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온도가 영하 20도 아래로 떨어지고 칼바람이 살갗을 파고드는 17일 오후 서울 대학로에서 전국민중연대, 전국농민회, 민주노총, 한총련의 대표들과 민주노동당 당원 및 노동자, 농민, 시민 등 25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3차 범국민 행동의 날' 집회가 열렸다.
***'3차 범국민 행동의 날', 노무현 대통령의 공식 사과 요구**
이날 집회의 공식 명칭은 '고 전용철 농민 살해 노무현정권 심판, 민족농업 사수, 비정규권리보장 입법 쟁취 3차 범국민 행동의 날'이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투쟁 결의문'을 통해 "뼛속을 파고드는 추위도 '노무현 정권 심판,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우리들의 투쟁을 가로막지 못하고 있다"며 "광화문 촛불집회와 WTO 홍콩투쟁 등 계속되는 노동자, 농민 중심의 연대투쟁은 승리할 수밖에 없는 절대적인 힘을 보여주고 있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특히 "경찰청이 농민대회 현장 책임자였던 이정우 기동단장을 직위해제한 것은 사건을 축소, 은폐하고자 하는 술수에 불과하다"며 ▲노무현 대통령의 공식 사과 ▲오영교 행정자치부 장관 및 허준영 경찰청장의 파면 ▲이종우 기동단장의 구속처벌 ▲서울경찰청 1기동대의 완전 해체 등을 요구했다.
전국농민회 문경식 의장은 "전용철 열사의 장례식도 아직 치르지 못하고 있다"며 "열사의 뜻은 양심 있는 사람, 일하는 사람이 잘 사는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호소했고, 민주노총 전재환 비대위원장은 "기간제 사유제한, 원청의 사용자 성격 인정 등이 포함되지 않은 비정규직 법안은 기만에 불과하다"며 "현재의 '비정규직 양산법'을 통과시킬 경우 강력한 투쟁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은 말을 해야 할 때는 안 하고, 말을 안 해야 할 때는 아무 말이나 막 해서 문제가 생긴다"며 "황우석 교수 논란에서도 말을 아껴야 할 때 말을 해서 본질을 호도했고, 온 국민이 진실이 무엇인지 혼란스러워할 때는 아무 말을 안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권 의원은 "전용철 씨를 폭력진압으로 사망케 한 것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고 있지만, 노 대통령은 아직도 아무 말을 하지 않고 있다"며 "반드시 사과를 받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의원은 또한 "비정규직법 논의가 시급한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은 정치자금의 원천인 사학재단의 입장을 대변하느라 국회 밖에 나가 있는 실정"이라며 "한나라당은 노동자, 농민은 안중에도 없다"고 주장했다.
WTO 각료회의 일정에 맞춰 반세계화 투쟁단과 함께 홍콩을 방문하고 돌아온 민주노동당 현애자 의원은 "한국 투쟁단의 홍콩 반세계화 시위는 홍콩 시민들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다"면서 현지 활동내용을 소개하기도 했다.
***"자이툰 부대 상황 악화될 것, 철군하라"**
이날 본대회에 앞서 열린 '12.17 이라크 파병연장 항의행동'에서는 미국의 이라크 지배에 대한 비판과 이라크에 파병된 자이툰 부대의 철군을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결의문을 통해 "노무현 정부는 자이툰 부대원 1천 명을 감군하다고 하지만, 이는 파병 재연장을 정당화하기 위한 책략일 뿐"이라며 "국회가 정상화되면 파병재연장 안을 곧바로 통과시킬 것이라고 선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히 "노무현 정부는 자이툰 부대의 임무를 변경하는 위험천만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며 "아르빌 유엔 청사 경비 및 유엔요원 경비 등 자이툰 부대가 본격적인 전투임무에 투입되고 장기주둔의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또한 "이미 파병국가 37개국 중 21개국이 철군을 했거나 준비 중"이라며 "파병 재연장을 결정하게 된다면 헤어나올 수 없는 수렁으로 빠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미국은 2000억 달러(한화 약 200조 원)를 쏟아부어 이라크를 초토화했지만, 과연 미국이 전쟁의 명분으로 삼았던 자유민주주의가 이라크에 심어졌는지 의문"이라며 "이라크는 현재 의약품과 식량이 모자라 어린이들이 치료 한 번 제대로 못 받고 숨지고 있다"고 말했다.
우 국장은 특히 "지난 11월 한국을 방문했던 이라크 의사에 따르면 마취제와 수술용 칼이 없어 마취도 하지 않고 일반 칼로 수술을 실시하고, 이런 의사마저도 '저항세력'으로 의심된다면서 내쫓아 무고한 사람을 죽게 만드는 일이 다반사"라며 "이라크 의사는 '한국은 분명히 점령군이고, 이라크인들은 점령군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이날 '파병연장 항의행동' 및 '3차 범국민 행동의 날' 집회가 끝난 뒤 참가자들은 대학로에서 세종로 광화문 사거리까지 가두행진을 벌인 뒤 상여를 태우는 등의 상징의식을 갖고 촛불시위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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