제제기에 대해 노 대통령은 "그렇게까지 제 스스로를 거창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 "한 시대의 조류와 이에 역행하는 파도 사이에서 선택의 고민을 하는 것을 사실"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자신의 90년 3당합당 거부, 지난 대선 당시 정몽준 후보 측의 공동정부 제안 등에 대해 "역사와 독대라고 하면 (그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저는 끊임없이 그 시기 여론과 일치하지 않은 선택을 해 왔고 그 선택을 포괄적으로 국민들에게 인정받아 대통령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답 먼저 내놓고 가는 게 반드시 효율적이진 않다"**
최근 신년연설을 통해 제기한 양극화 해소를 위한 재정 마련 방안에 대해 노 대통령은 "모든 문제에 대해 대통령이 답을 먼저 내놓아야 된다는 생각은 반드시 옳지는 않고 현실적이지도 않다"며 "대통령이 모든 대답을 먼저 내놓고 가는 것만이 국정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방법은 아니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특히 "어떤 경우에는 이미 국민들과 언론이 오랫동안 주장해 오던 문제도 대통령이 주장하면 바로 태도가 바뀌고 정치적 공격의 빌미가 된 일도 한둘이 아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국민연금 재정 재계산제도(보험료율을 5년마다 재정 재계산을 통해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제도)는 지금 야당이 주장해 김대중 정부 때 입법된 제도"라면서 "그 법적 근거에 의해 재계산을 현실화하는 법안을 정부에서 내놓았지만 지금 몇년째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 체제 붕괴 압박시 한미간 이견 생길 것"**
한편 한미관계에 대해 노 대통령은 "한국 정부는 북한 체제에 대해 문제제기하고 압박을 가하고 또 때로는 붕괴를 바라는 듯한 미국 내의 일부 의견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미국 내 네오콘들의 입장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노 대통령은 "미국 정부가 그런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한미 간에 이견이 생길 것"이라며 "아직은 미국정부가 그러지 않기 때문에 이견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 북한의 위조지폐 문제에 대해 노 대통령은 "북한에 어떤 불법행위가 있었는지의 주변국 인식이나, 이 문제가 북핵 문제 해결에 어떤 연관이 있는지, (미국이) 북한 정권을 압박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는 것인지 등에 대해 면밀히 따져 사실확인과 의견 조율이 필요한 문제"라며 다소 조심스런 태도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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