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25일 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한 재정을 마련하는 방안으로 증세 논란이 일고 있는 것에 대해 "대통령도 국민이 원하지 않는 일은 할 수 없다"며 "지금 당장 증세를 주장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갖고 "신년연설에서 우리의 재정과 복지지출 규모에 대해 책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말씀드렸는데 이 말을 바로 증세 논쟁으로 끌고 가서 정략적 공세에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금은 감세 주장의 타당성을 따져 봐야 할 때"**
노 대통령은 "오히려 지금은 증세 논쟁을 할 때가 아니라 감세 주장의 타당성을 따져 봐야 할 때"라면서 한나라당의 감세 주장에 대해 문제제기했다.
노 대통령은 "한편으로는 막대한 재정이 필요한 기초연금을 주장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감세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돈 쓸 일은 끝없이 내놓으면서도 세금을 깎자는 주장의 타당성과 책임성을 따져보지 않으면 그나마 어렵게 꾸려가고 있는 지금의 우리 재정마저 위태롭게 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통령 혼자 할 수 없는 일이라 국민께 상의 드린 것"**
노 대통령은 "당장 증세를 주장하지 않는다"면서도 우회적으로 증세의 필요성에 대해 밝히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정부로서도 세금을 올리지 않고 해결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강구하겠다"며 "이미 강도 높은 세출 구조조정과 예산 효율화를 통해 씀씀이를 최대한 줄여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현행 세율과 조세체계 안에서 감면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거래의 투명성을 높여서 세원을 넓게 발굴하고 고소득 자영업자의 탈세를 막기 위한 노력도 계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또 재정과 복지지출 규모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과 관련해 "이는 나라의 장래를 위해 중요하고 심각한 문제"라며 "대통령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은 국민 여러분께 상의드리는 것이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추가 정책 검토…야당탄압은 없어진 지 오래"**
노 대통령은 또 최근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것에 대해 "시장원리와 맞지 않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이미 예정했던 대로 추가적인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5.31 지방선거와 관련 노 대통령은 "당내 경선은 모든 공직선거의 기본이며 정당도 성역일 수 없다"며 당비 대납 등 당내 경선 부정 사태에 대해서도 엄정 대처하겠다는 뜻을 거듭 피력했다.
특히 한나라당이 이를 야당탄압이라며 반발하고 있는 것에 대해 노 대통령은 "특권을 주장해서는 안된다"며 "야당 탄압은 이미 없어진 지 오래됐다"고 반박했다.
최근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한미 양국이 합의함에 따라 불거진 한미동맹 문제에 대해 노 대통령은 "우리는 미국에 대해 동맹으로서 최고의 예우를 하면서도 할 말은 하고 협력할 것은 협력하면서 더 큰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는 원칙적인 입장만 밝혔다.
다음은 노 대통령 모두연설 전문이다.
***노무현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모두연설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내외신 기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지난 신년연설에서 다 말씀드리지 못했던 내용과, 그 이후 제기된 쟁점에 관해 간략히 말씀드리고 여러분의 질문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작년 4/4분기 성장률이 당초 예상을 크게 웃도는 5.2%를 기록했습니다. 올해는 5% 안팎의 성장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이러한 성장이 내수 확산과 일자리로 이어지고, 나아가 중소기업과 서민 여러분의 호주머니로 연결되도록 최선을 다해나가겠습니다.
올 들어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값이 다시 들썩거리고 있습니다. 시장원리와 맞지 않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정부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 이미 예정했던 대로 추가적인 정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부동산 투기가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교란하는 일이 없도록 완벽한 조치를 취할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저는 신년연설에서 우리의 재정과 복지지출 규모에 대해 책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저의 이 말을 바로 증세논쟁으로 끌고 가서 정략적 공세에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대통령은 당장 증세를 주장하지 않습니다. 대통령도 국민이 원하지 않는 일은 할 수 없습니다. 국민이 반대하는 일을 무리하게 하려고 한다면 그것은 어리석은 일이 될 것입니다. 저는 단지 우리 재정의 규모와 복지지출의 실상을 말씀드렸을 뿐입니다.
