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영 경찰청장의 거취와 관련해 28일 열린우리당 내에서도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강하게 제기됐다. 허 청장이 물러나지 않으면 사태 수습이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 야3당 역시 허 청장의 해임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어 청와대와 허 청장의 태도변화 여부가 주목된다.
***"국민들이 임기제라는 이유를 받아들이겠나"**
오영식 공보부대표는 "(비공개 의총에서) 노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이후 허준영 경찰청장이 보인 태도에 대해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제시됐다"고 밝혔다. 전날 허 청장이 노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임기제 청장으로서 맡은 일을 다 하는 게 국가공무원으로서 대통령에 대한 충성이고 국민에 대한 충성"이라고 밝힌 것에 대한 불만이다.
오 부대표는 실명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임기제라는 이유는 두 분의 농민이 사망한 유감스런 사태에 대한 책임 있는 자세로 국민들이 받아들이기 어렵지 않겠느냐"며 "농민 사망 사고에 대해서 정부 측에서 책임있는 자세를 보일 수 있도록 우리당이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의원들의 의견이 강하게 제기됐다"고 말했다.
정세균 당 의장도 의총 모두발언을 통해 "공권력은 신중해야 하고 완전하게 통제돼서 사용돼야 한다"며 "이것이 지켜지지 못하면 그 책임도 엄중하게 물어야 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참여정부가 역대 어느 정부보다 인권을 중시했는데 이런 상황이 온 것에 대해 안타깝고 죄송스러움을 금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의장은 다만 "대통령도 사과를 했으니 신속하게 이번 사태가 마무리됐으면 좋겠고,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시위 문화와 진압 방식 모두 선진화됐으면 좋겠다"고 말해 직접적인 허 청장의 거취표명 요구는 하지 않았다.
***야3당 "허 청장이 책임질 수밖에 없다"**
야3당 역시 허 청장과 노 대통령의 어정쩡한 태도를 강하게 비난했다.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경찰청장 해임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채택했다.
민주당은 "하나의 시위에서 경찰의 폭력으로 2명이 사망한 것은 국내에서 군사독재 정권 시절에도 없었던 일"이라며 "이런 사상 초유의 불상사는 경찰 총수가 책임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그런데도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제 경찰청장을 문책할 권한이 없다는 괴상한 논리로 경찰청장 문책을 회피했고 경찰청장은 농민 사망에 대해 책임지겠지만 사퇴는 하지 않겠다는 해괴한 논리로 사퇴를 거부했다"고 비난했다.
민주당은 "노 대통령은 경찰청장을 즉각 해임하고 경찰청장은 스스로 물러남으로써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는 것이 옳다"며 "경찰청장 해임을 거부하거나 지연하면 할수록 농민들은 더욱 분노하고 사태는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미 국회 법안 처리와 이 사안을 연계시키는 방안까지 검토 중인 민주노동당도 "내 자리니 내가 판단한다는 식의 태도는 경찰청장 스스로 공복의 자질이 없음을 다시 한번 드러낸 것"이라고 맹공했다.
김성희 부대변인은 "국가기관의 존재 이유가 부정되는 사태에 대해 그 책임을 물리는 전례조차 만들지 못한다면 이 나라가 도대체 어디로 가겠느냐"면서 "정권은 이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문책을 거듭 촉구했다.
한편 한나라당도 김영선 의원을 중심으로 자체 진상조사단을 꾸려 진상 규명 작업에 나선 가운데 이 과정에서 책임 져야 할 일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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