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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 '유시민 개각'에 대한 침묵…毒일까 得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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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 '유시민 개각'에 대한 침묵…毒일까 得일까

'당청 갈등'에 소극 대응 일관…"원칙·노선 문제 아니다"?

유시민 의원의 입각 파동에 접근하는 정동영 전 통일, 김근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확연한 입장차이가 드러났다.

정 전 장관은 6일 "집권 여당의 긍지와 자부심에 상처를 받은 느낌이다. 소속 의원들의 정서에 십분 공감한다"고 말했다. 또한 "일이 진행되는 과정에 대통령의 권위에도 부담이 된 것이 사실이고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유 의원 입각 문제를 넘어 당과 청와대 간의 갈등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정 전 장관은 "지난 2년여 동안 당과 청와대, 대통령 간에 소통과 교감이 원활하지 않고 충분치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청와대의 일방독주를 인정했다.

평소에 비해 상당히 느린 발언 속도, 단어 하나하나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 역력했지만 "매일 아침 조선중앙통신을 체크하다가 갑자기 정치 뉴스를 보려니 '시차적응'이 안된다"는 말이 무색할 만큼 현재 진행 중인 초미의 현안을 흘려 지나치지 않는 정치적 순발력을 보여주었다.

반면 김근태 전 장관은 이날도 유 의원 입각 파장과 당청 갈등 문제에 입을 꾹 닫았다. 광주를 방문한 김 장관은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유 의원은 (보건복지부 장관으로서) 잘 할 수 있도록 본인 스스로 노력하고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과 지적이 있다는 것을 유념하면 좋겠다"는 말로 넘어갔다.

그는 개각 파동에 관해서도 "이제 수습해야 할 때"라며 "(당내 문제제기가) 중구난방으로 주장하는 것으로 비치고 결과적으로 국민들에게 실망을 드려 아쉽고 안타깝다. 국민과 우리당 지지자들이 보기에는 사공이 많아서 배가 산으로 가는 것이 아니냐는 문제로 확대됐다"고 오히려 당 소속 의원들의 '문제제기 방식'에 화살을 돌렸다.

***김근태계 "개각 문제가 원칙과 노선의 문제냐"**

일각에선 김 전 장관의 이런 모호한 태도를 두고 "전당대회에서 연대 세력으로 꼽히는 유시민계와의 관계를 고려했기 때문"이라는 전략적 해석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유시민 의원의 입각에 반발하는 성명을 발표한 18명의 의원들 명단에 김근태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이 눈에 보이지 않았던 게 사실이고, 이들이 개별적으로도 개각 파문에 목소리를 죽여 온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해 김근태계로 분류되는 이인영 의원은 "몇 명이 명단에서 빠졌다고 그런 해석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항변했다.

이 의원은 "이번 문제는 청와대와 당 간의 소통의 문제에서 생긴 미비점과 강한 비토세력이 있는 유시민 개인의 문제가 결합하면서 증폭되긴 했지만, 본질적으로 노선이나 원칙의 문제는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또 "유 의원의 언행이 튄다는 이유가 그가 장관이 돼선 안되는 결격사유가 되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한나라당과의 대연정 문제, 당정청 쇄신 문제에서 우리가 보인 행보를 상기해보라"면서 "노선이나 원칙에 관한 문제에서 우리의 태도는 분명했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의 주장대로 이날 김 장관은 ▲한나라당과의 대연정 제안의 오류 ▲부동산 분양원가 공개에 반대한 경제 관료들의 태도 ▲민주당과의 합당론 등 정부 여당의 '정체성'과 관련된 문제에선 상당히 선명한 자신의 입장을 드러냈다.

***김근태, 당청 갈등 언제까지 회피할까**

하지만 김 전 장관이 전당대회 주요 이슈로 내세우고 있는 '정체성' 문제가 지금과 같은 불균등한 당청 관계의 문제를 피해가는 가운데 전면화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당장 김 장관이 비판한 한나라당에 대한 대연정 제안은 청와대의 일방적 정치 독주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에 당내 다수가 공감한다. 우리당의 4.15 총선 공약인 분양원가 공개가 지금껏 지켜지지 못한 과정에는 노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따라 이리저리 휘둘린 당의 무기력한 모습이 그 원인이었다는 점에도 큰 이견이 없다.

이번 입각 파동을 놓고 부글부글 끓고 있는 의원들의 불만도 청와대의 독주를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 골간이다. 개각 파동에 가장 비판적인 일부 초재선 의원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무계파 의원들도 "당심과 민심을 고려하지 않은 인사"라고 청와대를 비판하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게다가 이번 개각 파문의 한 축인 정세균 의장의 내정 시기 논란에 대해선 김근태계 의원들조차도 일정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단순히 유 의원 개인의 입각에 대한 찬반 논란을 넘어 청와대의 일방통행식 의사결정 구조에 대한 불만으로 커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것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문희상도, 정세균도 청와대의 독주를 견제하지 못했다. 지금 당심은 유일한 대항마로 두 대권주자를 바라보고 있는데, 아무래도 GT(김근태) 보다는 DY(정동영)가 한 발 빠른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장관 측이 "유시민 때문에 개각 파동이 증폭됐다"고 발을 뺄 만큼 한가로운 상황이 아니라는 평가다.

일각에선 이번 개각 파문을 거치며 김근태계가 오히려 득을 봤다는 분석이 있다. 의도했건 아니건 '유시민 옹호론'을 편 참여정치실천연대와의 관계가 끈끈해진 측면이 있고, 또 다른 친노그룹인 의정연구센터가 유 의원의 입각 문제를 놓고 정동영계와 미묘하게 거리가 벌어진 듯 비쳐진다는 게 그같은 판단의 근거다.

실제로 전당대회에서 이 같은 세력간 친소관계의 변화가 유의미한 변수로 작용할지는 두고봐야 할 일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서 점차 힘을 얻고 있는 분석대로 이번 '유시민 개각'에 노 대통령의 정치공학이 개입됐다면, 또한 정 전 장관의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행보가 이를 간파한 대응이라면, 교과서적 접근으로 일관하고 있는 김 전 장관이 노 대통령과 정 전 장관의 동물적 정치 감각을 뛰어넘어 역전에 성공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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