이것은 나라의 장래를 위하여 중요하고 심각한 문제입니다. 대통령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닙니다. 반드시 국민 여러분께 진실을 말씀드리고 대책을 의논해야 할 일입니다. 대통령도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은 국민 여러분께 상의드리는 것이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정부로서도 세금을 올리지 않고 해결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강구하겠습니다. 이미 강도 높은 세출구조조정과 예산 효율화를 통해 씀씀이를 최대한 줄여나가고 있습니다. 정부 정책사이트인 '국정브리핑'에 들어가서 '구체적인 근거 없이 예산낭비라고 하지 마라'는 글과 '관련기사'를 보면, 우리 정부가 예산지출을 줄이기 위하여 하고 있는 일이 소상하게 소개되어 있습니다.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현행 세율과 조세체계 안에서 감면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거래의 투명성을 높여서 세원을 넓게 발굴하고 고소득 자영업자들의 탈세를 막기 위한 노력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지금은 증세 논쟁을 할 때가 아니라 감세 주장의 타당성을 따져 보아야 할 때입니다. 한편으로는 막대한 재정이 필요한 '기초연금'을 주장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감세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돈 쓸 일은 끝없이 내놓으면서도 세금을 깎자는 주장의 타당성과 책임성을 따져보지 않으면 그나마 어렵게 꾸려가고 있는 지금의 우리 재정마저 위태롭게 될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국민 여러분,
지방선거가 4개월 정도 남았습니다. 이번 선거는 지난 17대 총선에서 이룬 공명선거의 큰 흐름이 확고한 문화로 정착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정부는 깨끗하고 공정한 선거 관리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규칙을 지키는 사람이 손해 보지 않고, 부정과 반칙은 반드시 패배하는 선거가 되도록 할 것입니다.
당내 경선은 모든 공직선거의 기본입니다. 정당도 성역일 수는 없습니다. 특권을 주장해서는 안됩니다. 야당탄압은 이미 없어진 지 오래 됐습니다. 불법행위를 근절하는 데 예외가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다시는 부정선거 문제가 사회적 과제가 되지 않도록 국민과 정부, 여야 모두가 함께 힘을 모아나가야 하겠습니다.
사회취약계층의 생계와 인권을 침해하는 각종 폭력과 부조리는 철저히 근절하겠습니다. 공사장 노동자, 생계형 노점상, 영세 유흥업소 종사자 등을 상대로 협박과 갈취를 일삼는 행위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특단의 대책을 세워나갈 것입니다.
이와 함께 국민 여러분을 불안하게 하는 조직폭력, 학교폭력, 사이버폭력, 정보지폭력 등 '4대 폭력'은 반드시 뿌리 뽑도록 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그동안 정부는 균형외교, 자주국방, 남북간 신뢰구축이라는 원칙을 가지고 일관성 있게 외교안보를 추진해 왔습니다.
우리는 미국에 대해 동맹으로서 최고의 예우를 하면서도, 할 말은 하고 협력할 것은 협력하면서 더 큰 신뢰를 쌓아가고 있습니다. 그동안 한미 간에 쌓여 있던 여러 가지 현안 문제들은 다 풀었습니다. 올해 안에 한미동맹의 장래에 관한 공동연구와 한국군의 전시작전권 환수 문제를 매듭지을 수 있도록 미국과 긴밀히 협의해 나갈 것입니다.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서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관련국들과의 협상도 진지하게 준비해 나가겠습니다.
지난 십수 년간 미루어 왔던 국방개혁도 이제 본격화될 것입니다. 다음 임시국회에서 국방개혁기본법이 통과되면 2020년을 목표로 군구조 개편과 국방운영혁신 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시끄럽고 어려운 일이라고 해서, 할 일을 뒤로 미루지는 않겠습니다. 오랜 숙제들을 하나하나 풀어가고 있습니다.
행정중심복합도시와 국가균형발전 정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19년을 미뤄 왔던 방폐장 부지 문제가 해결을 보았습니다. 대한민국 수도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는 미군기지 문제도 이제 정리가 됐습니다. 10년 이상 끌어 왔던 사법개혁도 입법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숙제의 하나는 철도적자 문제입니다. 이 문제도 철도공사에만 맡겨놓을 일이 아니라 정부가 나서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강구해야 할 일입니다.
더 이상 장기 미해결 과제를 다음 정부로 미루는 일은 없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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