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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층 '제 식구 챙기기', 야구가 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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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층 '제 식구 챙기기', 야구가 봉인가

[프레시안 스포츠]신상우 씨 KBO 총재 내정설 논란

야구판이 시끄럽다. 또다시 '낙하산 총재'가 추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KBO(한국야구위원회) 차기 총재로 내정됐다는 소문에 휩싸여 있는 당사자는 노무현 대통령의 부산상고 10년 선배이자 정치적 동지였던 신상우 전 국회부의장이다.

이를 두고 프로야구 선수들의 모임인 한국 프로야구 선수협회와 문화연대에서는 28일 더 이상 정치권의 낙하산 총재가 KBO에 오면 안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지금까지 KBO 총재는 1명을 제외하면 모두 정치권의 '제 식구 챙기기'에 의해 정해졌기 때문이다. 낙하산 총재가 국회에 진출하거나 비리 혐의로 구속될 때마다 KBO가 요동쳤던 것도 비슷한 이유다.

사퇴를 선언한 박용오 KBO 총재가 이룬 업적은 많다. 하지만 그 가운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최초의 민선 총재였다는 사실 자체다. OB 베어스(현 두산 베어스) 구단주 출신인 박용오 KBO 총재는 1998년 총재직에 오를 때 우여곡절을 겪었다.

당시 신낙균 문화관광부 장관은 '중립적 인사'가 총재가 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박용오 OB 베어스 구단주는 총재 승인을 받지 못했다. 이때 언론에서는 집권층에서 또 '낙하산 인사'를 하기 위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낙하산 총재'의 착륙을 막기 위해 야구인들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된 셈이다. 결국 박용오 OB 베어스 구단주는 구단주 자리를 동생 박용성 씨에게 물려주고 KBO 총재가 될 수 있었다.

신상우 전 국회부의장의 KBO 총재 내정설이 불거진 뒤 부산상고 출신 야구인 가운데 좌장격인 김응용 삼성 라이온즈 사장에게도 불똥이 튀었다. 지난 21일 야구인 골프대회에 참석한 김응용 사장이 "이대로 가면 프로야구는 곧 죽는다"라고 말한 게 화근이었다. 박 총재는 김 사장의 말에 불쾌감을 나타냈으나 곧 "김 사장이 신 전 부의장 추대를 위해 뛰고 있다"는 측근의 조언을 듣고 조기 사퇴를 결심했다는 의혹이 번지고 있다.

김 사장은 28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사실을 부인했다. "최근 '그 분'을 만난 적도 없다. 내가 추대하지 않았다"는 게 김 사장의 설명. 하지만 김 사장은 "요즘 같이 현안이 많을 때 능력있는 사람이 와서 잘 처리하면 좋지 않겠느냐"는 알듯 모를듯한 말을 덧붙였다.

현 정부는 올해 2월 김정길 대한체육회장을 필두로 청와대 비서관 출신의 박재호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 등 체육계 요직에 정치인들을 앉혀 적지 않은 비판을 받았다. 만약 신상우 전 국회부의장이 KBO 총재에 취임할 경우엔 비판의 수위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야구와 전혀 관련이 없는 인사가 집권층의 '논공행상'에 의해 KBO 총재가 됐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는 "4년 연속 적자 상태인 KBO를 되살릴 수 있는 경영마인드를 가진 사람이 차기 총재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문화연대도 "우리는 잠시 KBO 총재로서의 특전을 즐기다 정관계에서 부르면 나 몰라라 하고 떠났던 많은 전임자들을 보아왔다. 이런 현실을 알면서도 KBO 총재에 정치인 출신의 신상우 씨를 앉히려 한다면 프로야구계와 체육인들에 대한 모욕"이라고 목소리를 높혔다.

권위주의를 탈피하고 진짜 개혁을 지향하겠다는 이 정부가 곰곰히 생각해 볼 대목이다.

*역대 총재와 재임기간

제1대 서종철 1981년 12월 11일 ~ 1984년 3월 31일
제2대 서종철 1984년 4월 1일 ~ 1988년 3월 31일(임기만료)
제3대 이웅희 1988년 4월 1일 ~ 1991년 3월 31일
제4대 이웅희 1991년 4월 1일 ~ 1992년 5월 26일(대통령 추대위 진출)
제5대 이상훈 1992년 5월 27일 ~ 1993년 7월 12일(구속)
제6대 오 명 1993년 11월 26일 ~ 1993년 12월 20일(입각)
제7대 권영해 1994년 3월 21일 ~ 1994년 12월 23일(안기부장 진출)
제8대 김기춘 1995년 2월 8일 ~ 1996년 6월 8일(국회 진출)
제9대 홍재형 1996년 7월 4일 ~ 1997년 3월 31일
제10대 홍재형 1997년 4월 1일 ~ 1998년 5월 17일(도의적 책임)
제11대 정대철 1998년 5월 18일 ~ 1998년 9월 14일(구속)
제12대~14대 박용오 1998년 12월 8일 ~ 2005년 12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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